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소독약 냄새나는 병실에 누워

Author : 손성곤 / Date : 2015.05.15 08:00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사무실 직원들은 쉽게 불리우는 별명이 하나씩 있었다. 선배는 한번 물면 놓지 않는다고 해서 풍산개, 나는 말이 느려 거북이였다. 나는 별명을 다시 지어주고 싶었다. 꾹꾹이일이 많아도 꾹꾹, 스트레스를 받아도 꾹꾹, 화가 나도 꾹꾹. 꾹꾹 참았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거리 때문에 숨이 턱턱 막혔고, 말문까지 함께 막혀버렸다. 어느새 하고 입을 닫고 해야 말만 하는 사람이 되었다.

 

출근과 동시에 인사를 하고 옷걸이에 외투를 걸고, 컵을 씻어 정수기에서 물을 떠서 자리로 오면 울려대는 전화소리와 함께 하루가 시작된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였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배가 아팠다. 화장실에 가서 앉아있다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을 가려고 계단을 올라가는데 어지러웠다. 변기뚜껑을 내리고 한참을 앉아 있다가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이제는 배가 아니라 옆구리가 아팠다. 옆구리의 통증이 번져 누구에게 두들겨 맞은 것처럼 온몸이 아파왔다. 몸속은 열이 나면서 동시에 추웠다. 겨울 잠바를 꺼내 걸쳤다. 옆구리가 너무 아파서 허리를 숙이고 필사적으로 마우스를 붙잡고 있었다.

 

춘희씨. 그래? 어디 아파?

아니요. 괜찮아요.

얼굴이 하얘. 어디 좋은 같은데?

배가 아파서요. 점심시간에 병원 다녀올게요.

 

12시가 되니 모두 우르르 식당으로 가버렸다. 옷을 갈아입을 기운조차 없어 겨울 잠바를 걸친 회사를 나왔다. 더운 날씨에 겨울 잠바를 입고 걷고 있는 여자가 이상해 보이는지 사람들은 힐끔거렸다.

 

회사근처에 있는 병원에 도착했다. 접수를 하고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푹신한 병원소파에 앉아 있으려니 그대로 누워버리고 싶었다.

 

어디가 아프세요?

배가 아파서요. 아니 옆구리가 너무 아파요. 오한이 오는 같기도 하고. 몸이 으슬으슬 추워요.

재볼게요.열을 재더니 이번에는 손으로 옆구리를 꾹꾹 눌러보신다.

여기? 이쪽이 아프죠? 누르면 아파요?

.

이제 왔어요. 참기 힘들었을 텐데. 두고 봐야겠지만 신장염 같아요.

몸에 면역력이 약해져서 신장에 염증이 생긴 거예요. 며칠 입원했으면 좋겠는데..

입원은 힘들 같아요.

그럼 일단 낮추는 약이랑 염증완화 시켜주는 주사 놔줄게요. 링거도 맞고 가요.

오늘은 쉬는 좋은데. 몸으로 있겠어요? 내가 소견서 써줄게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선생님.

 

덩그러니 침대가 하나 놓여있는 주사실로 가서 누웠다. 간호사언니가 들어오더니 고무줄로 팔을 동여 메고 찰싹 하고 팔을 때린다. 혈관에 주사바늘을 넣었다. 링거를 놔주었다. 평소 건강하다고 자부하고 있었고 운동을 즐겨 하는 편이였다. 그래서 인지 입원한적도 없었고, 링거를 맞는 것도 처음 있는 이였다.




 

시계를 보니 벌써 12 반이다.

 

팀장님, 몸이 좋아서 병원에 왔는데요. 링거 하나 맞고 가라고 해서요. 이게 시간 정도 걸린대요. 점심시간 조금 넘어서 들어갈 같습니다.

별거 아닌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 하려 애썼지만 전화를 끊고 나니 눈물이 하고 떨어졌다.

 

여자들은 이래서 .라는 소리는 듣기 싫었다. 선배들처럼 악착같이 야근을 했고, 주말에도 출근을 했다. 야근에 필요한 체력을 기르려 헬스를 하기도 했다. 몸이 아파도 쉽게 없었다. 막내가 쉰다는 특히 눈치가 보이는 이기도 했다. 악물고 버텨왔던 순간들이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같았다.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도 아닌데, 아플 때도 마음 놓고 없다는 것이 서럽기도 했다. 소독약 냄새 나는 병실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니 다시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 9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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