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기자와 통화를 하며

Author : 손성곤 / Date : 2019.07.05 08:14 / Category : 직장인/직장인의 일기



어느 날 한 회신 신문사의 기자에게 연락이 왔다. 

한국 사회의 구조조정과 관련해서 직장인들이 정년까지 일을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신문 인터뷰를 하는 중이기에 예의를 갖추고 얘기를 해야 하는데 나는 이 인터뷰가 조금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물었다.  




기자님. 저 역시 15년 째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 입니다.  
기자님은 얼마나 직장생활을 하셨나요?

지금 6년째 입니다. 

아 그러시군요.  한가지 더 여쭤봐도 될까요? 
기자님은 정년까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   

아뇨. 그렇게 하기는 힘들것 같네요.

그럼 왜 정년까지 일을 못할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야. 뭐 제 주위에도 정년을 채우는 사람은 한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으니까요. 
기자라는 직업이 안정성이 높거나 전문성을 쌓기에는 힘들 수도 있구요...

아. 그렇게 생각하시는 군요. 
그럼 일반적인 직장인은 왜 오래 일하는 것이 힘들까요?

.....................  




그 질문 하나에 그녀는 무려 30분 동안 자신의 얘기를 했다.  마치 상담 센터에 찾아온 사람처럼 미친듯이 그의 생각과 직장생활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나는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반응해주고 피드백을 주며 발을 맞춰 주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방금 기자님이 말씀하신 이유 때문에 회사생활을 정년까지 하는 것은 힘이 듭니다. 기자님이 하신 얘기에 제 얘기를 조금 섞으시면 좋은 텍스트가 나올것 같네요.  거기에 더하자면 한국 산업 구조가 지나치게 서비스직에 편중되어 있어 더더욱 어렵구요. 그 부분은 통계자료를 찾아서 넣으셔도 될것 같아요."











그렇게 마무리를 하며 한시간 동안의 통화는 끝났다.  

결국 그녀는 답을 알고 있었다. 기사를 위해 다른 사람의 입을 빌리려고  검색을 해서 나를 찾았고 전화를 했을 뿐이다.  이미 자신 안에 답이 있었지만 기사화 하기에 객관성이 적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 주위에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들이 많다.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대면하고 싶지 않은 껄끄럽고 끈적한 현실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현실을 외면하고 맞서려고 하지 않는다.  친한 친구와의 술자리에서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친구들에게 힘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얘기를 꺼내 놓지만, 이내 친구들의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와 '다 그런거야. 뭐'라는 말이 용기를 집어 넣는다. 


마주해서 이겨내야 하지만 결코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일. 
언젠가 일어날 수 밖에 없지만 지금 오늘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일.


그것이 직장인에게 닥치는 퇴사 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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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노트를 정리하다가 찾은 2016년의 글을 옮겨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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