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To the Back_ 다시 뒤로

Author : 손성곤 / Date : 2015.05.19 11:00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퇴사 후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여행을 떠나는 것이었다

20년 넘게 ‘나’로 살아왔지만 부끄럽게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못했다. 여행을 통해 나에게 집중하고, 많은 질문들을 던지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여행 경험 이라고는 수학여행, 가족여행이 전부였다. 함께 떠날 수 있는 친구를 찾아보려고도 했지만 그 당시 친구들은 대부분 학생이었고, 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직장을 그만 두는 일은 더욱 없었다. 혼자 떠나야 했기에 겁이 나기도 했지만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다.

  

Why are you visiting America?

For travel.

oh~ 여휑?

 

드디어 미국에 도착했다. 입국심사를 기다리며 손에 쥐고 있던 종이가 축축해질 정도로 긴장을 했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한국어 덕분에 피식 웃으며 무사히 입국심사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안도감도 잠시였다. 혼자 하는 여행의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택시기사 아저씨가 대놓고 바가지를 씌워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요금을 지불해야 했고, 숙소예약이 잘못 되어 길바닥에서 잘 위기도 있었다.

 

첫 일정은 요세미티 국립공원 등산이었다. ‘이래가지고 내일 산은 잘 오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날이 밝았고 약간의 간식거리와 물을 넣은 가방을 짊어지고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면적이 굉장히 넓어 입구에서 등산로까지는 40분 정도 걸렸다. 이동하는 동안 버스 안에서 공원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는 분 이 타셨다. 미국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설명을 당연히 나는 알아듣지 못했다. 농담을 했는지 사람들은 웃었다. 나누어준 공원 안내 팜플렛을 뒤적이며 나도 따라서 쓴 웃음을 지었다.

  


“좀 먹어볼래?” 내 앞에 앉아 있던 예쁘장한 여자아이가 몸을 돌려 과자봉지를 내밀었다.

“응. 고마워.” 생각은 없었지만 과자를 집어 들었다.

“어디서 왔어?

“한국에서 왔어. 너는?

“난 독일.

“아, 그럼 너도 영어가 모국어는 아니겠구나.

“응. 두 번째 언어야.

“표현이 자유롭지 못하니까 여행하면서 힘들지는 않았어?

“글쎄, 난 영어를 잘해서 그런 어려움은 없어.




 

‘뭐라고?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내가 느끼기에는 독일친구나 나나 영어실력이 비슷해 보였다. 서로 떠듬떠듬 의사소통을 했기 때문이다. 그 친구와 대화가 계속될수록 그녀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알아듣고 못 알아듣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등산로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햇살이 강하게 내리 비쳤다. 너무 강해서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까지 껴야 했다. 계곡과 바위들을 보며 우리나라산과 별로 다르지 않은 모습에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오르면 오를수록 규모자체가 다른 요세미티의 모습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산을 적어도 대여섯 개 정도 합쳐놓은 모습 이였다. 미국에서 가장 높고 길다는 폭포가 가까워지자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이 스프레이를 뿌려주듯 등산하느라 흘렸던 땀을 식혀주었다. 수영하다가 익사한 사람도 있고 등산하다 실종된 사람도 있으니 주의 하라는 가이드의 말이 실감 났다. 광활하고 넓은 자연을 몸으로 느끼고 눈에도 담았다. 자연에 비하면 인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산행을 마쳤다.

 

내려와서 다시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도로한복판을 노루가 막아 섰다. 노루가 놀랄까봐 경적을 울리지 않고 길을 건널 때까지 기다려 주는 모습이 인상적 이었다. 그렇게 노루를 보내고 다음정류장에서 꽤 많은 사람이 버스에 탑승했다. 기사님은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안내방송을 하는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셨다. To the back, to the back, to the back back back~” 버스 안에 노래가 퍼졌다. 노래 때문인지 승객들도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뒤로, 뒤로 움직였다.

 

기사님을 보면서 나도 일을 하게 된다면 저렇게 즐겁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하는 본인이 즐겁고, 일을 통해 다른 사람도 즐거울 수 있는 그런 일말이다. 어렵게 떠나온 여행인 만큼 답을 꼭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 11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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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0 / Comments 2

  • parisagain 2015.05.20 14:44 신고

    다음 얘기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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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희 2015.05.20 23:25 신고

      와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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