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맛을 결정하는 3 요소

Author : 손성곤 / Date : 2019.03.28 07:30 / Category : 직장인/직장인 생각들



자신의 역량을 회사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이직을 고민하거나, 자기네 회사에는 다른 회사처럼 괜찮은 직원이 없다며 직원을 교체 해야겠다고 할 때,  혹은  어떤 일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매니저의 리더십으로 단정 짓거나 하는 이들을 만나 상담을 할 때면 저희 집 커피 머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느 날부턴가 집에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내리면 맛이 너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커피 빈을 더 좋은 것으로, 더 좋은 것으로 바꾸었지요. 커피 맛이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맛에는 한계가 있더군요. 하루는 남편과 백화점 가전코너에서 커피 머신을 구경하다 에스프레소 시음을 했습니다. 남편과 저는 동시에 서로를 쳐다봤습니다. 



"바로 이 맛이야."



그때 알았습니다. 

커피 맛을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우리 집 커피 맛의 근본적인 문제는 커피 빈이 아니라 커피 머신에 있다는 사실을요. 커피 머신이 오래되어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때 필요한 충분한 압력을 가하지 못했던 겁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더 비싸고 품질 좋은 커피 빈만 찾고 있었던 거예요. 정작 문제는 커피 머신이었는데 말이죠.










커피 머신을 교체하자 커피 맛은 확연히 좋아졌습니다. 좋은 커피 빈을 넣으면 향과 맛이 좋은 에스프레소가 나오고, 평균 이상의 품질이면 큰 차이가 없으며, 저렴하다는 이유로 품질 안 따지고 구매한 커피 빈을 넣으면 참 정직하게도 그에 상응하는 에스프레소가 나온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반대로 커피 머신도 커피 빈도 다 좋은데 제대로 된 커피 맛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리스타의 역량 때문입니다. 정말 똑같은 조건에서 뽑아낸 에스프레소인데 누가 하느냐에 따라 신기하게 맛의 차이가 있거든요.




개인 vs. 조직 vs. 리더




다시 고민 상담으로 돌아와 봅시다. 

회사가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지 않는 것 같고, 직원이 무능한 것 같고, 리더의 리더십이 문제인 것 같아 컴플레인을 할 때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것이  커피 빈 (개인)의  문제인지, 커피 머신 (회사라는 조직 )의 문제인지, 좋은 자원을 다 가지고도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바리스타(리더십)의 문제인지를요.



커피 빈의 문제인데 커피 머신을 바꾸고, 커피 머신의 문제인데 커피 빈을 바꾸고, 바리스타의 문제인데 커피 빈이나 커피 머신 바꾸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요. 그 상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급한 마음에 섣불리 내린 결정들의 반복, 실력은 늘지 않고 경력 기간만 늘어갑니다. 3년차 직장 고민을 30년째 인생 고민으로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언제나 제대로 된 진단이라는 것을 잊지 말기로 해요.






원문 : 김희양 님 페이스북 




 



Tags : 그래이맛이야, 리더십, 조직의맛, 커피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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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떠난 사람들 33_ 게임회사 그만두고 전기기술자로 직업을 바꾼남자 2

Author : 손성곤 / Date : 2019.03.26 07:30 / Category : 회사를 떠나다




- 1 편에서 이어집니다 (1편 먼저 보기) - 




▶ 이름만 대면 아는 대기업을 다니다가 소위 노가다로 보이는 일로 업을 바꾸었다.  만나는 사람들이 어쩌다 이 일을 하게 됐어요?” 라고 많이 물을 것 같다. 뭐라고 답하나?

맞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회사가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고 나의 직업을 위해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럼 사람들 표정이 달라진다. 거기에 출신회사를 말해 주고 석사 학위, 기사 자격증까지 있다고 하면 사람을 달리 본다. 내 자랑이 아니라 그게 우리 사회의 기술직을 바라보는 현실인 것 같다.

지만 내가 이름도 없는 시시한 회사를 다니다가 이 일을 했으면 어땠을까? 그냥 할 일이 없으니 아버지 일을 하는구나.’라고 여기고 더 묻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 인터뷰를 하는 것도 내가 유명 대기업을 다니다가 때려 치우고 직업을 바꿔 전기일을 하는것이 아니었다면 인터뷰를 제안하지 않았을 거 아닌가? 솔직히 우리나라 좋은 대학 나오면 알아주듯이,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회사 다니는 것도 알아준다. 그게 현실이다.

 

▶ 직업을 바꾸는데 좋은 시기가 있다고 생각하나?

분명히 때가 있다고 본다. 내 나이가 서른 일곱인데 35살 전후가 아니면 그 이상의 나이면 조금 힘들 것 같다. 직업을 바꾸는 전직은 완전히 새로운 일이다. 반드시 공부를 해야 한다. 전직은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지 않으면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공부가 필수다. 그래서 냉정하게 사십대가 넘어서면 많이 힘들지 않을까 싶다. 재직하면서 40대 이후가 되었다면 아직 무얼 할지 모르겠다면, 최대한 회사 생활을 연장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본다. 인사팀장 바지 가랭이를 붙잡아서라도 말이다.

 

▶ 책을 준비중이라고 들었다. 어떤 책인가?

전기기사 자격증 공부하면서 이해하게 된 전기 이론같은 것을 좀 쉽게 블로그에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써 놓고 보니 제법 많은 꼭지가 되었다. 그걸 보고 중견 출판사에서 먼저 책을 내자고 연락이 왔다. 그러다 보니 이공계쪽 전문, 유명 출판사에서 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성안당이라는 이공계 전문 출판사에 투고를 했다. 바로 다음날 오전에 편집국장님이 나에게 전화를 하시며 함께 좋은 책을 쓰자고 제안하셨다. 그리고 이전 출판사와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하게 되었다. 결국 블로그를 꾸준히 하면서 많은 기회가 생기게 된 것이다. 올 가을정도에는 출간하게 될 것 같다. 

책의 타겟은 전기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부터 전기 자격증을 공부하기 전의 예비 수험생이다. 전공자가 읽어도 상관없지만 비전공자가 읽어도 전기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쓰고있다. 전기 이론뿐만 아니라 전기 상식, 전기 공사에 대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고 직접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토대로 설명하려 한다.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은 글을 쓰는 것을 어려워하고 전기 이론을 잘 아는 교수나 학자의 경우는 오히려 현장일을 잘 모른다. 두 부류의 중간에 위치한 나는 오히려 책쓰기 좋은 환경이었다.

국내 전기 관련 책의 대부분이 일본인이 쓴 책이다. 한국과 일본의 전력실정이 맞지 않은 부분이 많다. 그런데 대다수 번역자들이 전기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기에 일본의 전력 실정 그대로 우리가 배우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쓰는 책은 한국의 전력 상황에 맞는 책이 될 거다.

 







▶ 책을 쓰는데 자부심이 있는 것 같다.  

좋은 기회다. 책을 쓰면서 드는 생각은 결국은 내 안에 있는 것들을 적당히 밖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안의 생각이나 지식을 대중들이 볼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을 하고 드러내야 나라는 존재가 알려지는 것 같다. 매번 남들이 하는 것만 보면서 나도 저 생각했는데하며 후회해 봐야 스트레스만 쌓인다. 생각했으면 표현하고 드러내야 한다. 블로그가 되었던 유튜브가 되었던 딜리버리하는 수단일 뿐이다. 가장 핵심은 나를 표현한다는 것 그 자체다. 나도 표현하고 생산하면서 기회를 잡기 시작했다.


▶ 지금 전기일을 하는 것은 어떤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있나?

만족한다. 하지만 불안한 점이 있다. 지금의 나는 아버지에게 고용되어 일하는 월급쟁이 형태다. 가끔 드는 두려움은 만약 아버지가 없다면이다. 마치 어느 날 회사에 갔는데 내 책상이 없는것과 같은 두려움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다면 나 혼자 덜컥 남겨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스스로 나의 미래를 만들고 신뢰를 이어가며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조금 있다.

그래서 어서 책을 내고 마흔살쯤에는 전기쪽의 최고 자격증인 전기기술사준비를 하려고 한다. 기술사를 취득하고 나면 현장일보다는 건물 시공 시 감리 등의 일을 할 수 있다. 책을 쓰고 기술사를 따고 또 남들보다 뒤떨어지지 않는 언변을 활용해서 학원이나 전문대학교 등의 시간 강사를 할 수도 있다. 기술사 자격증 그리고 전기 관련 책을 쓴 경험, 석사학위 거기에 현장경험까지 있으면 이쪽 필드에서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그것이 내가 홀로 섰을 때 이루고자 하는 Plan B의 명확한 모습이다.

 

▶ 또다른 Plan B를 준비하는건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 싫어서 인가?

싫어서는 아니다. 그리고 아버지에 비해 나는 충분히 노련하지 못하다. 아버지는 30년이 넘으셨고 나는 3년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잘하는 장점이 분명히 있기에 그걸 살리고 싶은거다. 예를 들면 말을 조리있게 한다거나 글을 쓰는 것 말이다. 내 장점을 더 활용하고 싶다.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님의 추천으로 세계적으로 공신력 높은 지능검사인 웩슬러 아이큐 검사를 받았다. 임상심리학자를 통해 1:1로 받아본 것이었는데 이때 지능이 상위 2% 이내 드는 최우수 지능을 판정받았다. 특히 언어성 항목에서는 상위 0.067% 수준으로 매우 높게 나왔다. 이는 손을 직접 쓰는 것보단 말과 글과 같은 언어성 지능쪽에 재능이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자신의 재능이 뭔지 알고 거기에 맞게 사는게 좀더 탁월한 선택이 아닐까 한다.

 

▶ 힘든 일은?

사실 회사를 떠나서 현장에서 일을 하는 초창기에는 많이 낙심도 되었다. 최신식 건물과 최고의 복지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여름엔 에어컨 겨울에 히터 빵빵하게 나오는 곳에서 일했다. 그러다가 먼지 많고 춥고, 더운 곳에서 일하는 게 솔직히 쉽지는 않았다. 먼지구덩이에서 일하다가 잠깐 쉴 때는 약간의 자괴감도 들었다. 다시 군대로 돌아간 기분도 들었다. 일이 힘들어서 몸이 힘든 것보다는 익숙한 일을 떠나서 내 스스로가 완전 초짜가 되는 일을 한 다는 것이 처음에는 스트레스가 되었다. 이제는 익숙해졌고 나아졌다.

 

▶ 이런 직업의 변화에 대해서 부모님의 반응은 어땟나?

아버지에게는 가끔 더럽고 춥고 덥고 한 현장일이 힘들다고 푸념을 했었다. 그럴때마다 아버지는 너는 지금 먼지나는 현장에서 일하지만 나와는 다르게 더 나은 일을 하게 될꺼야라고 말씀하셨다. 당신도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아들이 좀더 나은, 또 다른 일을 하기 원하는 희망과 내가 공부하고 배운 것을 썩히지 말하는 말씀으로 생각되었다. 어머니도 아들이 이 일을 하는걸 원치는 않으셨다. 아버지가 힘들게 일을 하시는 것을 아니까 자식까지 그 일을 하는걸 어머니는 당연히 내켜하지 않으신 거다. 하지만 지금 어머니는 만족해하신다. 아들이 아버지의 든든한 직업 조력자가 되고 또 책도 쓰고 평생 직업과 돈벌이가 안정적이기 때문인 것 같다. 어머니가 모임에 나가면 내 또래 친구들이 갑자기 실직하거나 직장에 대해 불안해하시는 것을 많이 보신다는데 그런면에서 아들의 선택이 잘한것 이라고 느끼신다고 한다.

 

▶ 일을 하면서 생각이 바뀐 부분이 있다면?

직업에 대한 관념이 바뀌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당신의 직업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만약 ‘OO기업 전략기획팀에서 일합니다.’ 라고 이야기 한다면 그건 직업이 아니다. 그것은 그냥 직책이다. 그의 직업은 '회사원'인 것이다. 직업은 어떤 소속안에서의 직책이 아니라 스스로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기기술자는 회사에 속해도 전기기술자고 나와도 전기기술자다.

어머니께서 얼마전까지 백화점의 판매사원으로 일하였다. 그 당시 어머니에게 질문을 했었다. 어머니의 직업은 무엇이냐고. 어머니는 백화점 판매사원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재차 여쭈어 보았다. 그 백화점을 떠나면 직업이 무엇이냐고. 어머니는 바로 대답하셨다. "백수지 뭐야~" 그런면에서 보면 누군가에게 종속되지 않고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직업 인 것 같다. 어머니와 대화를 통해 회사와 직책에 얽매이지 말고 더더욱 스스로 설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 직업이 좋다는 것이 여기에서 나온다. 이들은 병원이나 로펌 등에서도 월급을 받아가며 일을 할 수 있지만 언제라도 나와 자신의 직업을 살리며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다. 회사에서 나는 데이터 분석가로 일을 했지만 그건 회사라는 조직의 울타리 안에 있을때 뿐이다. 밖으로 나가면 혼자서 무언가를 할 수가 없다. 회사에서 뿐 아니라 회사라는 시스템 밖에서도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진짜 전문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같은 직업으로 수익을 창출 할 수 있는 직업이 제대로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 회사안에서 하던 일을 이어서 회사 밖에서 일할 수 있는 직종은 대단히 한정적이다. 만약 내가 회사안에서 하던일을 밖으로 이어갈 수 없는 직종에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지속적으로 일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언지를 끊임없이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 아니다. 좋아하는 것은 취미로 두는게 나은 것 같다. 직업이 되면 즉, 돈벌이가 되면 좋아하는 것을 잃어버리게 된다. 대신 자신이 남들보다 이거 하나는 잘할 수 있다 싶은 것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여러가지 많은 경험을 직접 해 보고 직접이 하기 어렵다면 그런 직업의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다.

나도 통계학 석사까지 하고 뺀찌잡고 전기설비하고 누전잡는 일 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물론 운 좋게 그 일을 하시는 아버지가 가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만약 회사가 어려워져 나가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처럼 늘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안일주의가 있다. 그러다 보니 미래를 의식을 안하고 그냥 어차피 안될거 이 순간을 즐기자는 생각이 좀 많은 것 같다. 결국은 당연한 얘기지만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하는 수 밖에 없다고 본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고민을 별로 안한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친구들한테 얘기를 해도 그저 흘려 듣는다. 필요한 사람은 열심히 찾으려 하지만 필요치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얘기해도 듣지 않는다. 내 나이가 서른일곱인데 직장에 다니는 내 친구들 중 10년 후에도 직장에 있는 친구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때 가서 고민하기엔 너무 늦은게 아닐까?

 

▶ 중요한 질문이다. 돈은 잘 버나?

질문지를 받고 아버지와 잠깐 상의했었다. 회사 다닐 때보다 두배 이상은 번다. 연봉 일억이면 한달 실 수령액이 650만원 정도일 거다. 평균적으로 그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아버지와 둘이 번 돈을 단순히 반으로 나누었을때 기준이다. 하지만 아직은 아버지께 월급을 받는 상황이기에 어디가서 연봉 1억이라고 말하기엔 애매하다.

이런 기술직은 갖추어야 할 재료만 있으면 나머지는 모두 수익이 되기에 영업 이익률은 높은 편이다. 어머니께서 일을 그만두시고 지금 가게에서 전기재료 판매일도 같이 하고 계신다. 그리고 작지만 오랫동안 새들어 있던 가게를 나와 상권 도로변 상가주택도 대출받아서 작년에 매입했다. 1억이 좀 넘던 대출도 갚았다. 원래는 2년동안 갚자고 목표를 설정했는데 1년만에 갚았다. 기술직의 장점 중 하나가 큰 고정비 없이 창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작은 카페를 하나 오픈하려고 해도 인테리어만 해도 수천에서 1억은 넘어가는데 말이다.

 

▶ 하루 일과는?

아침 9시 출근. 10~4시 까지 현장 일. 5시 정도 가게로 돌아와서 업무일지 작성, 견적서 작성, 세금계산서 발행, 가게 장부 정리 등 사무업무를 한다. 6시에서 7시 사이 퇴근하고 헬스장에 간다. 헬스장에 가서 기본적인 운동을 하고 집에 돌아와 책을 쓰거나 전기 관련 공부를 한다. 블로그는 주로 주말 저녁에 몰아서 관리를 한다.

 

▶ 직장인 중 일부는 미래가 불확실하지만 별다른 행동없이 회사만 다니는 인생을 산다. 그리고 준비없이 세상에 던져진다. 왜 그런다고 생각하나?

돈 때문이라고 본다. 당장 생활해야 할 현재 수준의 삶을 유지시켜줄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장의 그 돈벌이 만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본다. 능력과 자신감이 있다면 더 좋은 곳으로 이직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도 좀 회사마다 다른데 정말 괜찮은 회사인데 오래 버티면서 연봉도 계속 높은 상승율을 자랑한다면 능력있는 것이다. 그런데 시시한 회사에 연봉도 잘 안오르면서 계속 다니는 것은 이직할 만한 능력이 되지 않아 소위 '버티기' 하는 것이다.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는 직장인들아, 안주하지 말고 스스로를 계발해 나가라라는 말이 뻘소리가 아님은 나도 밖에 나와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직장 다니면서 월급이라는 보험이 나올 때 무언가 다른 일을 계속 시도해 봐야 한다.

 

▶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본다면? 대안을 찾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다양한 부류의 사람을 만나보기 바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준거집단을 중요하게 여기고 영향도 많이 받는다. 유명회사 다니는 사람들은 유명회사 다니는 사람들만 만나고 비슷한 분류의 사람들만 만난다. 그리고 비슷한 얘기만 나누게 된다. 그렇게 만나면 대화는 통할 수 있지만 생각이 충돌하면서 얻는 찰나의 깨달음이나 발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경험이 많은 사람,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면 좋겠다.

나는 이 일을 하기전에는 사다리차를 한시간 쓰고 주는 돈 10만원이 아까웠다. 하지만 전기일을 하면서 사다리차 기사분들을 만나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전기선 끊어먹지 않고 물건을 잘 올리고 내릴 수 있게 세팅하는 것이 기술이 필요했고 또 사다리차 구입, 유지 비용이 꽤 들어가는 것도 알았다. 만나고 얘기하니 알게 되고 눈이 넓어지는것 같았다. 결국은 현재의 당신이 편안하게 느끼는 준거집단을 벗어나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꽤나 쉽지는 않다.

 

▶ 취업이 어려운 시기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에게 하고픈 말이 혹시 있나?

학생은 단어 그대로 배우는 시기다. 이 때 최선을 다해서 후회없이 배우고 공부했으면 좋겠다. 아울러 취업시기가 되면 취업을 통해 회사는 어떻게 돈을 벌고 운용하고 사람을 관리하는지 배웠으면 좋겠다. 아무리 창업 아이템이 근사한게 있다해도 조직생활 경험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말을 꼰대라고 생각하고 내 인생 내가 살 테니 당신이나 잘하세요라고 말한다면 할말은 없다. 40대부터 60대 까지가 많이 하는 후회가 좀 더 많이 공부할 걸이라고 한다. 학생 때라도 후회하지 않도록 많이 배우길 바란다. 세상에 쓸모없는 배움은 없다고 믿는다.

 

▶ 혹시 대학교도 가지 않고 취업도 하지 않고 그냥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이 일을 했으면 어땠을 것 같나?

직장생활보다 잘 벌고 만족도도 높고 해서 아버지에게 질문과 비슷한 말을 한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만약 그랬다면 너에게 이 일을 안 가르쳤을 거다.’라고 하셨다. 지금이야 공부도 할 만큼 했고 직장도 다녀봤으니까 미련이 없는 거야. 고등학교만 나오고 이 일했으면 이 정도 버는 돈의 소중함도 모르고 돈을 썼을 거고, 대학생들의 문화를 부러워했을 거고 유명회사 직장인도 부러워 했을거야. 그렇게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이 있는 상태라면 넌 이 일을 오래하지 못했을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 사실 유명회사 퇴사도 미련이 없기에 이 일에 더 집중해서 더 높은 목표도 설정하고 일할 수 있는 것 같다. 아버지 말씀이 맞았다. 아버지의 삶의 지혜가 켠켠히 쌓인 것을 느낀다. 아버지가 위대해 보였다.

 

▶ 서른 다섯살의 후배가 나도 회사 그만두고 다른 일로 전직을 하겠다고 한다면 해주고 싶은 말은?

어떤 일이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지를 묻고 싶다. 그 말은 스스로 납득할만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가슴 뛰는 열정이 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 세상에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서른 다섯이라면 열정만 있어서는 안되고 무언가를 잘 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좋아하는게 아닌 잘하는 일이 있어야 한다. 인맥, 사람 중요하다고 하는데 도움을 줄 사람은 있는지, 좋아 보이고 그냥 괜찮아 보여서 하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다. 삼 십대 중반은 스스로에게 책임감을 많이 가져야 하는 나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시기의 결정이 인생을 바로미터가 되는것을 연장자들의 대화를 통해 많이 느꼈다. 이때 가장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아야 한다. 그리고 올바른 선택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 본인이 생각하는 성공이란?

물론 일반론적으로 본다면 돈이 성공의 우선적인 기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로또 당첨되서 50억을 갖게 된다고 성공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성공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의 잣대를 세우고 그것에 다다르는 것이라 생각한다. 대학교, 대학원, 직장에서 수없이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고 당했다. 남는 것은 너덜너덜해진 자존감 뿐이다.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상태가 성공이라고 본다.




<센서등 지원 사업 업무 협약식>



 

▶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삼십대 후반이 되면서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부여되는 시간이지만 시간은 야속하게도 우리 편이 아니다. 꾸물거리는 만큼 시간의 가치를 얕보는 것이다. 급하고 빠르게 살라는 것이 아니라 항상 시간의 가치를 염두하고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살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은?

내가 거주하는 성남은 언덕도 많고 어렵게 사시는 저소득층 독거노인도 많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동네 노후 주택에 센서등을 달아주는 재능기부였다. 2월 말에 성남시 사회복지과와 협약식을 가졌다. 나도 이렇게 전기 기술자로 직업을 바꾸고 연착륙 하고 있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 아버지를 믿고 찾아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좋은 일 한다고 잘났다.’라고 자랑하고 싶은게 아니다. 아버지께서도 당신이 30년이 넘도록 성남시에서 일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성남시 주민들 덕분이라고 말씀을 하신다. 그런 분들에게 어떤 식으로 든지 보답을 하고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다. 이렇게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하다.






▶ 직업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자신이 주체적으로 직업을 바꾸지 못하면, 타의에 의해 바꾸어짐을 당한다면, 결코 원하는 일을 할 수 없다.   그는 눈에 쉽게 보이지 않고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전기 기술자로 진로를 바꾸었다. 직업을 바꿀 수 있었던 계기인 자신에게 주어진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던 기회에 감사하고 있다.  그리고는 이미 그 다음 Plan B까지 준비하고 있다. 

삶은 어디서나 계속된다. 아무리 자극적이고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세상이지만 우리는 오롯이 혼자서 세상을 만나고 이겨내고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곳에 멋지고 편한 사무실이건 먼지 나는 현장이건 말이다. 직장인에서 진짜 직업을 찾는 길을 떠나는 모든 사람들은 존경한다.  ◀







Copyright 직장생활연구소회사를 떠난 사람들 : 손성곤이 인터뷰 했습니다. 



Tags : 소망전기공사, 전기기사, 전직, 직업을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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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떠난 사람들 33_ 통계분석자에서 전기기술자로 직업을 바꾼 남자 1

Author : 손성곤 / Date : 2019.03.22 07:30 / Category : 회사를 떠나다


▶ 자기소개를

전기 공사와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1983년생 37세 전기 기술자 김명진 입니다.

 

▶ 회사를 중심으로 경력을 알려달라

대학은 02학번으로 학부를 거쳐 대학원까지 통계학을 공부했다. 군 전역 후 마음잡고 공부하니 재미가 붙었다. 재미를 느끼며 공부하니 성적도 잘 나오게 되어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게 되었다. 통계학은 학부만 가지고는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가 힘든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전문대에는 통계학과가 없다. 짧은 커리큘럼으로는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4년도 기본적인 것을 배우는 수준이다. 응용이나 심화를 하려면 최소 석사까지는 공부를 해야 했다. 한국에서 통계를 공부했다라고 인정받으려면 최소 석사까지는 해야 한다. 대학원시절에는 우수논문으로 총장상도 받았다. 그 후 석사 학위를 받고 2011년에 대학원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 입사했다.

 

▶ 직장에서 통계분석은 어떤 일을 하는 건가?

한마디로 필요한 정보를 쿼리로 짜서 추출하고 분석하고 이를 보고서로 정리해서 전달해 주는 일을 했다. 대형 게임회사에서 데이터 분석을 했었는데 게임은 로그데이터가 있다. 게임의 캐릭터가 하는 모든 행동, 채팅 등의 정보가 모두 데이터로 남는다. 이러한 데이터 중에 비즈니스적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하는 일을 했다. 게이머들이 '얼마나 결제를 하는가?', '어떤 이벤트에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반응을 하나?' 등에 대해 자료를 뽑고 분석하는 일을 했다. 쉽게 말해 언제, 어느 상황에, 어떤 사람들이 지갑을 열고 돈을 쓰는가에 대한 자료를 뽑는 것이었다. 비즈니스적인 Interaction이 발생하는 순간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메인 업무였다.

 

▶ 일 자체가 같은 일의 반복인데 할만했나?

일 자체가 싫지는 않았지만 너무 뻔하고 당연한 일들을 가지고 논리를 억지로 만드는 것이 힘들었다. 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 많았는데 윗사람이 보고서를 쓰윽 보고 이건 당연한 얘기잖아. 뭐 신선한거 없냐? 색다른거 없어?” 혹은 , 자동차 바퀴가 둥근거는 누구나 다 아는 거잖아? 왜 맨날 내용이 똑같냐?”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 나는 발생한 사실을 그대로 분석했을 뿐인데 말이다.

 

▶ 테이터 관련업무는 전도유망한 전문직 아닌가? BIG DATA 뭐 이런 말도 많다.

일반인들이 궁금해 할 수 있는 질문이다. 나도 통계의 통달한 전문가라고 보기엔 어렵지만 내 시각에서 볼 때 우리나라에 통계전문가가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 두가지라고 생각한다. 우선 하나는 대한 민국은 나의 데이터가 공개되는 걸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는 당신의 이런 이런 데이터를 내가 이런 용도를 위해 수집한다. 싫으면 체크해라라고 물어본다. 반면 우리나라는 반대다. ‘당신의 이런 이런 데이터를 수집해도 되나? 체크해라이렇게 된다. 그러니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 자체가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설문조사도 제대로 답을 안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한국이다.  두번째는 사실에 근거한 통계 데이터보다 위에 관료주의가 있기 때문에 힘들다. 데이터와 통계적 숫자에 근거해서 결과를 말하고 제안을 해도 윗사람이 ‘NO’ 하면 끝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한 합리적 의사결정이 관료주의 때문에 요원한 것이다. 때로는 정답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부합하는 데이터를 찾는 사람이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 회사를 퇴사한 이유는 무엇인가?

회사라는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당장 위의 선배들을 보아도 정기 인사이동에 앞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을 보았다. 당장 회사에서 자리배치만 새로 해도 스트레스 받는게 회사 생활이 아닌가? 특히 내가 일했던 게임 분야는 정년이 짧다. 40대 초중반에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서지 않으면 회사안에서 미래를 생각하기 힘들었다. 나는 회사에서 임원을 달만한 능력도 되지 않아 보였고 정치나 인간관계 이 모든게 쉽지 않았다. 특히 내가 했던 데이터 분석은 회사에서는 일이 되지만 이를 가지고 개인사업을 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버틸때까지 버티다 한계를 느껴 나가게 되면 더욱 큰 인생의 모험을 하게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가 아닌 다른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다른 일로 새롭게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회사에 기대하기 보단 새로운 직업에 대한 고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몇 개월을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이 아버지가 하시는 전기기술자라는 직업이었다.

 









▶ 새로운 직업으로 전기기술자를 선택하기전 고민한 것은?

친구들에게 얘기했을 때 70%는 아버지의 일을 물려 받으라고 했다. 그리고 30%는 대학원까지 나오고서 유명회사를 다니던 놈이 현장 노가다 일을 하는 것을 반대했다. 내가 가장 크게 갈등한 것은 돈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완전히 다른 분야를 해야 하는데 내가 서른 중반이 넘은 이 나이에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제부터 평생동안 노가다라 불리는 일을 해야 하나?’라는 두가지 고민이 있었다.

계속 고민하며 전기기술자의 일을 할 때와 현재의 유명회사 직장인 모습을 비교하며 SWOT 분석을 해 봤다. 직업적 안정성 측면은 전기 기술자가 나았다. 내 몸만 건강하면 스스로 은퇴시기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기일을 오래 하면 할수록 더 많은 경험이 쌓이고 그 경험이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 일한 시간이 곧 자산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오래 다니면 일 잘하는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고 계속 끝없는 경쟁을 해야 한다. 나는 선천적으로 경쟁이나 정치를 하는 것을 싫어 한다.


아무런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회사를 떠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결국 치킨집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었다.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의 자영업은 그냥 천천히 죽는 것이라 자신이 없었다. , 이 길이 맞고 아니고를 고민하는 시기에 먼저 뛰어 들어서 해 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조금이라도 힘이 있어서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때, 또 가르쳐 주시겠다고 할 때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도 이제 삼십대 중반이 넘었기 때문에 머리가 조금이라도 말랑말랑 할 때 배워야 했다.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망설였던 시간은 삶에 전혀 도움이 안되었던 것 같다.

 

▶ 전기 일이 관심이었던 건가? 그냥 아버지가 해서 관심이 생긴건가?

아버지가 했기 때문에 보였던 것 같다. 사람이 직접 손으로 하는 일이니 기술만 배우면 먹고 살수 있을 것 같았다. 또 아버지께서 성남쪽에서 30년 넘게 전기기술자로 전기를 전문적으로 하셨기 때문에 인맥이 엄청 많았고 터전이 완전 잡혀 있었다. 길만 지나가도 전기 사장님하고 부르며 커피한잔 하고 가라는 분들이 많았다. 또 하나 이유는 아버지가 은퇴시기를 밝히셨다. 그 당시 60세 이셨는데 65세가 되면 뒤돌아보지 않고 은퇴를 하시겠다고 했다. 그 말씀을 듣고 나니 아버지가 이 곳에서 전기 관련 일을 하시면서 쌓아오신 현장 노하우나 주변 고객들의 신뢰 라는 큰 자산도 솔직히 아깝게 느껴졌다.

내가 직장인으로 임원을 달것도 아니고 어차피 40대 중반이 최대로 오래 다닐 수 있는 나이었다. 그런데 전기쪽 일은 정년도 없고 주변 사람들의 인정을 더 받을 수 있는 일이었다. 아버지가 대학도 안 나오셨지만 인생을 대단히 슬기롭게 사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번도 일이 힘들어 죽겠다. 못해 먹겠다.’라는 말을 하시는걸 들은적이 없다. 직장인들이 매일 입에 달고 사는 말인데 말이다. 늘 무한 긍정으로 일에 만족하시면서 사셨던 것 같다. 그래서 여쭤봤다. ‘아버지, 내가 전기쪽 일하면 어떨까?’ 아버지는 그 말에 좋아. 보람도 있고, 정년도 니가 정할 수 있고, 니가 원하면 가르쳐 줄께라고 하셨다. 

 

▶ 결국 아버지가 전직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것 같다.

맞다. 그래서 늘 아버지에게 감사하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나는 동수저 아니 은수저는 되는 것 같다. 부모를 잘 만났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부자는 아니지만 기술이 있고 성실하시고 늘 긍정적이시고 그 기술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하신것도 너무 감사했다.

 

▶ 누군가 너는 아버지가 하니까 쉽게 직업을 바꾼 것 아니냐?” 라고 악플을 단다면?

실제로 그런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다. 내가 이재용 아들로 태어난 것도 아니고 고작 전기공사업체 사장님, ‘순돌이 아빠순돌이로 태어났는데 그것도 배아프다면 할 말은 없다. 운은 운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모가 이런 소위 노가다처럼 보이는 3D 업종에서 일을 하는데 모든 자식들이 그 일을 물려 받지 않는다. 실제로 안정적인 기술직을 하시는 아버지 친구분이 아들에게 이 일을 물려받으라고 해도 싫다고 하는 경우도 봤다. 심지어 취업도 안 하면서 말이다. 아버지도 그렇지만 아들도 열린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나는 아버지가 좋은 모습, 늘 긍정적인 모습만 보여주셨고 관계가 좋았다. 아버지 친구분들은 아버지를 너무 부러워한다.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것도 그렇긴 하지만 아들과 함께 즐겁게 가르치면서 일하며 사이가 좋은 것을 더 부러워한다.

 




<판교의 직장인 시절>





▶ 일하면서 전기기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어떻게 할 수 있었나?

회사를 그만두고서 노는 시간 없이 바로 일하며 공부하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아버지 따라다니면서 현장에서 일하며 배웠다. 저녁에는 간단히 밥먹고 7시에 바로 학원에 가서 10시까지 자격증 공부를 했다. 학원 끝나고 나서 씻고 11시부터 한 두시간 더 공부를 하고 자는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지만 유명회사 다니다가 나와서 노가다 일 준비한다는 것도 약간의 자괴감이 들긴 했다. 아주 친한 친구 몇몇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직업을 준비한다는 말도 못했다. 낮에는 현장일 하고 밤에는 공부하던 시기가 직업을 바꾸면서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 현장에서 일하는데 기사 자격증이 필수인가?

그렇지 않다. 없어도 일하는데 문제는 없지만 만약 전기사고 등 문제가 생기면 자격증 유무에 따라 책임의 경중이 달라진다. 또한 자격증이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 사실 전기기사는 이공계 자격증 중에서 가장 응시자가 많다. 기사 자격증이 있으면 법적선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큰 빌딩의 경우는 전기실이 있고 반드시 산업기사, 기사 등의 자격증이 있어야만 일을 할 수 있다. 그 일을 하는 분들은 전기사고만 안 터지면 계속 일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인기가 많고 자격증 시험의 난이도도 매우 높다. 대학생들도 취업에 큰 도움이 되는 자격증이다 보니 많이 응시한다. 전기직 공무원이나 한전을 가려는 친구들도 많이 응시한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 통계학 석사를 딸 때 보다 전기기사 자격증을 취득하는게 더 힘들었던것 같다.


▶ 우리나라에서 몸을 쓰면서 일하는 기술직은 조금은 하대하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어떤가?

몸쓰는 일을 조금 낮게 보는 인식은 아직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기술직과 노가다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노가다는 기술이 없이 누가 시키는 일만 하는 몸만 건강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잡부에 가깝다. 하지만 기술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기술과 노하우가 없으면 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조끼 입고 안전화 신고 빨간 목장갑 끼고 있으면 그냥 무조건 노가다라고 취급한다. 또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를 제외하고는 모두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IMF시기를 겪고 상시 구조조정 인력 감축이 일상이 되면서 사무실에서 일하는 화이트칼라 직업 안정성이 무의미하다는 인식이 점점 퍼지고 있다. 물론 대학까지 나온 사람이 현장일을 하는 것을 스스로 못마땅하게 생각할 수 있다. 나도 예전엔 그랬다. 하지만 사무직으로 당하는 시점에 사무직과 기술직의 미래를 본다면 어떤 일이 나을지는 누구나 알 것이다. 아직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개선은 피부로 느끼긴 어렵지만, 점점 기술직을 우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건 사실인 듯하다.

기술직 분들이 고객들을 대할 때 친절한 서비스 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만 자세한 설명만 해주어도 인식 개선이 빨라질것 같다. 나는 일을 맡아서 하면서도 어떤 문제 때문이었고, 그래서 이렇게 조치를 했고 앞으로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라고 가능한 쉬운 용어로 설명을 해 준다. 하지만 아직 대다수 기술자 분들은 자신이 조치한 것에 대해 말을 잘 안 한다. 자신의 기술이 세어 나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은 무뚝뚝하고 불친절하고, 왠지 바가지를 쓴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 차이 때문인 것 같다.

 

▶ 고객은 누구인가?

개인도 있고 회사도 있다. 전기를 쓰는 곳이면 누구나 고객 될 수 있다. 과거에는 대부분은 소개로 일을 받아 진행했다. 한 곳에서 만족하면 다른 곳에 소개를 해 준다. 매일 필요한 일을 아니지만 필요할 때 누구를 어떻게 찾아서 해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렇게 소개받은 곳에서 일을 하고 왔다. 회사 다닐 때보다 평판관리가 훨씬 중요하다. 신뢰의 근거한 평판이 중요하다. 한 동네에서 오래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뢰가 꾸준히 쌓여 있다는 것이다. 모든 자영업이 그렇지만 신뢰가 무너지면 절대로 같은 곳에서 오래 할 수 없다. 기술자들도 자신의 기술을 믿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도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배움이 짧은 사람들이 하는 힘든 일이 아니라 많이 배우고 잘 아는 믿을 수 있는 전기 기술자가 되어야 한다.

 

▶ 삼십대에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젊은 감성으로 하는 일이 있다면?

요즘 사람들은 폰 하나로 모든걸 해결한다. 그래서 반드시 스마트폰에서 우리 전기공사 업체를 찾을 수 있게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블로그다. 누구나 하는 좀 유행이 지난 수단일 수 있다. 하자만 네이버 블로그는 검색이 잘된다. 전기 공사 관련 내용을 인스타에서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기술 관련 내용이지만 하루 방문객이 3,000명은 넘는다. 최근에는 가게 블로그를 통해 일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대략 70%는 블로그를 보고 연락을 주신다. 정전이 되고 스마트폰 검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이 엄청나게 많아지다 보니 예약제로 운영하게 되었다.

 

무조건 처음부터 블로그 (http://blog.naver.com/somang8991)로 우리 전기공사를 홍보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전기기사를 공부하며 정리했던 전기공사 이론을 쉽게 풀어서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조금씩 들어오면서 블로그가 활성화되고 나서 전기공사 관련 내용과 사진 등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기 기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아버지부터 시작해서 30년이상 하고 있다는 나만의 차별화된 포인트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가장 큰 신뢰의 포인트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한다는 것이었다. 아버지께서 농담으로 전기 고장 나면 20년 뒤 일텐데 그 땐 내가 이 세상에 없을 텐데, 아들까지 이 일을 하니 40년은 AS가 가능하다고 말씀하신다. 아울러 성남시 지역만 전문적으로 꼼꼼하게 하는 것도 어필했다.

 

▶ 일에 만족도는?

지금 하는 일은 100점 만점에 80점이다. 회사를 다닐 때는 60점을 주고 싶다. 회사다닐 때는 스트레스 때문에 만성 복통에 시달렸다. 내 일을 하면서 그것이 없어졌다. 그리고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을 해주며 가져가는 성취감의 차이가 가장 크다. 회사 시절의 점수가 많이 낮지 않은건 분명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 회사에서 일하며 얻는 높은 연봉과 복지가 주는 안락함, 사회적인 평가등의 장점도 무시할 수 없는 엄연한 장점이었기 때문이다.

일을 할 때 게임의 MMORPG(대규모 다중접속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 리니지, 로스트 아크와 같은 종류)를 하는 느낌으로 한다. 다양한 고객으로 부터 미션이나 퀘스트를 받고 이를 수행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완료 후 보고 하면 약간의 경험치와 돈을 받는다. 그러면서 하나하나 레벨을 올리는 것이다. 만렙 (레벨이 꽉 찬 경우)이 되시는 아버지에 비해 아직 쪼렙 (레벨이 낮은 경우) 이지만 부지런히 하다보면 나도 만렙이 되리라고 믿으면서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일하며 재미를 부여하는 거다. 게임 중독은 아니다. (웃음) 게임 회사를 다닌 경험이 있어서 이렇게 말하는 거다.






-   2부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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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김명진, 소망전기, 전기기사, 전기기술사, 전직, 통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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