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브라운 아이즈의 그대

Author : 손성곤 / Date : 2015.03.27 12:18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브라운 아이즈의 그대

 

눈물로 시작한 캠퍼스라이프도 어느새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있었다. 마지막 방학을 남겨둔 우리들에게 교수님께서는 책자를 한 권씩 나눠주셨다. 문제집 맨 뒷장에 끼워져 있는 해설서처럼 얇은 두께의 그 책자에는 현장실습이라고 적혀있었다.

현장실습이 뭐냐 하면, 졸업 후에 하게 될 일에 대해서 미리 산업체에 가서 경험해 보는 거예요. 지금 나누어준 것은 현장실습일지인데 그 곳에 매일 한 일과 담당자의 싸인을 받아서 현장실습이 끝나면 제출하면 되요. 나중에 나한테 와서 교수님, 현장실습 어떻게 해요. 회사 못 찾았어요.’ 하지 말고 미리미리 현장실습 할 곳을 알아보세요.”

 

운이 좋게도 현장실습을 하게 될 회사를 구했다. 회사는 오금동에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집에서 정반대인 그 곳을 어떻게 다녔을까 싶기도 하다. 지금 나에게 그곳으로 출퇴근 하라고 한다면 오금이 저릴 테지만, 그때 나에게 회사의 위치는 중요하지 않았다. 현장실습을 하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13층에 도착했다. 1층에서 건네받은 목걸이를 가져다 대니 문이 열렸다.

또각또각. 구두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들어오긴 했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혹시, 현장실습생이에요?”

.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개발1팀 팀장이에요.”


고개를 들어 팀장님의 얼굴을 보았다. ‘외국인 같아.’ 팀장님의 첫 인상이었다. 검은 눈동자가 아닌 갈색눈동자가 주는 신비로운 느낌이 이국적으로 다가왔다. 악수를 했다. 하얗고 보드라웠다현장실습을 하는 동안 공장을 데려가 주시기도 하고, 교육을 시켜 주시기도 했다. 출시될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주셨다. 세심하고 자상하게 이것저것 챙겨주셨다


회사생활이 즐거웠다, 식사시간만 빼면 말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근처식당으로 가서 식권을 내고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식권을 낼 때, 나는 노란 식권을 내야 했다. 파란식권 사이에서 슬그머니 노란 식권을 내밀어 할 때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팀장님의 호의에 팀원이 된 듯한 착각을 하고 있는 나에게 주는 경고 같은 것 이였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어느새 현장실습이 끝나가고 있었다. 도면정리나 카탈로그를 보느라 두 달이 너무 지겨웠다는 친구들도 있었다. 팀장님께 고마운 마음을 꾹꾹 담아 카드를 썼다.


팀장님, 이거..”

? 이게 뭐야?”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서 준비했어요.”

마지막 날 이였어? 난 내일인 줄 알았는데.”

그 동안 너무 감사했습니다.”

뭘 이런 걸다. 허허. 와이프 이후에 처음으로 받아보는 카드네. 고마워.”

처음 그날처럼 책상을 돌며 인사를 드리고 가방을 챙겼다.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1층으로 내려와 목걸이를 반납하고 나니 실감이 났다. ‘다시는 올일 없겠지?’ 다시 한 번 로비를 쓱 돌아보고 느릿느릿 걸었다.

 

춘희 씨! 잠깐만.”

팀장님.”

파란색 식권 여러 장을 손에 쥐어주시며 말을 건넸다.

마지막 인줄 알았으면 준비라도 하는 건데, 이것 밖에 줄게 없네.”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냐. 받으라니까. 요 앞 빵집 있지? 거기서도 식권 받거든. 가면서 빵이라도 좀 가지고 가.”

아니에요. 저 괜찮은데.”

받으래도. 내 마지막 선물이야.”

감사합니다. 그 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두 달 동안 받기만 했는데, 결국 마지막까지 넘치게 받기만 했다.

 

나의 첫 팀장님은 첫 눈 같았고, 첫 사랑 같은 분이셨다.

어렴풋이 카드에 썼던 내용이 기억난다. 취직하면 맛있는 걸 사들고 찾아오겠다고 했었다.

아직 오금동에 계시는지, 여전히 다정하신지, 나를 기억 하실지..

다정했던 갈색눈동자의 그가 그리워진다.


- 2편  "브라운 아이즈의 그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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