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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퇴사 어게인 (마지막회)

Author : 손성곤 / Date : 2015.06.12 08:00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직장인의 진짜 글을 기다립니다.

 

한때 작가를 꿈꾸기도 했었던 나에게 직장생활연구소 필진을 모집 한다는 공고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직장생활을 한지도 되었으니 멋진 글을 써내려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연재를 시작하며 다른 필진들의 글을 읽으며 나의 생각이 얼마나 편협했던가를 깨달았다. 

 

직장생활 선배들의 이야기는 존경스럽기도 하고 위대하기도 했다. ‘이런 나의 이야기를 계속 써도 되나?’ 하며 의심했던 순간도 많았다. 그들에 비하면 나의 직장생활이야기는 내세울 것도, 볼품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쨌든 내가 시작한 일이니 마무리를 해야 하는 것도 나의 이였다.

3 동안 서툴고 찌질 했던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내려갔다. 나의 이름은 아무개고, 지금은 어디에서 일하고 있소.라며 내가 누군지 밝히고 썼더라면 이렇게 솔직할 없었을 같다. 많고 소심한 사람이기에춘희라는 필명 뒤에 숨었다.

 

15개의 이야기가 끝나면 다시 사직서를 던지고 홀연히 떠날 계획이었다이번에는 순례자의 길을 가고 싶었다. 걷고, 걷고, 걷다 보면 자신과 진솔하게 마주 있을 같았다. 이번에는 진짜로 답을 찾을 것만 같았다. 떠나갈 날을 손꼽으며 3달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랬다.

 

하지만 이야기가 하나씩 모여 갈수록 깨달음은 커져갔다. 나는 나를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나를 모른다고 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를 모르겠다고, 모르겠으니 알기 위해 떠나겠다는 그럴 듯한 핑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핑계에 기대 현실에서 다시 도망치려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렇게 떠난다면 결과는 뻔했다. 미국에서처럼 답을 찾지 못한 돌아왔을 것이다나는 전문대를 나왔으니까. 나는 여자니까. 부모님이 반대가 심하니까.핑계를 늘어놓는 대신 현실을 온전하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하는 것으로 남이 가치를 느낄 있으면 그것이 직업이다.평소 고민이 생기거나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조언을 구하는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다. 내가 가진 능력 중에서 그나마 내세울 있는 능력은 체력이었다. 한번 실행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이번에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서 10km 뛰어보려고 . 기부금을 걷어서 완주를 하면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를 생각인데, 혹시 기부 생각 있니?

 

제대로 기부금을 걷으려면 SNS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했지만, 평소 기부와는 거리가 사람이었고, 기부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이 솔직히 부끄럽기도 했다. 친하다고 생각하는 지인들 몇몇 에게만 알려 소소하게 기부를 진행했다. 고맙게도 지인들은 좋은 일을 한다고 기부금을 내주었다. 얼마 된다고 말할 있는 액수였지만 땀과 노력, 따뜻한 마음이 함께 만든 액수였기에 더욱 값지고 소중했다.

처음으로 스스로 기획한 일이었고 다른 사람에게 가치를 있는 일이었기에 기뻤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이었지만, 사실 나를 도운 일이었다. 




 

이번 글쓰기를 통해서 일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도 했다. 좋아하는 , 잘하는 일을 찾고자 하는 나였는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많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하는 일을 잘해야겠구나. 좋은 곳으로 이직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사회복지단체에서 일을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언젠가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결심을 하기도 했다. 운동, 기부, 이익.. 이것들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솔직히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조급해 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고민하고, 행동 하다 보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 목표를 이룰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초등학교 콩나물을 키웠던 적이 있다. 콩을 물에 불려 구멍이 숭숭 뚫린 시루에 올려놓고 물을 붓고 까만 천을 덮어준다. 순식간에 내려가는 때문에 콩나물이 자랄까 염려가 되긴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뿌리가 길게 자란 콩나물을 만날 있다. 엄마는 언제까지 뻘짓거리 하고 돌아다닐래? 정신 차려라.라고 얘기하셨다. 하지만 뻘짓거리 라고 보이는 도전들이 나의 뿌리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잠시 스치는 뻘짓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키울 것이다. 콩나물을 스치는 물이 의미없는 것이 아니듯 말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많이 도전하고, 많이 고민해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3 동안 유쾌한 뻘짓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직장생활연구소 손성곤 작가님께 감사 드립니다.





직장생활연구소 필진 1기 필명 "춘희" 

제 목: 퇴사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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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수고하셨습니다., 애 쓰셨습니다., 직장생활연구소, 춘희,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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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ard 2015.08.08 03:01 신고

    감동적입니다. 15개글 잘 읽었습니다. 저와 똑같군요.ㅜㅋ

    REPLY / EDIT

    • 춘희 2015.11.12 00:09 신고

      와 글을 모두 읽어주시고, 공감도 해주시고
      오히려 제가 감사드립니다^^

      EDIT

  • Jessie.J 2015.11.09 11:00 신고

    안녕하세요, 저 또한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는 30대 직장인입니다. '남들 시선 신경쓰지 않고 내 길만 가련다'...하다가 오늘 문득 남들은 어떤가 하고 검색을 하다가 춘희씨 글을 발견했어요. '우와, 나랑 비슷하다, 나랑 똑같다.'고 느끼다가 1편으로 돌아가서 마지막 편까지 한번에 읽어내려갔습니다. 힘이 되는 글이었어요. 고맙습니다. 부디 원하는 일 찾으시길 바라요.

    REPLY / EDIT

    • 춘희 2015.11.12 00:12 신고

      저의 글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다니 다행이고 뿌듯한 기분이 듭니다.
      응원도 감사드려요.
      Jessie.J님도 힘내시고! 원하는일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EDIT

  • 2017.03.06 21:29

    비밀댓글입니다

    REPLY / EDIT

8. 안 되나요? 왜 저는?

Author : 손성곤 / Date : 2015.05.03 12:03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직장인으로서 벚꽃앤딩은 벌써 번째다. 직장생활도 3년차의 삶은 여전했다. 야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눈을 붙이기 바빴고, 다시 알람 소리에 화들짝 놀라 부랴부랴 출근하는 하루하루가 계속되었다. 집은 잠만 자는 공간이 되어 버린 오래였다. 나의 생활에서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커지면 커졌지 작아지지는 않았다. 시간, 생활은 사라져가고 회사에 질질 끌려 다니고 있었다.

  

주체적으로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활용할 있는 시간은 퇴근 후와 출근 이었다. 불규칙한 퇴근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24시간 헬스장에서 운동을 시작했고, 출근 전에는 영어학원에 등록했다. 6:30분에 시작하는 영어수업을 들으려면 번째로 출발하는 지하철을 타야 했다. 자기개발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회식이라도 하는 날이면 학원을 빠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래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학원에 가면 아침수업을 들으러 오시는 분들께 뭔가 긍정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사람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열심히 나가게 되었다. 조금씩 나만의 경쟁력이 갖춰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나도 언젠가 해외지사에서 있는 날을 꿈꾸었다.

 

학원을 다닌 시간이 흘렀을 무렵 같은 선배도 같은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학원이 끝나고선배와 이야기를하던 중에 선배는 회사에서 학원 비를 환급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조금은 서러웠다. 누구는 내주고, 누구는 안내 주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팀장님께 말씀을 드렸다. 팀장님은 굳이 일을 크게 만드냐는 표정을 지으며 자기 권한이 아니라면서 실장님과 이야기 해보라고 했다.  실장님께 말씀 드렸다. 실장님께서는 또 불편한 표정을 하시며 이사님께 말씀 드려보겠다고 했다. 





 며칠이 지난 어느 , 자리 전화벨이 울렸다.

춘희씨. 3층으로 와요. 하지.이사님 전화였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면접 이후

둘이 마주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와요.

춘희씨가 입사한지 얼마나 됐지?

요번 달에 3 됩니다.

영어교육을 듣고 있다고?

, 그렇습니다.

영어교육. 그거 말이야. 춘희씨는 대상자에 포함이 .

? 대상자라니요?

사실, 회사에서는 해외지사로 보낼 사람을 대상으로 교육비를 지원해주고 있어.

대상자가 따로 있었나요? 그리고 해외지사로 사람을 뽑는다면 지원하고 싶습니다.

몰랐나? 우리 회사는 여직원 해외 보내.

 

여자는 보내봤자 결혼하면, 출산하면 그만두니까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혼을 하고도 계속 일을 계획 이었지만, 나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영어실력을 키워 언젠가 해외지사에 근무하고야 말겠다는 야무진 꿈은 꿈일 이였다.

 

여자라는 이유로, 전문대를 나왔다는 이유로 사원 다음 직급인 계장으로 진급하려면 7년의 시간을 버텨야 했다. 그래. 나는 군대를 갔으니까, 전문대를 나왔으니까 진급이 늦어지는 이해할 있었다. 그렇지만 교육기회제공의 불평등은 화가 났다. 여자라고 일을 적게 하는 것도 아니고, 야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선배는 회사 돈으로 교육을 받고 나는 돈을 주고받아야 할까? 이제야 팀장님, 실장님의 표정이 변했던 이유가 이해가 되었다.

 

나의 문제이기도 이것이 동생과 친구들이 겪게 수도 있는 문제이고, 이런 고정관념이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어렵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스펙에 비해서는 급여도 편이였고, 규모도 편이라서 부모님은 나를 자랑스러워하셨다. 물론 나도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 우리가족 모두가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 회사였는데 그래서 실망이 컸다. 5 , 10 뒤의 나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짙은 회색이 드리워진 이곳에서의 미래는 쉽사리 그려지지 않았다. 저는 되나요? 여자라서 되는 건가요? 소리로 외치고 싶었다. 내가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에 힘이 빠져버렸다.



- 9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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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노스켁 2015.05.04 13:23 신고

    아 궁금해요 저도 그런적이 있어서요 ㅠㅠ 남녀평등한 사회라지만 결혼과 출산은 항상 회사생활에 발목을 잡죠. 20대 후반부터 본 면접에서는 결혼계획과 출산을 안 묻는 곳 도 없고 출산휴가를 갔다 돌아오지 못하는 동료들때문에, 부랴부랴 대체인원을 뽑는 회사 측입장에서 생각하면 이해가 가다가도 화도 나고 그렇더라구요 ㅠㅠ

    REPLY / EDIT

    • 춘희 2015.05.06 23:21 신고

      네 맞아요ㅜ
      한편으로 이해도 가면서 화도 나고..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뀐다면 출산휴가 갔다가 돌아오는 경우도 많이 생길텐데..
      남녀평등에 대한 주제는 항상 어렵고도 조심스러운 부분인것 같아요ㅜ

      EDIT

  • kim, moo woong 2015.05.04 15:55 신고

    미국은 주( state ) 마다 법이 약간씩 다르지만,
    면접시, 여성에게 임신을 했느냐 하고 묻기만 해도 위법이지요.
    임신한 상태로 입사를 해서 보험으로 애를 낳고 고만두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임신했느냐고 묻고는 채용안하면, 회사가 엄청 난 댓가를 치루어야 하는게 미국법이지요.
    나이를 묻는것도 인터뷰 때는 못하게 되어 있답니다.
    미국 회사에서 결혼 계획이라든가, 출산에 대한 걸 묻는 회사는 없을 검니다.

    REPLY / EDIT

    • 춘희 2015.05.06 23:21 신고

      비정상회담에서 본적이 있는 것 같아요.
      외국에서는 결혼을 할것인지, 아이는 몇인지 등의 질문은 금기되어 있다고 하더라구요. 인터뷰시에는 업무적인 질문만 한다고.
      좀 더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EDIT

  • 미오대리 2015.05.14 09:33 신고

    아침부터 부들부들;;; 결혼과 출산은 여자 혼자서 하는 일이던가요. 저는 '여자'라서는 아니지만, 회사 선배(남)가 해외연수 3개월 선발되어 다녀온 걸 보고 열심히 준비해서 내밀었건만, 사장의 "다신 안 보내." 태클에 좌절... 허허허허허-

    REPLY / EDIT

2. 적성은 없다.

Author : 손성곤 / Date : 2015.03.20 08:30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적성은 없다.

 

기대라고는 전혀 없는 학기가 시작되었다. 수업을 들으러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기숙사에서 강의실까지 걸음을 세면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었다. 공학관에 도착했다. 초록색 공기였다. 문과생인 네가 이곳에는 무슨 일이니?도도하고 차가웠다. 강의실 문을 열었다. 칠판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옆구리에 끼고 있던 책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자리에 앉았다.

 

교수님이 들어오셨다. 솜사탕처럼 하얀 머리와 웃을 마다 동그란 안경너머로 사라지는 . 힘주어 말씀하실 때면 소년처럼 빨갛게 상기되는 . 딱딱한 수학공식 대신 몸을 창가에 기대고 한쪽 눈을 지그시 감고 시를 읽어주실 같은 느낌이었다.

 

김가영”     “.

이다혜”     “.” 

한춘희?”    “.


키득키득 여기저기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간, 특히 출석을 부를 때면 흔히 있는 이였다. 출석을 부르셨는지 교수님께서는 출석부를 덮고 칠판에 크게 적성이라고 적으셨다.

 

여러분, 적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 당연하죠!마음속으로 외쳤다.

 

아마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크게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도 있을 에요

 그런데 .. 내가 여러분보다 오래 살았잖아요? 내가 살아보니까 적성이라는 것은 없는 같아요.


교수님은 마커를 만지작거리면서 교단 위를 왔다 갔다 하신다. 모금을 마시고 잔을 내려놓으신다.

 

다른 학문도 마찬가지지만 공학을 공부 하다 보면 어렵다는 생각이 때가 많아요. 그럴 때면 이건 적성이 아닌가?다른 것을 공부해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거에요. 그런데 적성은 따로 있는 아니에요. 하면 되요. 어렵다고 하지만 하면 다됩니다. 공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세요. 우리 한번 공학을 적성으로 만들어 봅시다. 열심히 해봅시다!

 

교수님께서는 한쪽 눈을 찡긋 하시더니 출석부를 챙겨 강의실을 나가셨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어쨌거나 나의 선택으로 오게 된 이곳에서 언제까지 웅크리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면 된다는 교수님의 말씀을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털고 일어나기로 했다. 그날부터 매 수업시간마다 앞으로 한 칸씩 자리를 옮겼다. 용의 꼬리가 되지 못했으니 뱀의 머리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학공식에 괴로웠고, 복잡한 형상을 척척 만들어 내는 친구를 볼 때면 자괴감에 빠졌다. 그럴 때마다 ‘이러면 안 돼’ 마음을 다잡았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여기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똑똑’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교수님. A반 한춘희 입니다.

“응 그래. 무슨 일이지?

“모델링 실습시간에 배운 것들을 연습해보려고 하는데요, 컴퓨터실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기숙사 생활하지? 노트북으로 하지 왜?

“네, 노트북이 있긴 한데, 사양이 좋지 않아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자꾸 꺼지고 느려서 연습하기가 어려워서요..

“음.. 열쇠를 줄 께. 대신 깨끗하게 사용해야 해. 연습 끝나면 정리하고 가고, 아침에도 일찍 와서 문 열어 놓고.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컴퓨터실 문지기가 되었다. 수업이 끝나면 저녁을 먹고 다시 컴퓨터실로 왔다. 분명 수업시간에 교수님과 함께 할 때는 되던 것이, 혼자 하니까 왜 안 되는지.. 답답한 노릇 이였다. 몇 시간 동안 선하나 그은 적도 있었고, 머리를 쥐어뜯은 적도 여러 번 이었다.

 

“춘희야, 잠깐 이것 좀 봐줄래?

“응.

 

친구의 자리로 가서 마우스를 만지려는데 기분이 묘했다. 수업시간에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보라야, 보라야.’ 하며 내가 애타게 찾았던 친구였기 때문이다. 문지기 생활 한 학기 만에 일어난 일 이었다. ‘하면 정말 다 되나 봐.’ 공학이 내 적성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 2편  적성은 없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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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전문대 적성, 직장인 글쓰기, 직장인 에세이, 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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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적왕 2015.03.20 10:47 신고

    역시 하면 다 되는 군요

    REPLY / EDIT

    • 춘희 2015.03.25 22:48 신고

      하면 다 된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맞았던것 같아요.
      처음 달린 댓글이네요ㅋㅋ 감사합니다~

      EDIT

  • 好的♥ 2015.03.21 08:03 신고

    적성은 없다...난 제목이 취미도 취향도 없이 무던하게 살라는건가? 싶어 글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는데요. 적성 핑계대며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라는.거였네요. 아하!하며 무릎을 탁 쳤습니다!

    REPLY / EDIT

    • 춘희 2015.03.25 22:54 신고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면 다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적성은 없는것 같다가도, 아니야 그래도 적성은 있을꺼야 라며 하루에도 몇번씩 생각이 바뀌기도 한답니다.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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