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억울한 기분

Author : 손성곤 / Date : 2015.04.10 08:00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억울한 기분

 

 

선배, 제작도 끝내 놨구요. 물량도 ERP 등록했습니다.

수고했어요, 춘희씨.

이제 퇴근해 볼까나~

 

외투를 걸치고, 가방을 챙겼다. 퇴근시간인 5 반이 넘었고, 일을 끝냈으니 말이다.

 

팀장님,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하는 거야?

물량이랑 제작도 지원하라고 하셨던 끝냈습니다. 그래서 퇴근하려고요.

선배들 일하고 있는 안보여? 다시 자리로 돌아가.

 

자리로 돌아와 가방을 내려놓고 털썩 하고 의자에 앉았다. 전원이 꺼져 버린 까만 모니터에 얼굴이 비쳤다. 눈물이 찔끔 나려고 했다. 시킨 일도 끝냈고, 퇴근시간도 넘었는데 뭐가 문제지? 눈치 없는 신입의 행동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일을 끝내도 없다는 사실이 억울했다.

 

설계실 에서는 실장님이 퇴근을 하시고 나서야 퇴근 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실장님보다 일찍 가고 싶으면 이래 이래한 일이 있어 오늘 일찍 퇴근 하려고 하는데 그래도 되겠습니까?하고 허락을 받아야 했다. 이럴 거면 근무조건에 8 출근, 5 퇴근이라고 써놓지를 말던가. 퇴근시간에 퇴근하겠다는데 허락이 필요한 건지퇴근하겠습니다~” 하고 당당하게 사무실을 나가는 모습은 TV 드라마에서나 있는 장면 이였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는 퇴근도 눈치를 봐가며 해야 했다.

  

달이 지났다.

선배들을 지원하며 업무에 관련된 것들을 익혔다. 이건 그래요?’ ‘저건 그런가요?궁금한 투성이였다. 궁금할 때마다 묻고 싶었지만 질문할 때도 요령이 필요했다. 담배를 피우고 들어왔을 , 점심시간 30분전, 저녁을 먹고 들어왔을 때를 노렸다. 그들이 쌓은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이 고마워 가끔은 사탕이나 초콜릿을 드리기도 했다. 많은 것을 알아내고 싶었고 빨리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들로 수첩이 정도 채워 때쯤 나에게도 프로젝트가 주어졌다. 처음으로 맡게 프로젝트 인만큼 실수 없이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다. 한춘희하면 하나는 부러지게 사람, 믿고 맡길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젝트가 끝났다.


앞으로는 우리 도움 없이 있죠?

어이, 춘희씨 축하해. 프로젝트 끝났네.

끝났다는 기쁨도 잠시 팀장님은 번째 프로젝트를 주셨고, 번째도 역시 열심히 끝냈다.

 

달에 한번 업무량을 파악하기 위해 프로젝트의 면적을 적어야 했다. 항상 그런건 아니었지만 우리팀의 면적왕은 나였던 적이 많았다. 납기일이 급하다는 영업사원의 말에 정신 없이 끝내고 나면 다른 프로젝트가 주어지고, 다른 프로젝트가 주어지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면적왕 이라고 했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급하다고 하니까 빨리 끝마치려고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워 참고, 마시려고 떠다 놓은 물은 퇴근 때까지 찰랑거릴 때가 많았다.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는 같았다. 빨리 끝내놓으면 여유가 생길 알았는데,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 계모와 언니들은 사또의 잔치에 가버리고 혼자 쭈그리고 앉아 콩을 세고 있는 콩쥐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차피 빨리 끝내도 실장님이 퇴근 하셔야 있으니 어쨌거나 야근 할건데 물도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천천히 하자. 지금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면 다른 프로젝트를 주시겠지? 업무계획에 일정을 넉넉하게 적어야겠어.쉬엄쉬엄 해보기로 했다.

 

메신저를 투명하게 해놓고 일하는 타자를 두들기며 친구와 대화를 하기도 하고, 창을 조그맣게 만들어 온몸으로 가리고 인터넷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마다 팀장님은 뒤를 지나가셨다. 열심히 일하다가 쉬려고 인터넷 창을 열면 어떻게 알고 귀신처럼 그때 지나가시는지. 학창시절에도 친구들과 같이 떠들어도 나만 걸리더니, 회사에서도 꼼수라고는 통하지 않나 보다.

 

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하니 마음이 불편했다. 다시 묵묵히 일하는 콩쥐로 돌아갔다. 회사는 열심히 해서는 되는 곳인가?콩쥐는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다.


- 6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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