직장인의 일기_눈물이 난다.
- 직장인/직장인의 일기
- 2015. 1. 26. 12:30
쉽지 않은 하루였다.
월요일 아침 매출분석 자료는 오늘도 시간을 넘겨 버렸다.
아침 9시까지 팀장님께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막내는 '시스템이 이상해요' 라는 말만 중얼거릴 뿐이었다.
데드라인이 명확히 있는 일을 시간을 넘기면서도 얘기조차 하지 않는다.
대리가 된지 2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이러고 있다.
팀장이 이 주일간의 출장에서 돌아왔다.
정말 꼭 알아야 할 일들만 정리해서 "부재중 업무보고"를 책상위에 올려 놓았다.
당췌 읽어보지를 않는다. 묻지도 않는다.
자신이 없는 동안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하지도 않은 모양이다.
출장동안 자신이 한 일들만 얘기하느라 바쁘다.
2주전에 상무님이 짤렸다.
이럴 때만 외국인 회사같다.
파견직으로 2달전에 팀에 들어온 막내는 투명한 아이다.
웃음도 생각도 너무 하얗다 못해 투명하다.
자신은 누군가 시키는 일만 그저 시킨 대로만 하면 된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런 아이를 동기부여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꾸중도 의미가 없다.
그 아이 때문에 나는 덜 중요하지만 급한 일을 또 부여 잡는다.
예전에는 하루에 해야 할 일을 다 마치지 못하면 밤을 새기도 했다.
그리고 일의 결과에 가슴 벅차하고 뿌듯해 했던 적이 있었다.
요즘은 그런 성취감은 이미 박재되어 버렸다.
성취는 타인이 따먹는 금단의 열매인듯 하다. 일은 내가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하다가 그냥 덮고 집으로 향하는 것이 속편하다.
해도 알아주지도 않는다. 게다가 윗사람은 그런일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10시 반.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술자리를 마친 인간 술병과 함께다.
야근비도 올리지 못하고 저녁도 먹지 못해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고 싶지만 만이천원이 누구 애이름도 아니지 않은가?
지하철을 내려 버스에 몸을 싣는다. 어지럽다.
11시 반.
집에 도착하니 고요함이 나를 맞이한다.
아내가 보낸 카톡 메시지가 이제야 생각났다.
"몸이 너무 아파 죽을것 같아"
아내는 많이 힘들었는지 침대에 겨우 옷만 갈아입은 채 쓰러져 있다.
침대 옆에는 타이레놀 한봉지가 떨어져 있다.
아이는 반쯤 비어 있는 과자봉지를 옆에 두고 차가운 바닥에 잠들어 있다.
야근으로 늦는 아빠, 아파서 쓰러져 있는 엄마.
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자장가가 되어 버렸나 보다.
배고픔에 밀려오는 속쓰림보다 더 참기 힘든 회한이 밀려온다.
눈물이 나려고 한다. 입을 열면 욕이 쏟아질 것 같다.
이건 인생이 아니라 형벌은 아닐까?
먹고 사는 문제를 담보로 살아가는 이런 삶이 행복일까?
이대로 살아서 미래에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말 이런 삶이외에는 살아본 적이 없다.
창피하지만 다른 형태의 인생을 생각해 본적도 없었던것 같다.
배가 너무 고프다.
라면물을 올린다.
아이를 들어 엄마 옆에 뉘이고 널부러진 과자 부스러기를 정리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씁쓸한것이 눈물의 맛인가 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런 모습인건 순전히 내 탓인것만 같다.
무엇을 위해 사는걸까?
이 사회는 나에게 무엇을 바라는 걸까?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가?
가장 무서운 것은 변화가 없다면
내일도 오늘과 같은 하루가 반복될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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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15년차 직장인 "꽃"님께서 직장생활연구소에 투고해 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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