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Return _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Author : 손성곤 / Date : 2015.05.22 08:30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미국에서 꿈같은 달을 보내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적성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과연 나는 답을 찾았을까? 아니면 여행의 타이틀이 너무 거창했던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 찾지 못했다.

 

여행도 끝난 신분은 백수였다. 느즈막히 눈을 먹는 아침식사, 평일 오후에 마시는 커피와 같은 소소한 행복을 누렸다. 모든 것을 천천히 해도 아무일 없었다.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도 만나고, 보고 싶었던 책도 읽으며 여유로운 일상을 보냈다. 하루하루 소중했고 , 이런 사는 것이지 라고 생각했다. 백수생활은 즐겁기만 했다.


언니들!!

어서 . 미국은 다녀왔어?

어머, 춘희 얼굴 폈다. 폈어.” “얼굴에 뭐했어? 피부도 깨끗해졌네.

다들 그만 두면 예뻐지네. 나도 그만둬야지 되겠네.

 

그만두고 회사 언니들을 처음 보는 자리였다. 언니들은 예뻐졌다며 호들갑을 떨었고, 여행을 부러워했다. 깐깐한 윤차장님, 잔소리꾼 실장님으로 시작한 뒷담화가 이어졌다. 야근은 여전한 하루 하루 라고 했다. 퇴사 후에 회사 여건이 좋아지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여전해 보였다. 한편으로는 내일 출근할 곳이 있는 언니들이 부럽기도 했다. 나는 언니들을 부러워했고, 언니들은 여행을 다녀온 나를 부러워했다. 그래도 나가길 했어.라는 한마디가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백수생활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즐거운 백수생활을 위해서는 화수분 같은 통장이 필요했다. 회사 다닐 때는 시간은 없어도 돈은 있었는데, 백수가 되니 시간은 많았지만 돈이 부족했다. 꼬치를 빼먹듯 야금야금 꺼내 썼던 통장잔고는 어느새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제야 현실이 보였다. 친구들은 회사를 다니고 있거나 취업을 위해 흘리며 노력하고 있었다. 때마침 부모님도 슬슬 눈치를 주기 시작하셨다. 언제 까지 이러고 있을 거니. 이제 다시 때도 되지 않았니, 길게 쉴수록 취직이 어렵다더라.잔소리는 피할 없었다.




스무 살이 넘어 부모님께 용돈을 받기는 부끄러웠고,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을 보니 덩달아 마음이 분주해졌다. 코너에 몰렸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뭐라도 해야 했다.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 내가 좋아하는 ? 어떻게 살아야 하지?"  대한 답을 아직 찾지 못했다. 머리 속은 이건 아닌데.하면서 몸을 움직여 취업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노란색으로 염색했던 머리를 다시 검정색으로 염색했다. 깔끔한 정장을 꺼내 입고 증명사진까지 찍었다. 자기소개서를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굳은 손가락 탓일까? 쉽게 써지지 않았다. 해보고 싶은 분야에 지원해보기도 했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열정만 있는 구직자를 원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분야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경험도 없으니 연락이 오지 않은 당연한 결과 였.

다시 취직을 위해, 그렇게도 싫었던 설계분야에 지원을 했다. 잠잠했던 핸드폰에 면접을 보러 오라는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했던가?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 중에 돈으로 바꿀 있는 것은 설계를 있는 능력뿐이었다. 이력서를 작성할 때도 해보고 싶은 일을 해보겠다고 전혀 관계없는 분야에 때보다 손가락을 부드럽게 키보드를 따라 움직였다.

 

회사를 다닐 퇴사를 하고 동종업계로 다시 취직했다는 선배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아니, 싫어서 나갔으면 다른 일을 해야지 다시 이쪽으로 거야?선배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시 거면 나가질 말던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짧은 생각이었다. 현실은 냉정했고, 남의 돈을 받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취직을 위해서 나는 그만한 월급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입니다.라고 증명해 보여야 했다.

높기 만한 이상 대신, 현실과 적당히 타협했다. 이해할 없었던 선배처럼, 나도 다시 비슷한 계열에서 다시 일을 하게 되었다. 다른 분야는 힘들어.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 없잖아. 해왔던 일이니 있을 거야.스스로를 달랠 있는 말은 뿐이었다. 다시 새로운 회사로 출근을 시작했다.


 

- 13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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