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스트레스에는 샴푸가 최고

Author : 손성곤 / Date : 2015.04.24 12:05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도면이 무슨 하루면 나오는 안다니까.

어휴, 오늘부터 야근 예상이야.

나도 산더미야.

우리 스트레스도 쌓였는데 오랜만에 샴푸 갈까?

! 좋지.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 술과 유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주 모금에도 얼굴이 시뻘개 지고 온몸이 붉게 타오르면서도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차오르면 샴푸를 찾았다. 술을 마시러 갔다기 보다는 신나는 음악이 좋았고 회사사람이 아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 엄마에게는 비밀이다. 샴푸에 가는 날은 회사 워크샵이 있는 날이다신나게 단장을 한다. 톡톡 화장이 지워진 부분을 다시 덧바른다. 아이라인 꼬리를 빼야겠다. 진하고 두껍게. 새빨간 립스틱도 바른다. 평소에 하지 않는 귀걸이도 했다. 조용하고 모범생처럼 보이는 외모가 오늘만큼은 노는 언니처럼 보였으면 좋겠다. 새로 주문한 옷이 너무 타이트 하다. 배에 손을 가져가 대어본다. 숨을 참아본다. 계속 긴장하고 있어야겠다.

 

어서 옵쇼.건장한 체격의 사내들이 우렁차게 외친다. 조금 무섭다.

신분증 보여주시고요.신분증을 내밀자 렌턴으로 주민등록증의 얼굴과 얼굴을 번갈아 가며 비춰본다

찾으시는 웨이터 있으세요?

없다고 하려다가 저번에 왔을 담당했던 웨이터 이름을 말했다. 돼지엄마요.

잠깐 기다리세요. 치직치직. 돼지엄마, 돼지엄마. 7층에 여성 ."

5초가 채 지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났을까? 쿵쾅쿵쾅 멀리서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언니들~ 이렇게 오랜 만에 .옆구리를 찌르며 친한 한다. 비어있던 테이블에 빨간 등을 켜주며 돼지엄마는 우리를 안내했다. 자리에 앉아 턱을 괴고 다른 테이블을 찬찬히 훑어본다. 여자뿐이잖아. 괜히 왔나 싶다. 음료수를 마시려는데 누군가 손목을 낚아챈다. 야호속으로 외친다. 이기는 하며 아래층으로 끌려간다.




문이 열렸다. 찰나이긴 하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를 위아래로 훑는 시선을 느낄 있었다. 반사적으로 배에 힘이 들어간다. 푹신해 보이는 소파에 명이 앉아 있다. 이미 옆에 앉은 여자와 열심히 이야기 중인 남자도 있다. 가운데 자리로 들어가라고 웨이터가 등을 떠민다.

안녕하세요, 맥주 드실래요?완전히 맘에 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맘에 들었으면 양주를 권했겠지. 배가 고프다. 생각해보니 준비하느라 저녁도 먹었다

과일안주가 손대지 않은 것처럼 깨끗하다. 여자들이 아직 많이 오지는 않은 같다.

 

, 맥주주세요. 과일 안주 먹어도 되죠?

그럼요, 많이 드세요. 분이서 오셨어요?

친구랑 저랑 둘이 왔어요.

나이는요?

24살이요.

 

사는 곳을 묻고 직업을 묻고 뻔한 대화가 이어진다. 맘에 들면 앉아 있고 맘에 들지 않으면 친구를 핑계 삼아 빠져 나오면 된다. 따라주는 술이 걱정된다고? 받은 술은 짠하고 마시는 입만 가져다 대고 내려놓으면 된다. 신나는 음악과 번쩍이는 조명에 몸을 흔들어 대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 이였다. 남자친구도 만들고 싶었다. 위험한 인줄 알면서도 부킹에서 결혼까지가 괜히 있는 말이겠어?하며 괜찮은 인연을 만날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걸어보기도 했다.


시계를 보니 5시가 되어간다. 서서히 마법이 풀릴 시간이다. 눈부신 조명 아래의 모습은 괜찮아 보였는데, 적나라한 지하철 조명은 여과 없이 원래의 모습을 비춰주고 있다.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이라는 알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꾸 샴푸를 찾았다. 목이 마를 , 시원한 탄산음료 모금이면 머리가 쭈뼛 설정도로 짜릿하지만 이상하게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이 나는 탄산음료처럼 말이다. 햇살을 받으며 집으로 가는 길은 허무하다. 높은 구두 때문에 발이 아프고 잠을 잤더니 눈꺼풀이 자꾸 내려온다. 눈부신 조명과 신나는 음악, 한껏 멋을 부린 사람들과 어울렸던 시간들이 어젯밤 이야기가 된다. 어제는 황홀한 향기로 취해버리게 하더니 오늘은 눈을 따갑게 하다가 하얀 거품이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 8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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