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떠난 사람들 10 _ 충동적인 퇴사, 길을 찾아 나서다.

Author : 손성곤 / Date : 2015.06.10 08:30 / Category : 회사를 떠나다



▶ 간략한 자기 소개

얼마 전 회사를 퇴사한 평범한 30대 가장이다일단 창업을 생각 중이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좋아할 수 있는 일그래서 내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퇴사를 하고 시간 여유가 생긴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결론부터 말하면 너무 쉽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지금은 그래서 약간의 긴장감을 갖고 방황을 하고 있다.

 

▶ 본인의 커리어를 대학교회사와 직업 중심으로 소개해 달라.

되돌아보고 냉정히 말하면 참 쉽게 학교 생활을 하고 회사에 입사를 했다상경계열을 전공하였으나재무회계 보다는 HR, 마케팅 같은 조금은 편한 과목을 선호했고군 제대어학 연수 후에도 쉬운 과목 위주로 학점만 따듯이 졸업을 했다하지만그 후에는 오히려 상경계열은 전문성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뭐라도 새롭게 배울 각오로 모 기업에 비 전공 분야로 취업을 하였다.

그렇게 운 좋게 취업했지만비전공자로 일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결국 업무 현장에서도 이 업무 저 업무에 불려만 다니며 장기적인 커리어 준비를 못하다가결국 본사 총무팀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경상계열 출신으로 전공과 관련없는 현장직에 지원했다. 그 일이 자신과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아니면 따로 준비했던 것이 있었나?

약간은 그렇게 생각했다. 너무 순진하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사무실에서 앉아만 있는 것보다,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같이 부대끼는 업무가 더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경상계열 전공은 교양수업 같은 느낌이 있어서, 기본 베이스라고 생각하고 사회에 나가서 더 큰, 다른 세상을 만나보고 싶었다. 생각해보면 그때 정신을 차렸어야 하는데, 결국 이렇게 다시 사고를 쳤다.

 

회사의 메인업무 아닌 지원부서 업무를 오래했다. 소외감이나 불안감은 없었나?

대리 3년차 정도 되니까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스텝 업무 만으로서는 회사생활의 끝이 보였다. ‘내가 너무 안이한 생각을 했었구나’라는 후회가 들었다. ‘지금이라도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야 하나’ 하는 생각을 가끔 하긴 했다. 그때라도 움직여야 했었는데, 타성에 젖어 변화가 두려워 움직이지 못하였다.

 

회사원일 때의 자신을 한 마디로 평가해 본다면 어떤 사람이었는가?

‘시키는 것은 열심히 하는 사람’ 이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하는 일이 맞는 방식인가, 제대로 된 일인가라는 고민도 많이 하였고 프로세스나 시스템도 많이 개선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업무방식이나 프로세스 등이 현장과는 많은 괴리감이 있었던 것 같고, 실무자로서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이 안 되는 것이 많아, 팀이나 회사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마음 비우고 “딱 내일만, 그저 주어진 것”만 열심히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그때 조금 더 열심히, 잘 해 볼걸”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든다.




 

단도직입 적으로 묻고 싶다. 왜 회사를 그만 두었는가?

회사에서 일을 하고 경력이 쌓이면서 ‘나의 값어치는 얼마나 될까? 나를 시장에서 팔 수 있을까?’ 고민이 들었다. 안타깝게도 그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었다. 처참한 기분이었다. 또 다른 질문을 스스로 해 봤다. 그러면 ‘내가 여기서 더 일하면 나의 가치가 많이 올라갈까?’ 하지만 이 질문에도 긍정적인 답을 스스로 할 수 없었다. 비 전공자로서 회사 내에서도 커리어를 잘 잡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 필요에 의해 팀을 옮겼고 계속해서 전문가가 될 정도의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간단히 말하면 지금 나를 시장에 팔아도 팔릴 것 같지 않고, 더 오래 다녀도 가치가 오를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싶었다. 그게 장기적으로는 나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회사를 그만두고자 결심한 결정적 계기나 사건이 혹시 있었나?

얼마 전 입사 10주년이였다. 본격적으로 위기감이 들어 운동과 독서 등 자기계발을 꾸준히 하였고, 나의 시장가치를 알아보고자, 대기업 및 스타트업 등으로 이직을 알아보았는데, 어느 곳에도 갈 수 없었다. 앞에도 얘기했듯이 나를 시장에 팔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지금이 아니면 비슷한 고민과 위기감을 느끼며 또 한해 한해 시간을 보낼 것 같아, 약간은 충동적으로 퇴사를 실행하고야 말았다.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회사를 다니면서 준비한 것이 있나?

모든 직장인처럼 몇 년 전부터 퇴사를 생각했지만, 마땅히 “어떤 일을 하겠다”라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구체적인 준비도 없었다. 솔직히 좀 대책이 없었던 것 같다. 다만 막연하지만 고민을 많이 하면서 책도 많이 읽고, SNS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많이 지켜보았다.

 

퇴사 후 가장 후회되는 건 무엇인가?

나는 어찌 보면 ‘충동적 퇴사’를 했다. 계획된 퇴사는 아니었다. 지금 가장 후회되는 것은 그래도 ‘회사 안에서 좀 더 주체적으로, 내 일처럼 해보고 나올 걸, 좀 더 열심히 해서 하나라도 더 배우고 나올 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저 불만만 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많은 기업은 정해진 프로세스 안에서 아주 조금씩 천천히 변화한다. 세상에는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아무리 거품물고 말을 해줘도 아무리 책을 읽어도 본인이 직접 겪어봐야 하는 것들이 있다. 퇴사 선택도 그런 경험인 것 같다. 막연하게 퇴사를 생각하는 사람에게 나의 경험을 얘기해 주어도 절대로 들리지 않을 것이다. 30대 중반이 넘도록 내가 원하는 일 내가 잘하는 일을 찾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된다. 퇴사하고 그것을 찾으려니 마음이 조급한 것도 사실이다.

 

지금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려운지?

새롭게 시작하고 실행을 하는 것이 가장 힘든 것 같다. 퇴사할 때만 해도 ‘뭐든지 해보고 다시 일어설수 있을 정도로 실패를 해보자’ 라는 것이 모토였다. 하지만 그런 시작, 실행을 하는 것은 진짜 어렵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무게를 이제 알 것 같다. 이미 남이 만들어 놓은 길을 걷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 나의 문제인 것 같다. 솔직히 혼자 나오니 가장 힘든 건 길이 안보인 다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시키기 때문에 그냥 하면 됐다. 지금은 시키는 사람도 없고 혼자 가야 하는데 길이 안 보인다는 것이 어렵다. 너무 남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에 익숙한 인간이 되어버린 것 같다. 회사 밖에서 나는 장님인 것 같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지금 하루 일과는 어떤가?

뭐든지 해보고 싶은데 생각대로는 잘 안 된다. 주로 온라인 활동을 하고 있다. 지인의 스타트 업에서 페이스 북 페이지 등 운영에 참여하며, 틈틈이 직접 만든 페이지를 관리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오프라인 네트워크 형성에 노력하고, 일주일에 1번 이상은 그렇게 알게 된 분들과 점심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중국어와 창업교육 등도 수강하고 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지금 노력을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무엇인가?

퇴사할 때부터 길게 1년까지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퇴사하니 조금은 조급한 마음이 크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많이 배우고, 많은 분들 만나면서 생각의 틀을 깨고, 세상 넓은 것을 배우려고 한다. 창업교육에도 참석하고 세미나나 강의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 활동, 노력의 이유는 뭔가?

좀 창피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모르겠다. 게임, 운동, 그런 것은 그냥 취미다. 그래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 나는 군대로 치면 주특기가 없는 사람이었다. 회사를 10년을 다녔어도 어디가서 “xx분야의 전문가”라고 말할 거리가 없이, 회사의 프로세스에 그저 박혀 있던 하나의 부품 같았다. 나는 시장에서 먹힐 인재가 아니었다. 그것이 작년 이직 시도 때 면접에서 다 떨어진 이유 같다. 물론 그것이 전적으로 회사 탓만은 아니다. 내 탓이 더 크다. 내가 스스로 커리어 설계를 제대로 못했고 끌려 다닌 것이 가장 문제였다.

 

가족의 반응은 어떤가?

일단 퇴사하고 일년 정도는 배우고 습득하고 나를 찾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그 부분은 아내와 얘기 되었다. 괜히 무턱대고 시도하다가 금전적 손해만 볼 것 같았다. 1년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막상 나오니 마음이 너무 조급하다. 퇴사하면 한 두 달 정도는 여행도 다니고 기타 다른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다 해보려고 했는데 하나도 못하고 있다. 마음이 편치 않아서 그렇다. 가끔 아내가 농담으로 ‘돈도 못 버는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그 말이 가슴에 칼처럼 꽂힌다. 사업을 하려는 사람은 ‘이게 성공 못하면 죽는다.’ 이럴 정도로 절실함이 있어야 하는데 당신은 절박함이 안 보인다는 아내의 말을 항상 생각하고 있다.




 

후회한 적은 없나?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한적 없나?

정신차려보니 퇴사해 있더라’ 라는 말을 최근에 몇 번 했다. 후회라기 보다는 ‘회사에서 조금 더 배울게 있었던 건 아닌가?’ ‘내가 열심히 하지 않은 건 아닌가’ 라는 아쉬움은 있다. 다시 이전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없지만, ‘내가 보람차게 할 수 있는 일, 내가 주인이 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회사가 있다면 다시 한번 직장인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있다.

 

본인이 새로운 일의 최소한의 방향성은 있을 것 같다. 어떤 것인가?

아직 구체적인 모습이 없다. 내가 열심히 할 수 있는 일, 즐길 수 있는 일, 그러면서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일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중이다. 몇 년 동안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런 모습을 그리고 있다.

 

본인의 삶의 모토는 무엇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기본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싶고, 이를 위해 시간과 돈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 최근에 배우고 싶은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이 생겼지만, 아직은 시간과 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에 지금은 조금 더 노력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아내와 아이도 있는데 조금 무책임한 느낌은 스스로 안 하나?

외부에서 보면 조금은 무책임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분명 앞으로도 계속 이런 고민을 할 텐데, 조금이라도 어릴 때 겪는 게 무엇이라도 새로 시작하기에 유리할 것 같고, 한번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기에 주변에서도 믿고 이해를 해준 것 같다.

 

다시 태어나도 회사에 취업할 것인가?

다시 태어난다면 좀 더 내가 주인이 되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보고 싶다. 그렇게만 된다면 취업이냐 창업이냐의 선택은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취업이 너무 힘들다. 혹은 취업을 앞둔 청년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은?

솔직히 지금 청년들보다는 쉽게 취업을 했다. 또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온 사람이라 할 수 있는 조언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어쨌든 먼저 겪어본 사람으로서 얘길 한다면, 현재만 보고 취업을 생각하지 않기 바란다. 본인의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충분히 고민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야 첫 단추를 올바른 방향으로 꿸 수 있을 것 같다. 말하고 보니 역시 별 도움은 안될 거 같다. ^^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조언을 한마디 해 준다면?

우선 창업의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진짜 하고 싶은 꿈과 목표가 있었던 것인지, 단순히 회사가 싫고, 더 잘 할 수 있는 게 있을 거 같아서 인지. 전자라면 내가 조언할게 없을 것이고, 후자라면, 다시 한번 자신을 되돌아 봤으면 한다. 혹시 나처럼 회사에 사표만 내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퇴사를 한다고 한다면, 역시나 세상은 마음처럼 되지 않는 다는 얘길 해주고 싶고, 그런 자신감과 열정이 있다면 우선 싫겠지만 회사에서도 충분히 역량을 발휘해 보라고 하고 싶다. 그렇게 어디서든 후회를 남기지 않은 후에, 창업이나 퇴사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궁극적인 꿈이 뭔가?

관념적으로는 ‘시간과 돈으로부터의 자유’다. 배우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생산적으로 살고 싶다. 그래서, 자식들에게도 부모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내 아이들도 일과 생활에서 스스로 주인이 되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도 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사실 나는 정말 평범한 사람이다. 대부분 그렇겠지만, 나 역시 남이 시키는 대로, 남이 정해준 길을 따라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여 회사를 다녔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내 모습에 자신이 없었고, 미래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그러다가, “용기”와 “도전”이라는 미명하에 “퇴사”를 감행했지만, 과연 이게 옳은 선택 이었는지, “만용”과 “도망”은 아니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근황을 묻거나 하는 지인들에게 쉽사리 퇴사를 하라거나, 그대로 회사를 다니라거나 하는 조언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회사를 떠나는 것은 직장인이라면 언젠가는 닥치는 현실이다. 타의 보다는 자의가 나을 것이라고 믿는다.  많은 준비를 하지 못했지만 대신 조금은 빠르게 겪는 것 이라고 믿고 싶다. 그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 되지 않도록 치열하게 준비하겠다


 

그는 가장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회사에서의 자신의 미래에 대한 답답함을 느끼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그는 가장 솔직한 사람이었다. 자기 자신을 어떤 부속인지는 모르지만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자신이 원하는 일,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회사생활이 전부일 수 없다는 것은 알았다. 그 대답을 스스로 찾고자 회사를 떠났다. 회사에 있을 때 좀 더 주체적으로 일했어야 했고, 떠나기 전에 방향성을 정하고 준비를 했어야 했다. 그의 퇴사는 다소 충동적이었다. 하지만 남이 만들어 놓은 길만 이정표를 따라 걷는데 익숙한 그는 회사 밖에서는 장님이라고 했다.

그의 떠남과 새로운 시작을 마냥 응원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였을까?  인터뷰를 끝내고 퇴사컨설턴트로서 그와 두 시간 넘도록 얘기를 나누었다. 지금이라도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강점을 찾고 방향성을 잡으리라 확신한다. 조금만 더 현실적이고 냉정한 시각으로 자신의 뒤, 그리고 앞을 고민하기를 바란다. 그가 떠나기 전에 나와 퇴사 컨설팅을 받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마음 한 켠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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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의 요청으로 익명으로 기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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