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4일만 일하고 싶다

 

일주일에 4일만 일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주 4일 근무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재택 근무와 탄력근무제가 일부 시행이 되면서 ‘그럼 주 4일 근무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가 조금씩 생기는 것입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더불어 ‘휴식할 권리’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된 것이죠.




우리나라의 ‘주5일 근무제’의 역사는 길지 않습니다. 

2000년 시작부터 시작까지 약 10년의 시간이 걸렸고, 2011년 정착 이후 약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2000년   노사정 위원회의 ‘근로시간 단축 특별위원회’가 구성

2003년   주 5일제의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

2004년   대기업을 시작으로 사업장별 종업원의 수에 따라 점진적으로 적용

2011년   5~19명 사업체에까지 적용

 

 



처음 주 5일제가 논의될 때 기업의 반발이 매우 컸습니다. 

뉴스를 보면 ‘주 5일제는 환상’, ‘소득과 여가를 동시에 얻을 수 없다’, ‘주 5일 근무, 현 경제상황에서는 아직 이르다’, ‘주 5일제 실직임금 13.6%상승’, ’중소기업 다 죽는다‘ 같은 기사가 넘쳐 났습니다. 심지어는 주 5일제로 ‘이혼률이 늘어난다’, ‘주5일제, 건강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자극적인 기사까지 넘쳐났죠. 하지만 우려하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나라 경제는 망하지 않았고 기업도 도산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이혼율과 상관관계는 없었습니다. 한국의 GDP는 지속 상승해서 주5일제 도입 3년 만인2007년 2만 달러, 2018년엔 3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주4일 근무 사례는 어떨까요?


가장 적극적인 것은 유럽입니다. 저 성장으로 인한 실업문제를 일찍 겪은 유럽은 일자리 증가를 위해서 주당 근로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유럽의 복지 선진국인 덴마크, 스웨덴, 네덜란드에서 일부 주 4일제가 시작되었고 스페인, 아이슬란드는 주 4일제 도입을 위한 시험적용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미국도 논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2021년 자민당이 집권하며 주4일제를 논의하기 시작했고, 미국 인사관리협회에 따르면 2019년에 미국 기업 4곳 중 1곳 가량인 27%가 주 4일제를 도입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이미 안정된 스타트업을 필두로 아직은 일부 업종에서 주4일제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교육기업인 에듀윌, 화장품 회사인 에니스티, 독서플랫폼 밀리의 서재와 신라호텔, 롯데면세점등이 주 4일제를 도입했습니다. 이중 신라호텔과 롯데면세점은 코로나로 인한 고객감소로 인해 임금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보입니다. 격주 4일제나 월요일 오전을 쉬거나, 금요일 오후를 쉬는 4.5일제를 도입한 곳도 있죠. 카카오 게임즈, 카페24, 우아한 형제들, 여기어때 등이 그렇습니다. 대부분이 비교적 안정된 스타트업 들입니다. 

이 중에서 충주에 있는 화장품 제조사인 에네스티의 경우 2011년 주 4일제를 시작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이직률이 10%에서 3~4%대로 낮아진 것입니다. 그만큼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고 업무 효율적인 부분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서경석씨의 광고로도 유명한 에듀윌은 2019년부터 일주일 중 하루를 ‘드림데이’로 정하고 주 4일 근무를 합니다. 에듀윌이 주 4일제가 바로 정착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쉬는 날에도 어쩔 수 없이 업무를 지시하고 해야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팀원들이 업무공백이 생기면 대체하는 프로세스를 만들기 위해 업무를 세분화하고 매뉴얼화 했다고 합니다.



 

 

 

 

 

 

주 4일제의 도입, 생각할 점들

장점은 심플합니다. 업무시간이 줄어들고 개인 시간이 늘어나면서 개인 삶에 대한 여유가 생길 것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마냥 즐거워할 일은 아닌듯 합니다. 적은 시간을 일하면서 기존의 업무효율과 생산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죠.




1. 주4일 도입 vs. 주5일 근무와 다르다.

우리나라에 주 5일 근무가 논의되던 시기인 2000년대 초반은 이미 미국에서 주 5일제 적용이 정착된 이후입니다. 미국의 경우 주5일 근무는 포드자동차의 창업주인 헨리 포드가 지금부터 약 90년 전인 1920년대 후반부터 주장해온 것으로, 1938년에 법령으로 지정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엄청나게 이른 것이죠. 주5일제 도입시 우리나라는 미국을 비롯해 참조하고 준비할 수 있는 다양한 해외사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주 4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또한 20여년 전인 2000년대 초반은 지금보다 경기와 성장률이 나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와 저성장이 기저에 깔린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죠. 이렇듯 참조할 수 있는 예시도 그렇게 많지 않은 저성장 상황에서 주4일제 도입은 사회적으로 쉬운 선택은 아닐 듯합니다.

현재 주 5일제에 따른 연장근로 및 탄력근로 그리고 포괄 임금제 등에 대해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추가적인 근로시간 단축은 시기 상조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2. 시스템 & 문화의 준비 필요

주 4일 근무를 위해서는 회사 내부의 상황에 맞는 업무 시스템과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업무를 작게 쪼개어 불필요하고 형식적인 업무를 줄이고, 회의가 업무인 사람들이 좋아하는 긴 회의 시간도 줄여야 합니다. ‘누가 오늘 쉬는 날이기 때문에 일이 진전되지 않았다’라는 말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 해당 업무를 대체해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체계도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시스템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입니다. 아직도 <오래 일하는 것=일 잘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상황이라면 주 4일제는 도입할 필요조차 없을 겁니다. 사실 주 6일을 일할 때 있었던 뺀질이, 프리 라이더 (Free Rider), 월급루팡은 주 5일제가 되어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업무효율이 지나치게 낮은 저 효율 인력의 비중도 그대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 4일 근무를 하게 되어도 뺀질이, 프리 라이더 (Free Rider), 월급루팡의 비중이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회사 입장으로 본다면 주 4일 근무 도입전에 업무의 효율을 올릴 수 잇는 시스템과 더불어 평가체계 또한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3. 기업주도의 탄력 시행이 우선

현재 가장 좋은 대안은 기업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시험적 실행(Trial)을 해보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의 시스템이 준비가 되었고 회사의 문화가 효율에 집중하는 단순 명료한 형태라면 먼저 도입을 해 보는 것이죠. 그렇게 Trial 후 결과가 좋다면 유사한 타 회사에서도 준비를 하고 적용해 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개선해야 하구요. 직원의 만족도가 올라가고 회사도 효율이 나쁘지 않다면 실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현재로서는 정부가 강제하거나 지침을 주는 것을 옳지 않다고 봅니다. 기업 스스로가 책임감을 가지고 탄력적으로 시도하고 고쳐 나가거나 폐기하는 등의 기업 자율에 맞기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주 4일제 도입은 개인의 워라벨이 좋아질 것입니다.  저는 어떤 분이 ‘워라벨을 맞추려면 일주일을 반으로 나누어 3.5일 일하고 3.5일 쉬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황스러워서 아무 말도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무작정 업무 시간을 줄일 수만은 없습니다. 시기와 업종, 업무의 중요성에 따라서는 일정 시간 이상의 시간 투입이 필요한 일이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주 4일 근무제는 한주에 32시간을 근무하는 시간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시간이 아닌 ‘업무의 밀도’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짧아진 시간 동안에도 밀도있게 일해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느냐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개인과 기업 모두가 ‘밀도를 높여 일 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와 약속’이 되면 언젠가는 가능한 일이 될 것입니다.

 

 




▶ 만약 주 4일 근무제가 되고 쉴 수 있는 날 하루를 선택한다면 여러분을 어느 요일을 고르시겠습니까? ◀


1) 금요일 : 3일 연속 노는게 장땡

2) 월요일 :  지긋지긋한 월요병 싫다.  월요일을 보너스 처럼 놀고 싶다.

3) 수요일 :  중간에 한번 쉬어야 한다. 첫날은 어제 쉰 힘으로 일하고, 둘째 날은 내일 쉰다는 힘으로 일할 수 있다.



여러분이 선택한 요일은 언제인지 그리고 그 이유를 댓글로 적어 주시면 한분께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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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 주용석
    2021.10.08 10:22

    주 4일제가 시행된다면 근무 효율성, 생산성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주중에 하루를 쉬고 가는 것 보다는 연속 된 4일이 더 합리적이라 생각됩니다.
    월요일과 금요일 중 크게 의미는 없겠으나 저는 금요일로 선택하겠습니다.
    금요일은 현재 주 5일 근무 시, 불금이라 불리며 좀 더 나태함을 느꼈습니다.
    월요일 근무를 위해 일요일 휴일을 일찍 마감하고 오후나 저녁 시간에는
    느긋하게 다음주를 계획하며 마음을 다잡으면 꽤나 괜찮을 것 같네요.

    • 2021.10.19 23:08 신고

      세상에나 이렇게 군더더기 없이 논리적인 댓글이 있을까 싶네요. 두괄식 결론, 따라오는 이유, 자신의 경험으로 뒷받침. 시간 사용 계획까지...

      주용석님은 논리적인 멋쟁이가 틀림 없습니다.

  • 우노
    2021.10.22 11:01

    안녕하세요^^ 요즘 아내가 매일같이 주4일 근무를 하고 싶다며 성화입니다. 그럼 전 5시30분에 정확히 칼퇴할 수 있는 직장이 어디있냐며 핀잔을 주죠. 손박사님, 예전에 회사를 떠나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준비하다가 다시 회사로 돌아갔던 그 동생(?)입니다. 매우매우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2020년 8월에 회사를 다시 그만두고 양평군에서 사업자등록을 하고 코딩클래스를 운영중입니다. 클래스는 월,화,수 3일만 운영합니다. 주3일 근로자입니다. 공공도서관에서 정기강좌도 진행하고 앱개발 프리랜서로도 활동중입니다. 이 모든일은 월,화,수 3일안에서 해결합니다. 코딩클래스를 시작하고 1년정도 지난 지금, 회사에서의 급여를 드디어 넘어섰습니다. 직장에 매몰되었다는 이유로 생각속에 갇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얼마나 바보같은 짓인지 깨달았습니다. 이제 회사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자신이 생겼어요. 자생력을 키울수있는 잔뿌리들이 여기저기 자라고 있는 상태입니다. 소소한 일상을 느끼며 성공이 아닌 지속가능한 일의 기틀을 다지는 이 순간들이 행복합니다. 5년전 폭풍의 한 가운데에서 만났던 손박사님에게 이 소식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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