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안 되나요? 왜 저는?

Author : 손성곤 / Date : 2015.05.03 12:03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직장인으로서 벚꽃앤딩은 벌써 번째다. 직장생활도 3년차의 삶은 여전했다. 야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눈을 붙이기 바빴고, 다시 알람 소리에 화들짝 놀라 부랴부랴 출근하는 하루하루가 계속되었다. 집은 잠만 자는 공간이 되어 버린 오래였다. 나의 생활에서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커지면 커졌지 작아지지는 않았다. 시간, 생활은 사라져가고 회사에 질질 끌려 다니고 있었다.

  

주체적으로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활용할 있는 시간은 퇴근 후와 출근 이었다. 불규칙한 퇴근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24시간 헬스장에서 운동을 시작했고, 출근 전에는 영어학원에 등록했다. 6:30분에 시작하는 영어수업을 들으려면 번째로 출발하는 지하철을 타야 했다. 자기개발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회식이라도 하는 날이면 학원을 빠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래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학원에 가면 아침수업을 들으러 오시는 분들께 뭔가 긍정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사람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열심히 나가게 되었다. 조금씩 나만의 경쟁력이 갖춰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나도 언젠가 해외지사에서 있는 날을 꿈꾸었다.

 

학원을 다닌 시간이 흘렀을 무렵 같은 선배도 같은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학원이 끝나고선배와 이야기를하던 중에 선배는 회사에서 학원 비를 환급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조금은 서러웠다. 누구는 내주고, 누구는 안내 주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팀장님께 말씀을 드렸다. 팀장님은 굳이 일을 크게 만드냐는 표정을 지으며 자기 권한이 아니라면서 실장님과 이야기 해보라고 했다.  실장님께 말씀 드렸다. 실장님께서는 또 불편한 표정을 하시며 이사님께 말씀 드려보겠다고 했다. 





 며칠이 지난 어느 , 자리 전화벨이 울렸다.

춘희씨. 3층으로 와요. 하지.이사님 전화였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면접 이후

둘이 마주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와요.

춘희씨가 입사한지 얼마나 됐지?

요번 달에 3 됩니다.

영어교육을 듣고 있다고?

, 그렇습니다.

영어교육. 그거 말이야. 춘희씨는 대상자에 포함이 .

? 대상자라니요?

사실, 회사에서는 해외지사로 보낼 사람을 대상으로 교육비를 지원해주고 있어.

대상자가 따로 있었나요? 그리고 해외지사로 사람을 뽑는다면 지원하고 싶습니다.

몰랐나? 우리 회사는 여직원 해외 보내.

 

여자는 보내봤자 결혼하면, 출산하면 그만두니까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혼을 하고도 계속 일을 계획 이었지만, 나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영어실력을 키워 언젠가 해외지사에 근무하고야 말겠다는 야무진 꿈은 꿈일 이였다.

 

여자라는 이유로, 전문대를 나왔다는 이유로 사원 다음 직급인 계장으로 진급하려면 7년의 시간을 버텨야 했다. 그래. 나는 군대를 갔으니까, 전문대를 나왔으니까 진급이 늦어지는 이해할 있었다. 그렇지만 교육기회제공의 불평등은 화가 났다. 여자라고 일을 적게 하는 것도 아니고, 야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선배는 회사 돈으로 교육을 받고 나는 돈을 주고받아야 할까? 이제야 팀장님, 실장님의 표정이 변했던 이유가 이해가 되었다.

 

나의 문제이기도 이것이 동생과 친구들이 겪게 수도 있는 문제이고, 이런 고정관념이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어렵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스펙에 비해서는 급여도 편이였고, 규모도 편이라서 부모님은 나를 자랑스러워하셨다. 물론 나도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 우리가족 모두가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 회사였는데 그래서 실망이 컸다. 5 , 10 뒤의 나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짙은 회색이 드리워진 이곳에서의 미래는 쉽사리 그려지지 않았다. 저는 되나요? 여자라서 되는 건가요? 소리로 외치고 싶었다. 내가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에 힘이 빠져버렸다.



- 9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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