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취업_ 108번뇌의 자소서

Author : 손성곤 / Date : 2015.04.10 08:30 / Category : 직장인 필진/벨제붑의 노래

 

하얀 백지 위해 새겨진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  가지 장벽을 넘어야만 취업이란 관문을 통과할 있다. 사회 활동이라고 해봤자 겨우 아르바이트 말고는 없었기에 수상 경력, 자격증 란은 아무리 생각해도 채우기에는 너무 빈칸이었다.   부모님의 직업과 생년 월일을 묻는 건지, 키와 몸무게, 시력은 묻는 건지도 없었다. 그냥 적어야 했다. 그래도 이력서는 적어 넣을 단서라도 있어 다행이었지만, 자기 소개서는 그대로 속수무책이었다.

 

이력서와 자소서와 마주한 그날 나는 지난 20년간을 뒤돌아보며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회사에 입사하면 어떻게 생활할 것인가를 꾸역꾸역 지어내 가며 칸을 메웠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겨우 완성할 있었다. 뭔가를 끝냈다는 뿌듯함에 이어 피로가 몰려왔고, 합격 연락을 꿈꾸며 이불을 덮었다.

 

1 합격 발표 ,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게에서 하루 종일 휴대폰을 내려 놓을 수 없었다. 

 

띠링

귀하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당사는…….

……

 

매정하게 불합격을 알리는 문자는 내가 50번째 자소서를 마무리 때까지 토시 하나 틀리지 않은채  폰에 날아와 꽂혔다. 어느 때부터 내가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가 아닌 어디든 나를 뽑아줄 회사를 찾기 위해 굽실거리고 있었다. 나의 이런 굽실거림에도 여전히 문자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100번째 자소서를 완성 했을 즈음 겨우 꿈에 그리던 1 합격 문자를 받을 있었다.



난생 처음 정장을 사러 상설 할인 매장에 들렀다. 점원이 골라준 20만원짜리 정장 대신 제일 원짜리 정장과 단돈 원짜리 셔츠, 타이를 골랐다. 계산하고 돌아가는 뒤로 합격하면 이십 원짜리 정장을 사러 오라는 점원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혼자 면접 연습을 했었지만, 실제 면접은 생각했던 보다 훨씬 긴장감이 넘쳤다. 면접관의 웃음 뒤에 숨겨진 의중을 읽어내기 위해 집중해야 했고, 다양한 압박 면접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정신을 잃어버릴 순간마다 지금껏 쌓았던 많은 경험들이, 통이 넘게 써댄 자소서가 버팀목이 되어 받쳐주고 있는 같았다. 희한하게도 순간부터 맘이 한결 편해졌고, 페이스 대로 자신을 보여줄 있었다.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서두름도, 화려한 수사도 없었지만, 보다 담백하게 나를 보여줄 있었다.

 

면접이 끝나고 105번째 자소서를 쓰고 있을 무렵, 마침내 합격을 알리는 전화를 받을 있었다. 입사를 축하하며 일주일 뒤에 회사로 출근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세상을 얻은 같은 기쁨이나 흔한 환호성은 없었다. 그날도 그냥 덤덤히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게로 출근을 했고, 마치는 길에 가게 사장님께 일주일 다른 곳에 출근을 하게 되었다고 조용히 인사를 전했을 뿐이었다.

 

일요일 저녁 마지막 마감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혼자 맥주 캔을 뜯었다. ~ 하는 소리와 함께 울음이 터졌다. 비록 대단한 회사, 많은 연봉을 받는 직장을 잡은 아니었지만, 지금껏 모든 스스로 버티고 이겨내 왔다는 성취감에 눈물이 흘렀다. 앞으로 어떤 벽이 나를 가로 막고, 많은 유혹이 나를 흔들어 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순간은 그냥 스스로를 다독이며 마음껏 추스르고 싶었다.

 

지난 개월 신물이 나도록 적어댄 통의 자소서 또한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면 내게 뼈가 되고 살이 되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글들을 통해 나를 자세히 돌아볼 있었고, 상대 혹은 회사의 입장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판단할 있는 여러 단서들을 찾을 있었다.

아직 인생의 이력서와 자소서는 채우지 못했다. 이제 겨우 줄을 썼을 뿐이었다. 미완의 삶의 흔적을 더욱 멋지게 채우기 위해서 지금 당장 힘들고 숨이 넘어갈 같더라도 내딛고 도전 하련다. 세상에 불필요한 경험이란 절대 없다. 지금의 순간 또한 그럴 것임을 믿어 의심치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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