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어둠속 터널을 걷다.

Author : 손성곤 / Date : 2015.06.12 08:00 / Category : 직장인 필진/벨제붑의 노래


안녕하세요, ㅇㅇㅇ 고객님이시죠? 이번 카드 연체 때문에 연락 드렸습니다.

“ㅇㅇㅇ, 사정도 알겠지만, 입장도 생각해줘. 언제까지 미룬다고 답이 나오진 않아.

……죄송합니다……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언제부터 인가 나의 아침은 모닝 음악 대신 독촉 문자와 전화로 가득 찼다. 지금이 무슨 요일 인지도 며칠 인지도 모른 그냥 멍하니 누워 있었다. 늪에 빠진 것처럼 방바닥에 등짝이 붙어 한줄기 없는 바닷속 깊은 곳으로 스멀스멀 가라앉는 같았다. 눈을 감으면 어두운 심연에 잠기는 같았고 눈을 뜨면 다시 아무런 답이 없는 현실로 돌아왔다.

나는 실패했는가? 처음에 품었던 열정과 자신감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 이렇게 빈털터리 신세로 지고 마는 걸까?

연거푸 문을 두드리던 주인 아저씨의 기척이 잠잠해진 틈을 도망치듯 집을 나섰다. 찌를듯한 태양 빛을 가리기 위해 모자를 눌러 쓰고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걸음도 이어졌다.


   ‘다시 일어설 있을까?


질리도록 읽었던 많은 기업가들의 자서전이 떠올랐다. 그들에게 위기는 극복의 대상이자 축복이었다. 하지만 지금 앞에 자리한 현실이 재차 내뱉는 말은 안돼였다.

그것 , 내가 하지 말라고 그만 뒀어야지, 이제 어쩌려고 이려니? 친구들은 결혼해 자식 낳고 사는데, 너는 혼자 청개구리처럼 그러더니 하는 짓이다.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조차 위로와 응원을 없었다. 그래, 인정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선택이었고, 잘못이었다. 그대로 망한 거다. 그래도 다시 일어설 있도록 응원 받고 싶었다. 아무리 복기를 하고 호흡을 가다듬어봐도 분한 마음이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조금씩 바닥이 뜨거워졌고, 끝에 맺힌 땀을 연거푸 닦아냈다. 날카롭게 나를 책망하던 마음 목소리는 어느 순간부터 다독이기 시작했다.





   ‘그래 잘했어, 어차피 이렇게 실패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야. 이제 다시 일어설 일만 남은 거야.


해가 중천을 지나면서 그림자도 따라 늘어졌다. 시간을 어디로 걸었는지 감각이 사라질 무렵 나는 어느 터널 앞에 섰다. 쾌쾌하고 끈적한 공기가 코끝을 스치고 이내 어둠이 공기마저 삼키는 곳이었다. 어둑어둑한 터널 속으로 나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지나는 차들의 헤드라이트를 조명 삼아 멀리 보이는 빛을 향해 걸었다. 여분의 침묵이 끝나고 드디어 출구를 만났다. 곳을 지나는 순간 입에서 말이 무심결에 흘러나왔다.


   “……터널 길다……


말과 함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걸음을 멈추고 자리에 주저앉아야 정도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지나는 차들의 소음에 울음 소리는 묻혔지만, 터널을 걸어온 시간만큼은 족히 울었던 같다.

인생에도 이런 출구가 있을까?

죽는 차라리 나은 아닐까?

내일은 어떻게 버틸까?


아무리 허공에 대고 묻고 소리쳐도 어떤 대답도 들을 없었다. 혼자 그렇게 바다 가운데서 파도를 맞으며 나뭇조각 하나만 잡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삶은 넌지시 답을 건네고, 내가 알아들을 때까지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처럼 계속 걸음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앞을 보며 걸으며, 시련을 버텨내는 것만이 지금 내가 있는 최선이었다. 이상 고민만 하지 말고 어제 보다 버텨보기로 했다. 인생의 출구를 찾을 때까지 버티고 버티기로 했다.


그로부터 달이 지났다. 나는 다행히 때의 위기를 무사히 이겨냈다. 그리고 다시 있는 발판을 마련할 여유를 찾아가고 있다. 지금도 종종 터널을 지날 때면, 볼을 타고 흐르던 눈물 자욱이 떠오른다. 아직도 인생은 컴컴 터널 속이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걷다 보면 언젠가는 눈부신 출구가 나온다고 말해주던 세상이 있기에 오늘도 힘을 내본다 인생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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