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사직서

Author : 손성곤 / Date : 2015.05.18 08:00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끊이지 않는 야근에 좋아하던 운동은 새벽 틈으로 밀려났다. 학구열에 불타올라 시작한 영어공부의 불꽃도 재만 남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을 하고 있는 거지?설계의 1인자가 되고 싶어서도 아니었고 돈 때문도 아니었다. 이유를 도저히 찾을 없었다.

 

책은 답을 알고 있을 같았다. 직장인 처세술, 선배 직장인이 들려주는 이야기 직장생활에 관련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어떤 이였는지 제목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일단 3년만 버텨보라고 쓰여 있었다. 3년만 버텨보고 그때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그때 그만두라고 말이다.

 

매일 야근도 모자라 주말 출근을 , 잘못이 아닌데 참아야 , 상사의 꾸짖음에 화장실에 웅크려 몰래 눈물을 훔쳐야 했을 . 책에서 구절에 힘겨운 어깨를 기댔다. 또래 친구들이 캠퍼스를 거닐며 공부하고 웃음 지을 나는 공부를 하지 않아서 노력이 부족해서 차가운 현실에 호되게 당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꼬박 3년을 버텨냈다. 하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고민 끝에 사직서를 던지기로 결심했다.

 

회사선배들은 아직 어려서 모르는 것이라고, 더럽고 치사해도 따박따박 월급이 나오는 지금이 좋은 것이라며 바깥세상은 생각보다 춥다며 나를 달랬다. 부모님께서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미친 하지 말라고 하셨다.

머리가 시키는 쪽과 반대의 삶을 살았던 원하지 않는 곳에서의 3년이라는 시간은 실로 힘겨웠다. 힘든 시간을 버텨낸 나에게 상을 주고 싶었다. 사직서와 미국행 비행기 티켓을 맞바꾸었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여행이었고 지금이 아니면 왠지 가지 같은 기분도 들었다.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는 남들이 하는 대로가 아닌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주체적 이였던 선택이었고 꿈을 향한 번째 도약 이었다.

 

사표 수리 전에 전무님과 마지막으로 면담을 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래. 그만 둔다고?

.

나가는 좋아. 하지만 나가서 무엇을 할지 생각해 봐야 . 지금은 이런 점이 싫어서 나갔지만 다음 직장에서는 다른 점이 불만으로 다가올 수도 있어. 어디에나 불만족스러움이 있기 마련이지. 그만두고 생각이야?

일단 여행을 다녀온 뒤에 공부를 할지, 취직을 할지 고민 생각입니다.

공부를 생각이라면 노무사 시험 준비를 한번 해봐. 지금 춘희 씨가 퇴사하려는 이유와 연관되어 있기도 하니까. 미국에 잡념 던져버리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공부에 올인 하는 것도 좋을 같아.





전무님 방에서 나와 층을 내려가며 인사를 드렸다. 이사님은 돌아와서 취직이 되면 다시 연락하라고 했다. 평소 친분이 없어 인사를 할까 말까 고민했던 강부장님은 본인도 학력 차별 때문에 많이 심란했던 사람이었다는 말을 주었다. 눈물이 돌았다. 따스한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닿았다.


생각해보면 어리버리 했던 나를 도와주셨던 많은 분들이 있어 많이 성장할 있었고, 버틸 있었다. 적인 부분에 있어선 후회가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가까이 지내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


인수인계 서류에 사인을 하고 입사하던 그날처럼 사무실을 돌며 인사를 했다. 이제 정말 마지막 이였다. 마지막 퇴근길을 나서는 심정을 겪어본 사람만이 이해할 것이다. 우울한 기분을 전환해보려 이어폰을 귀에 꼽았다. 이어폰에서는 2AM 어느 봄날 흘러나왔다.


3 동안 살던 집을 떠나가려고, 짐을 싸고 있죠.


부분이 이리도 닿던지. 얘기 같아서 번이고 구간을 반복했다. 마치 3 동안 사귀던 남자친구와 이별하는 느낌 이였다. 나를 힘들게 했던 회사인데, 이제 힘들었던 기억마저 추억이 되어 가고 있었다.


동안 너도, 나도 수고 많았어. 안녕.



- 10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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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0 / Comments 1

  • 티구안 2015.06.09 09:13 신고

    최근퇴사한 저로써 공감가는글이네요
    파이팅하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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