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옆 트랜드 3.불안한 저성장_ 즐김 vs. 대비

Author : 손성곤 / Date : 2018.01.29 07:30 / Category : 직장생활/직장생활 칼럼



3. 불안한 저성장 시대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의 경재 성장률은 약 11% 였다. 은행에 돈을 넣으면 이자만 약 10% 정도 였다. 대한민국 경제가 가파르게 우상향 하던 시대에는 일자리 걱정이 크게 없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그런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 성장율은 2%가 되지 않는다. 저성장으로 인해 취업을 원하는 사람보다 일자리가 적다. 이는 곧 질적으로 낮고 적합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일자리마저 생겨나게 되었다. 


알파고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이 벌써 2년이 되어간다. 알파고와 이세돌이 바둑으로 지력을 겨룬것은 2016년 3월의 일이다. 그로 인해 인공지능 (AI: Artificial intelligent) 라는 용어는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인공지능은 삶의 여유와 행복을 주는 존재로 인식되기 보다는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두려움의 존재로 각인되었다. 물론 이러한 각인에는 4차 산업이라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두려움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려는 여러 집단의 역할이 컸다. 


또한 직급과 연차를 막론하고 회사에서 잘릴 수 있다는 불안도 확산되었다. 2015년 모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포함한 정리해고가 보도되면서 이는 더욱 확대 되었다. 희망퇴직을 남의 이야기로만 생각했던 사람들은 놀랐다. 회사에서의 직업 안정성에 심각한 불안을 느끼고 인공지능의 등장에 우려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미래에 대한 불안에 사람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첫째는 미래 대비다. 


'스튜핏과 그레잇' 으로 대표되는 미래를 위한 현명한 소비행태가 유행하고 있다. 김생민 씨가 운영하는 팟케스트에서 시작된 ‘영수증’은 그 인기에 힘입어 공중파에 정규편성이 되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김생민씨는 의뢰자의 카드 사용 명세서를 보며 소비패턴의 문제점를 알려주고,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소비를 해학적으로 꼬집는다. 각각의 소비를 분석하고 ‘스튜핏 혹은 그레잇’에 다양한 말들을 붙여가며 재미나게 표현을 한다. 그가 서울에 약 40억 가량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유명 연예인은 아니지만 공무원처럼 꾸준하게 프로그램의 감초역할을 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고, 또 개인 소비를 아끼고 재테크를 실천하며 모은 자산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이 그의 자산을 ‘성실함’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그는 '돈은 원래 안 쓰는 거다.' '무지출 데이', ‘Great & Stupid’, '생민하다' 등의 유행어를 만들어 냈다. 한탕주의를 배척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고 합리적, 나아가 절제하는 소비 형태를 알렸다. 절약하고 아끼며 한걸음씩 원하는 삶에 다다른 그의 행적을 보며 사람들은 동질감과 희망을 얻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가성비를 더욱 더 추구하기 시작했다. 놀라운 가격의 필라이트 맥주, 거품을 걷어낸 평창 롱패딩, 걸으면 돈을 적립해 주는 앱 등이 그런 상황을 보여준다. 


이들은 퇴근 후 자신만의 시간에 휴식을 취하기도 하지만, 일부는 자기개발에 몰두하기도 한다. 미래의 불안함에 대한 대응을 위해 휴식 보다는 준비를 택한 것이다. 학습지 ‘구몬’의 외국어 성인 회원수는 2017년에는 2013년과 비교할 때 약 70% 이상 증가했고, 삼성카드의 자료에 의하면 매출 증가 업종 중 원격교육에 결제하는 비중의 상승폭이 크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쉬면서도 무언가 스스로를 채워갈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분명히 여가를 보내는 것이지만 동시에 소비보다는 채움의 기쁨도 함께 얻기를 원했다. 책을 읽으며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났고, 또 삼성동 지하 쇼핑 공간의 일부를 커다란 도서관으로 만든 이후 쇼핑몰 매출이 30% 정도 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https://goo.gl/sxtKx4





다른 하나는  현재를 ‘즐김’이다. 


YOLO는 이미 2016년에 등장했다. 당시의 유행어 중 하나는 헬조선, 흙수저 처럼 절망적인 단어도 포함되어 있었다. 지옥처럼 힘들고 어려운 세상이지만 한번뿐인 인생의 현재를 즐겁게 살기 원했다. 현실과 이상은 극단적으로 상충되고 있었다. ‘2018년 대한민국 트랜드’에서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트랜드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세대에 적용되지는 않는 것 같다. 특히 24세 이하의 젊은 세대일 수록 정신적 풍요보다 물질의 풍요가 더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중이 높았다. 아울러 20대는 약 3일에 한번 정도는 홧김소비 (시발비용: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스트레스 해소와 자신을 위해 하는 소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스스로에게 필요한 작은 물건을 사거나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는 음식등을 구입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힘든 세상에서 스스로를 토닥이며 위로하고 보상해 주는 차원이다 (https://www.20slab.org/archives/22316


국내 차보다는 수입차의 점유율은 꾸준히 올라가고 있고 국내 소비지출 증가율에 비해 카드 해외사용 실적 증가율은 매우 높게 나타난다. 이런 소비 행태는 헬조선에서 흙수저를 벗어날 수 없고, 불안한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까지 포기하기 보다는 현재에 집중해서 충실하게 즐기고자 하는 생각에서 기인한다. 



최근에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가상화폐에도 이러한 명암이 드러나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자의 30%가 10대, 20대 라고 한다. https://goo.gl/fyhtyS   2018년 1월 초에 방송된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의 가상화폐 편에는 수 백만 원의 초기 자금으로 수백억 원의 수익을 올린 사람이 출연했다.  20대 초반으로 알려진 그는 "이래도 흙수저 저래도 흙수저 라면 한 5,000만원 정도는 가상화폐에 과감하게 투자해 볼 필요는 있다."라는 말을 했다. 그의 말은 누군가에게는 명언이 되어 가슴에 꽂혔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투기꾼의 말로 치부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독히도 힘든 현실과 그를 탈출 할 전통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이 줄어드는 현실에 그의 말은 인터넷에 많이 회자되고 있다.












욕구의 절충_ 대리만족


트랜드 코리아 2018 이라는 책에서도 중요 키워드로 나온 ‘워라밸’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 그리고 돈이다. 불필요한 일을 줄이고 업무의 밀도를 높여 정시 퇴근 이후의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서는 여전히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YOLO로 대변되는 현재에 충실한 즐김을 미래를 위해 돈을 많이 쓰지 않는 새로운 힐링법이 생겨나고 있다. 다른 사람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는 것이다. 



여성들의 경우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이나 소위 '짤' 영상들을 보면서 정신의 씻김굿을 한다. 마음이 정화됨을 느끼는 것이다. 작년 말 몰아친 워너원의 ‘강다니엘’ 열풍 속에서 그의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힐링을 인증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자신에게 만족을 주는 타인을 바라보고 그를 흠모하며 정신적 안정과 만족을 얻는 것이다. 


남성의 경우 '나는 자연인이다.’ '여행생활자 집시맨' 처럼 스트레스 없이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얻었다. '나는 자연인이다'는 스트레스에 지친 도시인이 가진 것이 없더라도 자연 속에서 여유롭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매번 나온다. 이 모습은 40대 이상의 남성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자체 시청률이 7%를 돌파하면서 다큐 형식의 종편 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https://goo.gl/Pz8WSa  이 시청률은 많은 중년 남성들이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자연에 파묻혀 걱정 근심 없이 마음대로 사는 출연진을 보면서 힐링과 대리만족을 얻는다는 것의 반증이다. 



또 다른 형태는 바로 생각 없이 멍 때리면서 얻게 되는 마음의 평화다. 피젯 스피너를 돌리고 슬라임, 액체 괴물 등을 만지작거리면서 무념 무상의 시간을 보낸다. 또 다른 사람의 일상을 그저 바라보기도 한다. 누군가가 공부하는 영상, 밥 먹는 영상, 심지어 남들의 자는 영상을 보기도 한다. 또한 반바지만을 입은 한 남자가 야생에서 홀로 살아가는 모습을 말없이 보여주기만 하는 영상도 인기가 있다.   https://goo.gl/cJtNDH  영상이지만 소리에 특화되어 듣기만 해도 귀와 머릿속이 간질간질 해지고 비워지는 무념무상의 ASMR도 여전히 인기는 높다.  https://goo.gl/UGCTVM 













상충의 시대 (Era of conflict


<말랑말랑 쉽게 먹는 세상, 고민하지 마세요, 불안한 저성장> 이라는 세가지 키워드로 현재 우리직장인들의 전후좌우를 살펴보았다. 이 세가지 키워드를 하나로 모아서 나는 지금을 <상충의 시대>라고 말하고 싶다. 이래야 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 저걸 하고 싶은 서로 상충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해외여행을 일년에 두 번씩은 가서 YOLO하고 싶지만 불필요하게 돈을 많이 쓰며 스튜핏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공존한다. 더 쉬운 것, 가벼운 것만 접하고 싶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는 힘들고 복잡한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것도 포함된다. 회사를 오래 다니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이처럼 욕구와 현실이 서로 상충되고 부딪히는 세상이 바로 2018년 우리의 모습이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고 행동을 해야 할까? 그 답은 지속적인 인풋과 행동을 통한 실험으로 찾아야 할 것이다. 직장생활연구소에서도 이 글을 쓰는 나를 포함한 직장인들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모임을 지속하려고 한다. 











직장생활연구소  kickthecompany.com written by 손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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