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물속에서의 자유_행복한 몰입

Author : 손성곤 / Date : 2015.05.15 08:00 / Category : 직장인 필진/벨제붑의 노래


얼마 전부터 동네 구민 센터에 새벽 수영 기초반 등록했다. 서른이 넘도록 남들 다하는 수영 한 번 못 배워 본 게 항상 맘에 걸렸고 올해 여름엔 제대로 수영을 해 보고 싶었던 것이 이유였다

 

첫 시작의 창피함을 이기고 한 달이 조금 지났을 무렵 조금씩 수영이란 것에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막상 처음 등록할 때만 해도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정말 고역이었다.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배우러 오겠냐 라는 생각도 많았다. 그런데 수업 첫 날 새벽 아직은 쌀쌀한 아침 공기를 힘겹게 가르며 찾아간 수영장에서 나는 내 생각에 반성했다. 이미 수 많은 사람들이 새벽부터 수영장에 나와 다양한 물살을 가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색한 분위기도 잠시, 너나 할 것 없이 음악에 맞춰 준비 운동을 하고 수영을 시작했다


이미 수영을 배워보신 분들은 알 것이다. 수영을 위해선 입으로 들이쉬고 코로 내쉬는 호흡부터 배워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단계가 올라갈 수록 손과 발을 움직이면서 동시에 호흡까지 신경 써야 한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익숙해 졌지만 목이 마르지도 않았지만 처음엔 수영장 물을 꽤나 많이 들이켰다. 킥판을 잡고 25미터를 한 번에 가는 것은 태평양을 가르는 것마냥 큰 도전 이었다. 양 팔을 돌리기 시작했을 때는 어찌나 몸이 가라 앉는지 몇 번이고 자세를 바로 잡아야 했다.

 

쉽사리 늘지 않는 수영 실력보다 더 어려운 것은 새벽에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래도 꾸준히 빠지지 않고 출석하다 보니 어느덧 새벽에 알싸한 락스향 나는 수영장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이 내게 습관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어쩌다 출장을 가거나 휴일에 수영을 거를 때면 그렇게 아쉬운 마음과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한 달이 막 지나 락스향에 친해질 무렵 자유형의 자유에도 함께 익숙해 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물 속에서의 몸을 담그고 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신비로운 적막을 조금씩 즐기기 시작할 수 있었다.




 

예전에 한 자선 단체의 김장 담그기 행사에 참여했다. 그때 내 앞에서 같이 김치를 담그시던 한 회사 사장님을 기억한다. 당시 그 분은 그 행사에 8년 동안이나 꾸준히 참석하신 걸로 유명했다. 워낙 자주 오셔서 그 단체의 대부분 직원들이 알아보고 인사를 할 정도였다. 그 분은 주변 지인과 회사 직원들에게도 이 행사에 자주 오도록 독려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본인의 고민을 잊고 몰입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기서 몸을 움직이며 김치를 담그면 일로 인한 고민은 이내 사라지고 스스로를 잊어버릴 수 있어서 좋다는 것이었다.

 

한 유명 광고 인은 고민거리가 자신을 괴롭힐 때면 홀로 새벽녘에 무작정 달린다는 말을 기억한다. 음악을 들으며 계속 달리면 고민거리도 사라지고 게다가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해답들이 떠올랐던 적이 종종 있다고 했다.

 

내가 아침마다 수영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나도 일상에 치여 정신 없이 살 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고개를 흔들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다르다.


직장 생활을 포함한 우리의 삶은 언제나 힘든 걱정거리들을 한 아름 안겨준다. 이런 긴장감들은 우리의 정신과 몸을 잔뜩 움츠리게 한다. 이런 경우 걱정과 긴장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몸을 움직이며 몰입상태에 빠져드는 것이다. 자신만의 방법과 리듬으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킬 수 있고 아울러 불필요한 걱정들로부터 벗어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적어도 하루에 한 두 시간 정도 출근 전 혹은 퇴근 후에 잠시라도, 아니 그것마저 힘들면 주말이라도 육체적 행동을 통한 몰입의 시간을 만들어보자.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들, 아니면 평소에 해보고 싶었지만 망설여왔던 것들을 이번 기회를 통해 한 번 도전해보자. 머리 속 정신이 감당하기 힘든 것들은 우리의 몸이 그 해답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육체가 정신을 컨트롤하는 것도 아니다. 육체와 정신은 하나이기에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은 육체적 몰입을 통해 회복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육체적 움직임을 통해 접하는 순수한 몰입의 순간, 그 순간들은 정신적 회복과 함께 당신의 인생에 크나큰 즐거움으로 돌아올 것임을 확신한다.

 




Copyright 직장생활연구소  kickthecompany.com at 직장인 글쓰기

Tags : 몰입, 육체, 직장인 글쓰기

Trackbacks 0 / Comments 2

9. 소독약 냄새나는 병실에 누워

Author : 손성곤 / Date : 2015.05.15 08:00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사무실 직원들은 쉽게 불리우는 별명이 하나씩 있었다. 선배는 한번 물면 놓지 않는다고 해서 풍산개, 나는 말이 느려 거북이였다. 나는 별명을 다시 지어주고 싶었다. 꾹꾹이일이 많아도 꾹꾹, 스트레스를 받아도 꾹꾹, 화가 나도 꾹꾹. 꾹꾹 참았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거리 때문에 숨이 턱턱 막혔고, 말문까지 함께 막혀버렸다. 어느새 하고 입을 닫고 해야 말만 하는 사람이 되었다.

 

출근과 동시에 인사를 하고 옷걸이에 외투를 걸고, 컵을 씻어 정수기에서 물을 떠서 자리로 오면 울려대는 전화소리와 함께 하루가 시작된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였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배가 아팠다. 화장실에 가서 앉아있다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을 가려고 계단을 올라가는데 어지러웠다. 변기뚜껑을 내리고 한참을 앉아 있다가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이제는 배가 아니라 옆구리가 아팠다. 옆구리의 통증이 번져 누구에게 두들겨 맞은 것처럼 온몸이 아파왔다. 몸속은 열이 나면서 동시에 추웠다. 겨울 잠바를 꺼내 걸쳤다. 옆구리가 너무 아파서 허리를 숙이고 필사적으로 마우스를 붙잡고 있었다.

 

춘희씨. 그래? 어디 아파?

아니요. 괜찮아요.

얼굴이 하얘. 어디 좋은 같은데?

배가 아파서요. 점심시간에 병원 다녀올게요.

 

12시가 되니 모두 우르르 식당으로 가버렸다. 옷을 갈아입을 기운조차 없어 겨울 잠바를 걸친 회사를 나왔다. 더운 날씨에 겨울 잠바를 입고 걷고 있는 여자가 이상해 보이는지 사람들은 힐끔거렸다.

 

회사근처에 있는 병원에 도착했다. 접수를 하고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푹신한 병원소파에 앉아 있으려니 그대로 누워버리고 싶었다.

 

어디가 아프세요?

배가 아파서요. 아니 옆구리가 너무 아파요. 오한이 오는 같기도 하고. 몸이 으슬으슬 추워요.

재볼게요.열을 재더니 이번에는 손으로 옆구리를 꾹꾹 눌러보신다.

여기? 이쪽이 아프죠? 누르면 아파요?

.

이제 왔어요. 참기 힘들었을 텐데. 두고 봐야겠지만 신장염 같아요.

몸에 면역력이 약해져서 신장에 염증이 생긴 거예요. 며칠 입원했으면 좋겠는데..

입원은 힘들 같아요.

그럼 일단 낮추는 약이랑 염증완화 시켜주는 주사 놔줄게요. 링거도 맞고 가요.

오늘은 쉬는 좋은데. 몸으로 있겠어요? 내가 소견서 써줄게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선생님.

 

덩그러니 침대가 하나 놓여있는 주사실로 가서 누웠다. 간호사언니가 들어오더니 고무줄로 팔을 동여 메고 찰싹 하고 팔을 때린다. 혈관에 주사바늘을 넣었다. 링거를 놔주었다. 평소 건강하다고 자부하고 있었고 운동을 즐겨 하는 편이였다. 그래서 인지 입원한적도 없었고, 링거를 맞는 것도 처음 있는 이였다.




 

시계를 보니 벌써 12 반이다.

 

팀장님, 몸이 좋아서 병원에 왔는데요. 링거 하나 맞고 가라고 해서요. 이게 시간 정도 걸린대요. 점심시간 조금 넘어서 들어갈 같습니다.

별거 아닌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 하려 애썼지만 전화를 끊고 나니 눈물이 하고 떨어졌다.

 

여자들은 이래서 .라는 소리는 듣기 싫었다. 선배들처럼 악착같이 야근을 했고, 주말에도 출근을 했다. 야근에 필요한 체력을 기르려 헬스를 하기도 했다. 몸이 아파도 쉽게 없었다. 막내가 쉰다는 특히 눈치가 보이는 이기도 했다. 악물고 버텨왔던 순간들이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같았다.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도 아닌데, 아플 때도 마음 놓고 없다는 것이 서럽기도 했다. 소독약 냄새 나는 병실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니 다시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 9편으로 이어집니다. -



Copyright 직장생활연구소  kickthecompany.com at 직장인 글쓰기


 

Tags : 직장인 글쓰기, 책쓰기

Trackbacks 0 / Comments 0

9. 사장 vs. 직원 _ 사업에 실패한 이유

Author : 손성곤 / Date : 2015.05.12 10:17 / Category : 직장인 필진/벨제붑의 노래


출근 길 가끔 회사 앞 커피숍에 들리곤 한다. 하지만 언제부터가 맘이 편치 않다. 분명 입구에는 문 여는 시간이 8시라고 적혀있는데 820분이 넘도록 문이 잠겨있었다. 오픈 시간보다 조금이라도 더 일찍 문을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왜 이런 새벽부터 커피를 마시고 그래? 귀찮게!’라는 표정의 직원이 나를 대한다. 얼마 전 주인이 바뀌고 할인 행사까지 진행하는데 지금까진 그 결과가 영 신통치 않아 보인다.

 

회사 건물 꼭대기에 커피숍은 9시 정도에 문을 연다. 문을 열자마자 직장인 들이 하나 둘 몰려든다. 사장님 혼자 운영하기에 바쁠 땐 손님들이 직접 계산을 하고 커피를 가져 가기도 한다. 종종 점심을 먹고 그곳을 들리는데, 사장님과 이야기 하다 보면 그 분의 열정에 잠시나마 힐링되는 느낌을 받는다. 장사 잘 되어 부럽다고 말을 전하면 되려 사장님은 손사래를 치면서 이래도 적자라며 웃으신다. 자기도 언제 망할 지 몰라 항상 노심초사하며 쉬는 날도 없이 일한다고 하셨다. 그 두 사람들을 보며 줄곧 사장과 직원의 가장 큰 차이가 뭘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돈다.

 

대학원을 마친 후 나름 번듯한 직장에 취직해 일을 하면서 나는 다시금 꿈을 꾸고 있었다. 틈틈이 개인적으로 구상해오던 것들을 사업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주위에 동료, 지인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가뿐하게 사표를 내밀었다. 그리곤 주변 지인들의 돈까지 빌려 모와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하기 전에 수 없이 시뮬레이션을 했던 상황이었지만, 막상 돈을 받던 직원에서 돈을 주는 사장으로 바뀌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말썽의 연속이었다. 몇 일 지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사무실 월세 낼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다.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내가 구상하고 진행했던 여러 프로젝트들은 다양한 이유로 미뤄지고, 예상조차 하지 못한 장애물과 마주하기 일쑤였다. 술이 없으면 잠을 잘 수 없었던 그 불면의 밤이 이어졌고, 어느새 나는 구석에 홀로 앉아 숨어 지내는 외톨이가 되고 말았다. 내가 지금까지 무슨 짓을 한 것일까 라며 매일 그 간의 일 들을 곱씹으며 후회하고 또 번민했다. 결국 나만의 사업은 실패로 결론이 났고, 나는 빚만 잔뜩 안은 채 다시 회사라는 따뜻한(?) 울타리로 들어왔다.

 

내가 사업을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두 번째 커피숍 사장님의 모습에서 그 답을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내 사업과 인생 앞에서 사장이 아닌 직원의 모습으로만 계속 일관해왔던 것 같다. 회사의 종이컵 하나처럼 돈 몇 천원을 아끼기 위해 고민하지 않았고, 직원처럼 언제나 쉴 궁리만 하며 편한 길을 찾곤 했다. 앞서 말한 회사 앞 까페 직원의 모습이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온 나는 거창한 구호 대신에 우선 내 삶의 사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회사에 출근해 회사 일을 고민하고, 잠들기 전까지 인생의 주인이 되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할애된 24시간이라는 시간을 최대한 알차게 쓰는 버릇을 들이는 것부터가 내 삶의 사장이 되는 첫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지금까지 직원의 입장에서 피동적으로만 살아왔다고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스스로에게 묻길 바란다. 회사에선 당신이 아직 직원일 지 몰라도, 적어도 당신의 인생에 있어선 더 늦기 전에 꼭 사장되어 훌륭하게 본인의 목표한 바를 이루길 진심으로 바란다.



Copyright 직장생활연구소  kickthecompany.com at 직장인 글쓰기

 

Tags : 직장인 글쓰기, 직장인 책쓰기

Trackbacks 0 / Comments 0

8. 안 되나요? 왜 저는?

Author : 손성곤 / Date : 2015.05.03 12:03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직장인으로서 벚꽃앤딩은 벌써 번째다. 직장생활도 3년차의 삶은 여전했다. 야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눈을 붙이기 바빴고, 다시 알람 소리에 화들짝 놀라 부랴부랴 출근하는 하루하루가 계속되었다. 집은 잠만 자는 공간이 되어 버린 오래였다. 나의 생활에서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커지면 커졌지 작아지지는 않았다. 시간, 생활은 사라져가고 회사에 질질 끌려 다니고 있었다.

  

주체적으로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활용할 있는 시간은 퇴근 후와 출근 이었다. 불규칙한 퇴근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24시간 헬스장에서 운동을 시작했고, 출근 전에는 영어학원에 등록했다. 6:30분에 시작하는 영어수업을 들으려면 번째로 출발하는 지하철을 타야 했다. 자기개발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회식이라도 하는 날이면 학원을 빠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래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학원에 가면 아침수업을 들으러 오시는 분들께 뭔가 긍정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사람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열심히 나가게 되었다. 조금씩 나만의 경쟁력이 갖춰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나도 언젠가 해외지사에서 있는 날을 꿈꾸었다.

 

학원을 다닌 시간이 흘렀을 무렵 같은 선배도 같은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학원이 끝나고선배와 이야기를하던 중에 선배는 회사에서 학원 비를 환급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조금은 서러웠다. 누구는 내주고, 누구는 안내 주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팀장님께 말씀을 드렸다. 팀장님은 굳이 일을 크게 만드냐는 표정을 지으며 자기 권한이 아니라면서 실장님과 이야기 해보라고 했다.  실장님께 말씀 드렸다. 실장님께서는 또 불편한 표정을 하시며 이사님께 말씀 드려보겠다고 했다. 





 며칠이 지난 어느 , 자리 전화벨이 울렸다.

춘희씨. 3층으로 와요. 하지.이사님 전화였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면접 이후

둘이 마주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와요.

춘희씨가 입사한지 얼마나 됐지?

요번 달에 3 됩니다.

영어교육을 듣고 있다고?

, 그렇습니다.

영어교육. 그거 말이야. 춘희씨는 대상자에 포함이 .

? 대상자라니요?

사실, 회사에서는 해외지사로 보낼 사람을 대상으로 교육비를 지원해주고 있어.

대상자가 따로 있었나요? 그리고 해외지사로 사람을 뽑는다면 지원하고 싶습니다.

몰랐나? 우리 회사는 여직원 해외 보내.

 

여자는 보내봤자 결혼하면, 출산하면 그만두니까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혼을 하고도 계속 일을 계획 이었지만, 나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영어실력을 키워 언젠가 해외지사에 근무하고야 말겠다는 야무진 꿈은 꿈일 이였다.

 

여자라는 이유로, 전문대를 나왔다는 이유로 사원 다음 직급인 계장으로 진급하려면 7년의 시간을 버텨야 했다. 그래. 나는 군대를 갔으니까, 전문대를 나왔으니까 진급이 늦어지는 이해할 있었다. 그렇지만 교육기회제공의 불평등은 화가 났다. 여자라고 일을 적게 하는 것도 아니고, 야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선배는 회사 돈으로 교육을 받고 나는 돈을 주고받아야 할까? 이제야 팀장님, 실장님의 표정이 변했던 이유가 이해가 되었다.

 

나의 문제이기도 이것이 동생과 친구들이 겪게 수도 있는 문제이고, 이런 고정관념이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어렵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스펙에 비해서는 급여도 편이였고, 규모도 편이라서 부모님은 나를 자랑스러워하셨다. 물론 나도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 우리가족 모두가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 회사였는데 그래서 실망이 컸다. 5 , 10 뒤의 나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짙은 회색이 드리워진 이곳에서의 미래는 쉽사리 그려지지 않았다. 저는 되나요? 여자라서 되는 건가요? 소리로 외치고 싶었다. 내가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에 힘이 빠져버렸다.



- 9편으로 이어집니다. -



Copyright 직장생활연구소  kickthecompany.com at 직장인 글쓰기



 


Tags : 직장인 글쓰기, 춘희

Trackbacks 0 / Comments 5

8. 나를 제대로 바라본다는 것.

Author : 손성곤 / Date : 2015.05.01 15:21 / Category : 직장인 필진/벨제붑의 노래


대학 졸업반 시절 미학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과제가 적고 출석 체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선택한 수업이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꽤나 유익한 수업이었다. 수업을 통해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미술 작품들을 보면서 당시의 철학과 분위기를 느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작품에 투영하고 싶었던 것들을 유추해보는 것이 수업의 대부분이었고 색다른 자극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 지금까지 배운 수업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적는 시험을 치렀다.

나를 찾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길게 글을 적어간 기억이 난다. 많은 예술가들은 본인의 작품을 통해서 자신을 찾고자 했고, 자신의 모든 면을 캔버스 혹은 조형물로 빚어내고 만들어 것이라 생각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고 자신의 흔적을 세상에 남겼다. 이에 반해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나에 대해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다 보니, 남이 시키는, 세상이 정해주는 데로 나를 정의 내리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역시 지금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 ,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지만 쉽사리 끈을 놓치곤 한다.


새로운 직장에 취직해 다시 일을 하다, 직장 대인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진 적이 있었다. 출근만 하면 침묵으로 일관했고, 나와 껄끄럽던 사람들과 혹시라도 엮일까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며 지냈다. 그때 우연히 심리 상담, 치료를 받으며 상담사와 많은 이야기를 하며 치료를 했다. 분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이야기들과 내면에 소리가 입을 통해 나오길 차분히 설명했고 나는 조금씩 스스로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주간의 치료가 끝나고 상담사가 내린 결론은 이랬다. 당신은 예술가적 기질이 강한 사람이며 굉장히 직관적인 스타일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남이 시키는 일만 하는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지금 굉장히 가식적인 삶을 사느라 힘든 상태인 걸로 보인다. 이렇게 계속 가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스트레스가 쌓여 병으로 심화될 있다. 그렇기에 보다 창의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있는 일을 찾거나, 스트레스를 있는 취미생활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충격이었다. 누구보다도 회사, 조직 생활에 맞춰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내가 알고 보니 가식적인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30년이 넘도록 살아왔지만, 정작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모르고 지내왔던 것이다. 지금부터 에게 집중하지 않는다면 나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이 슬펐다.

 

나는 나에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질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대답을 한다. 그러나 정작 대답 속에 라는 존재가 빠진 경우가 많다. 특히 어느 정도 회사 생활을 직장인들일수록 유독 그런 경우가 많다. 우리는 솔직하게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게 설령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가지를 버려야 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회사라는 틀에 억지로 자기를 끼워 맞추고 명함이 자신이고 믿으며 사는 사람, 아침부터 퇴근 때까지 끊임없이 일에 밀려가며 꾸역꾸역 사는 사람, 퇴근 길에 멍하니 지하철에서 휴대폰만 만져대는 사람, 이런 사람이 본인이라면 회사라는 울타리에서 튕겨나가기 전에 하루 빨리 진짜 자기 자신을 찾길 바란다.

지금부터라도 나란 존재에 대해 하나씩 관찰해보는 어떨까? 본인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 , 옷은 어떻게 입는지, 그런 취향을 가지게 되었는지, 선택의 시발점을 향해 조금씩 조금씩 더듬어 가보자.


나도 이런 행동을 통해 나를 발견해 경험이 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마다 줄곧 부모님이 개입하곤 하셨다. 때문에 내가 진짜 원하던 선택지를 버릴 밖에 없었고, 선택의 이유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 받지 못했다. 그런 습관이 쌓이다 보니 지금도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마다 망설이게 되고, 대신 누군가가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려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를 돌아보고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삶에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후로 내가 문제에 맞닥뜨렸을 내린 결정들이 훌륭하진 않았던 적도 있었다. 때로는 손해를 입어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후회는 휠씬 적었다. 늦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나를 조금씩 바라보는 순간을 만들어보자.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일들은 지금도 충분히 하고 있지 않은가? 소중한 당신의 인생 만이라도, 스스로의 목소리를 집중해서 들어보도록 하자.


인생의 절정기를 지나 황혼기에 접어 들어 그제서야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보호막들이 벗겨졌을 , 앙상하게 뼈만 남은 나를 만날 것인가? 아니면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살을 찌우고 노력해 제대로 나를 만날 것인가? 선택은 언제나 당신의 앞에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이상 피하지 말자.

Just do it!




Copyright 직장생활연구소  kickthecompany.com at 직장인 글쓰기





 

Tags : 직장인글쓰기

Trackbacks 0 / Comments 0

7. 스트레스에는 샴푸가 최고

Author : 손성곤 / Date : 2015.04.24 12:05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도면이 무슨 하루면 나오는 안다니까.

어휴, 오늘부터 야근 예상이야.

나도 산더미야.

우리 스트레스도 쌓였는데 오랜만에 샴푸 갈까?

! 좋지.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 술과 유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주 모금에도 얼굴이 시뻘개 지고 온몸이 붉게 타오르면서도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차오르면 샴푸를 찾았다. 술을 마시러 갔다기 보다는 신나는 음악이 좋았고 회사사람이 아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 엄마에게는 비밀이다. 샴푸에 가는 날은 회사 워크샵이 있는 날이다신나게 단장을 한다. 톡톡 화장이 지워진 부분을 다시 덧바른다. 아이라인 꼬리를 빼야겠다. 진하고 두껍게. 새빨간 립스틱도 바른다. 평소에 하지 않는 귀걸이도 했다. 조용하고 모범생처럼 보이는 외모가 오늘만큼은 노는 언니처럼 보였으면 좋겠다. 새로 주문한 옷이 너무 타이트 하다. 배에 손을 가져가 대어본다. 숨을 참아본다. 계속 긴장하고 있어야겠다.

 

어서 옵쇼.건장한 체격의 사내들이 우렁차게 외친다. 조금 무섭다.

신분증 보여주시고요.신분증을 내밀자 렌턴으로 주민등록증의 얼굴과 얼굴을 번갈아 가며 비춰본다

찾으시는 웨이터 있으세요?

없다고 하려다가 저번에 왔을 담당했던 웨이터 이름을 말했다. 돼지엄마요.

잠깐 기다리세요. 치직치직. 돼지엄마, 돼지엄마. 7층에 여성 ."

5초가 채 지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났을까? 쿵쾅쿵쾅 멀리서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언니들~ 이렇게 오랜 만에 .옆구리를 찌르며 친한 한다. 비어있던 테이블에 빨간 등을 켜주며 돼지엄마는 우리를 안내했다. 자리에 앉아 턱을 괴고 다른 테이블을 찬찬히 훑어본다. 여자뿐이잖아. 괜히 왔나 싶다. 음료수를 마시려는데 누군가 손목을 낚아챈다. 야호속으로 외친다. 이기는 하며 아래층으로 끌려간다.




문이 열렸다. 찰나이긴 하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를 위아래로 훑는 시선을 느낄 있었다. 반사적으로 배에 힘이 들어간다. 푹신해 보이는 소파에 명이 앉아 있다. 이미 옆에 앉은 여자와 열심히 이야기 중인 남자도 있다. 가운데 자리로 들어가라고 웨이터가 등을 떠민다.

안녕하세요, 맥주 드실래요?완전히 맘에 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맘에 들었으면 양주를 권했겠지. 배가 고프다. 생각해보니 준비하느라 저녁도 먹었다

과일안주가 손대지 않은 것처럼 깨끗하다. 여자들이 아직 많이 오지는 않은 같다.

 

, 맥주주세요. 과일 안주 먹어도 되죠?

그럼요, 많이 드세요. 분이서 오셨어요?

친구랑 저랑 둘이 왔어요.

나이는요?

24살이요.

 

사는 곳을 묻고 직업을 묻고 뻔한 대화가 이어진다. 맘에 들면 앉아 있고 맘에 들지 않으면 친구를 핑계 삼아 빠져 나오면 된다. 따라주는 술이 걱정된다고? 받은 술은 짠하고 마시는 입만 가져다 대고 내려놓으면 된다. 신나는 음악과 번쩍이는 조명에 몸을 흔들어 대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 이였다. 남자친구도 만들고 싶었다. 위험한 인줄 알면서도 부킹에서 결혼까지가 괜히 있는 말이겠어?하며 괜찮은 인연을 만날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걸어보기도 했다.


시계를 보니 5시가 되어간다. 서서히 마법이 풀릴 시간이다. 눈부신 조명 아래의 모습은 괜찮아 보였는데, 적나라한 지하철 조명은 여과 없이 원래의 모습을 비춰주고 있다.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이라는 알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꾸 샴푸를 찾았다. 목이 마를 , 시원한 탄산음료 모금이면 머리가 쭈뼛 설정도로 짜릿하지만 이상하게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이 나는 탄산음료처럼 말이다. 햇살을 받으며 집으로 가는 길은 허무하다. 높은 구두 때문에 발이 아프고 잠을 잤더니 눈꺼풀이 자꾸 내려온다. 눈부신 조명과 신나는 음악, 한껏 멋을 부린 사람들과 어울렸던 시간들이 어젯밤 이야기가 된다. 어제는 황홀한 향기로 취해버리게 하더니 오늘은 눈을 따갑게 하다가 하얀 거품이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 8편으로 이어집니다. -


Copyright 직장생활연구소  kickthecompany.com at 직장인 글쓰기


Tags : 직장인 글쓰기

Trackbacks 0 / Comments 0

7. 집념의 초콜릿_ 그 달콤 쌉싸름함.

Author : 손성곤 / Date : 2015.04.24 11:45 / Category : 직장인 필진/벨제붑의 노래


안뇽하쉽니까! 저는 레퍼트 교숩니다. 반갑숩니다.

말까지만 제대로 알아들을 있었다. 하루 8시간의 수업 동안 유려하게 쏟아지는 외국인 교수님의 강의는, 나를 맨붕으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발표 과제.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한숨들이 대학원 강의장을 가득 매웠다.


영어 발표를 위해선 가지 능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했다. 영어로 텍스트를 빠른 속도로 읽을 있어야 했고, 영어로 본인의 생각과 느낌을 말할 있어야 한다. 가지 능력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져야 비로소 토론다운 토론을 있다. 물론 대학 영어발표를 겉핥기 식으로 해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심층적인 것은 처음이었다. 텍스트를 제대로 읽어내기도 힘든 상황이다 보니 조별 과제가 던져질 때마다 먹은 벙어리가 되기 일쑤였고, 정작 토론을 시작해도 헛발질의 연속이었다.


와중에 나랑 다른 수준을 보여주는 형님 분이 있었다. 유명 대기업 출신(?) 차분한 목소리로 요점을 집으며, 자신의 논리를 펼쳐 토론을 정리하곤 했다. 게다가 완벽한 프레젠테이션 스킬을 통해 교수님과 학우들에게 전달했다갈피를 잡고 있던 나는 시간을 내서 형님에게 코칭을 해달라고 사정했다. 때마다 형님은 쉽게 배울 있는 아니라며 웃음으로 일관했다. 자기도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기 까지 자신의 사수의 도움이 컸는데, 대부분 혼나고 지적 당한 전부라고 했다. 그런데 욕을 먹고 고생을 하다 보니 과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하루 종일 생각만 계속 하고 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했다.


어떤 일에 대해  번이라도 제대로 핵심을 파악해 경험이 있다면 다음에 경험이 성공의 경험으로 이어질 있다. 화장실 , 때도, 심지어 꿈에서도 내용을 곱씹으며 고민하는 지루한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절박함을 뚫고 하나씩 답이 나오기 시작한다. 답을 얻는 순간, 본인만이 느끼는 쾌감은 이루 말할 없을 정도로 크다. 진짜 그 능력을 갖길 원한다면 당장 끝까지 고민하고 고민해보라는 것이 형님의 포인트였다.



조언을 거울 삼아 나는 다음 수업에서 발표 과제 발제자를 맡았다. 그것도 외국인 여자 동기와 함께 하는 발표였다. 발표 주제는 글로벌 회사의 아동 노동 착취 문제였다. 해당 과제를 주면서 교수님은 단순 요약이나 정리를 하는 수준으로 발표를 진행할 경우 낙제를 각오하라며 으름장을 놓으셨다.  때부터 자취방, 도서관에서 고민하고 고민하며 발표 전체를 아우를 있는 아이디어를 짜내기 시작했다. 얼마 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어떤 아이디어가 머리를 마치 새가 날아가듯이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생각을 놓치기 싫어 황급히 파트너에게 내용을 적어 보냈다. 나의 아이디어에 파트너는 격한 공감을 보였고 즐겁게 발표 준비를 했다.

 

발표 당일 우리는 초콜릿을 사서 모든 학우 들에게 나눠주고, 발표가 끝날 때까지 먹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교수님 포함해 모든 학생도 의아해 했지만 이내 관심을 보이며 발표를 지켜봐 주었다. 내용 요약으로 시작해본격적으로 아동 노동 사례로 발표는 이어졌다. 실제 아동 노동이 벌어질 밖에 없는 근본 원인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발표 마지막 슬라이드에서 카카오를 수확하고 있는 어린 아이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 여러분이 받은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도 아동 착취를 통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여러분이 초콜릿을 먹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일자리를 얻을 없어 가난해질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이 초콜릿을 먹는다면 아동 노동 착취에 찬성하는 행동이라 있을 것이다. 오늘 발표의 결론은 여러분들 각각 초콜릿을 어떻게 하는 가에 따라 마무리하는 걸로 하겠다.”


발표는 이렇게 끝났다. 교수님은 우리를 보며 굉장히 인상적인 결론이라며 흡족해했고, 본인은 초콜릿을 먹겠다며 입에 베어 무셨다. 나머지 동기들은 서로의 생각을 쏟아내며 초콜릿을 보기 시작했다. 자리로 돌아오니 누군가 어깨를 쳤다. 뒤를 돌아보니 형님이 웃고 있었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만 끄덕였다.


지금도 나는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면 혼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물론 모든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이 나오는 아니다. 하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지다 보면 어렴풋하게 답이 보이는 때도 있다. 우리를 괴롭히는 인생의 문제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두들 힘들고 귀찮고 짜증나겠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버텨보자. 우리를 괴롭히던 여러 문제들이 생각보다 문제의 해답이 쉽게 풀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나서 마지막 초콜릿을 먹을 것인지 결정하자



Copyright 직장생활연구소  kickthecompany.com at 직장인 글쓰기



Tags : 직장인 글쓰기

Trackbacks 0 / Comments 0

6. 이별과 출발_ 간이역에서 기차를 갈아타다.

Author : 손성곤 / Date : 2015.04.17 08:30 / Category : 직장인 필진/벨제붑의 노래


 

우우웅~우우웅~”

여보세요.”

~XX, 빨리 안 일어나! 지금 난리 났어! 얼른 출근해서 확인하고 전화 해!”

? . 알겠습니다.”

 

겨우 눈을 뜨니 새벽 6, 숙취로 깨질 것 같은 머리를 이고 자리에서 겨우 일어났다. 휴대폰에는 토요일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보이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계속 눈만 껌벅거렸다. 어제 미처 다 끝내지 못하고 던져버렸던 그 일이 터져버린 게 분명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 문을 열고, 냉수 한 컵에 타이레놀 한 알을 하고 털어 넣고는 자리에 앉았다. 멍한 정신도 잠시, 이내 정신 없이 전화기를 돌려댔다. 오늘 새벽에 공항 창고에 도착했어야 하는 물건이 배송이 안 됐고, 그 짐을 기다리다 전체 스케줄이 꼬여 버렸다. 주말 출근에 가뜩이나 짜증이 난 창고 소장님의 불만이 고스란히 내게 터졌다.


통화에 통화를 거듭해 화물을 찾았고, 늦어진 스케줄을 조정하기 위해 항공사 화물 담당 부서와 몇 차례 언성이 오가고 나서야 겨우 일을 마무리 했다. 벌써 해가 지고 있었지만, 회사의 팩스기는 멈출 줄을 몰랐다. 미국에서 주말에 들어오는 화물 선적 서류가 쏟아지고 있었다.


아이고~’

한 숨을 내쉬면서 그대로 몸을 의자에 던졌다. 한 끼도 먹지 못하고 달렸더니 스르륵 졸음이 밀려왔다. 잠시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밖은 이미 어두워졌다. 팩스기 아래 가득 쌓인 서류 더미들을 채 정리하지도 못한 채 다시 집으로 향했다. 내일 다시 출근해서 마무리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더 이상 힘들어서 못할 것 같습니다. 수고하세요

 

월요일 출근길에 날아든 문자 한 통에 숨이 턱 막혔다. 한 달 전 내 밑으로 들어온 신입 직원이 보낸 문자였다. 벌써 세 명째, 근성 없는 신입 직원을 원망하는 대신에 그 동안 번듯한 휴일 없이 일만 하느라 고생했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 패기 넘치던 신입 직원들이 채 한 달을 못 버티고 나가떨어지는 그 곳에서 두 해나 견뎌낸 내가 참 미련스럽다는 생각이 새삼 밀려왔다.

 

거울 속에 나는 예전보다 주름이 늘었고, 다크 서클은 볼까지 내려와 거뭇거뭇했다. 입사할 때 산 셔츠와 바지는 2년 간 차곡차곡 쌓은 뱃살 때문에 철이 바뀔 때면 입을 수도 없었다. 나는 어느새 총기를 잃고 시들어가는 영락없는 아저씨가 되어 하루 하루 살아내기에 바쁜 하루살이 인생을 살고 있었다.

 

회사는 본사가 부산으로 사업 확장을 위해 신규 부서를 만들고 있었다. 내가 입사하고 공교롭게도 그 부서에 계시던 분들이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거나 퇴사를 해버렸다. 그러다 보니 업무를 제대로 알려줄 사수는 없었고 홀로 맨땅에 헤딩하며 일을 처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결정의 순간마다 정석이 아닌 변칙적인 방법을 택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순간의 곤궁을 피하려고 임기응변이나 요령만 찾고 간혹 일이 잘못되면 그 때부터는 끝없는 야근의 연속 이었다. 계속 이런 식으로 일하다간 얼마 지나지 않아 사기꾼이 될 것 같은 기분만 들었다.



출근길에 졸음을 쫓기 위해 무심코 펼친 신문에서 발견한 대학원 입학 공고가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가도 머릿속 한곳에 계속 웅크리고 있었다. 나에게는 새로운 터닝 포인트가 필요다. 대학원을 계기로 더 도약하고 싶다는 열망은 점점 커졌다. 결국 대학원 도전을 결심하고 시간을 쪼개 조금씩 준비를 시작했다. 아침에 한 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 토익 공부를 다시 시작했고, 떠듬떠듬 영어 면접도 준비했다. 그렇게 준비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이 기회를 놓치게 되면 큰일 나겠다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간절해졌다.

 

서류 접수를 마치고 얼마 후 대학원 교수님들 앞에서 영어 면접도 마쳤다. 하루 하루 기도 하는 심정으로 합격자 발표를 기다렸다. 발표 일 아침부터 모니터 앞에 앉아 죄 없는 손톱만 물어뜯어댔다.

 

따르릉~”

네네, 여보세요!”

여기 OOO대학원 입학처 입니다.”

 

합격이었다. 그리고 얼마 정도의 장학금까지 같이 받을 수 있었다. 다음 날 은행에 들러 2년 간 넣었던 적금을 해지해 등록금을 송금했다. 그리고는 남은 돈으로 2년간의 생활비를 헤아렸다. 그리고 얼마 후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사직서를 받은 상무님께선 놀란 표정이었지만 예기를 들으시고는 이내 웃으며 축하해주셨다. 그 동안 이 곳에서 휴일 없이 일하느라 너무 고생했고, 많이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마지막 날까지 잘 부탁한다고 했다뭔가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무릎에 힘이 없었다. 시원 섭섭하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싶었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지난 2년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리 속을 스쳐갔다. 휴일도 없이 스스로를 태우면서 스스로 참 많은 것들을 잃었다고 원망만 했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보면 얻은 것도 있었다. 회사라는 조직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고 그 안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울고 웃었다. 스스로 상황을 잘 관리하는 능력이 많이 부족했다. 그런 탓에 원망과 분노만 가득 키웠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스스로 선택한 대학원이라는 중간 기착점에 서 있었다. 이곳에서 다시 나를 돌아보고 정비하며 다음 행선지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나만의 기찻길을 만들고 그곳을 향해 다시 달릴 것이다. 지금 보다 더 나은 나를 보여주기 위해 신발끈을 동여맬 것이다. 이렇게 나의 첫 회사는 나를 이 만큼 키운 채 철길 뒤로 사라졌다




Copyright 직장생활연구소  kickthecompany.com at 직장인 글쓰기


Tags : 직장인 글쓰기

Trackbacks 0 / Comments 0

6. 하이바와 공구리_현장 다녀오겠습니다.

Author : 손성곤 / Date : 2015.04.17 08:00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현장 다녀오겠습니다.


 

". 여보세요."

"여기 현장 인데요."

". 안녕하세요! 소장님."

"자재를 세팅 했는데 이상하네요."

"? 이상 하다고요?"


설계한 도면을 띄워놓고 모니터를 보며 소장님과 한참을 통화했다. 소장님도, 나도 문제를 찾을 없었다. 전화가 조금 길어지자 곁을 지나가던 사람들도 무슨 문제가 있냐며 번씩 모니터를 쳐다보고 지나갔다. "소장님, 죄송한데 잠시 후에 전화 드리겠습니다." 이대로는 진전이 없을 같아서 잠시 전화를 끊었다. 사수에게 상황을 설명을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지만, 사수도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팀장님. 현장에서 전화가 왔는데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전화상으로는 도저히 찾을 없어서요. 현장에 한번 다녀오는 것이 좋을 같습니다."

"전화로는 되겠어? 없이 괜찮겠어?"

", 그럼요. 들어가서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현장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 내가 담당한 현장에서 들어오라는 전화가 오면 대신 다른 선배가 들어가거나 팀장님과 함께 들어갔다. 회사 분위기 여직원을 현장에 보내려 하지 않는 분위기였고, 아직 혼자 들어가기는 무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현장에 홀로 가는 것은 처음 이었다.

플로터로 도면을 뽑고 원도와 협의록을 부랴부랴 챙겨서 현장으로 향했다. 호기롭게 회사를 나오기는 했지만 현장으로 향하는 지하철을 타고 나니 실감이 났다. '가서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는 동안 어느새 현장에 도착했다. 하이바를 쓰고 발을 들여놓으니 실감이 났다.

'언제까지 팀장님이 함께 해줄 없잖아. 현장의 담당자는 나야. 쫄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려.'



 소장님과 함께 문제가 발생한 곳으로 갔다. 잠시 중단된 상태였다. 이상 작업할 없어 자재들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었다.

"요번 주에 공구리 (콘크리트를 붓는 ) 건데 어떻게 거에요!"

"그래서 제가 겁니다. 확인해보겠습니다."


목장갑에 줄자를 들고서, 흘러내리는 하이바를 쓸어 올리며 자재를 하나하나 살폈다. 점심을 먹고 바로 출발했는데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작업하시던 분들도 모두 내려가시고 혼자 현장에 남아 자재를 뒤적,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춘희씨, 아직 현장이야?"

", 팀장님. 제작불량도 아니고 진행된 작업 상태를 보면 얼추 비슷하게 나오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 그래? 한번 위로 올라가서 내려다볼래?"

"위에서 보니까 조금 틀어져있어요."

"아마 세팅 하면서 전체가 돌아갔을 거야. 빔이랑 타이 넣어 드린다고

 그걸로 틀어진 잡으면 된다고 말씀 드리고."

". 알겠습니다. 팀장님 감사해요."

"시간이 많이 늦었네. 바로 퇴근해. 내가 실장님께 말씀 드릴게."

 

사무실로 내려와 소장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해 드렸다. 호통을 치셨던 소장님은 고생했다며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하셨다. 순댓국 이였다. 호호 불어가며 순댓국을 맛있게도 먹었다. 현장에서 마셨던 먼지바람모래들이 뜨거운 순대국물과 함께 씻겨 내려갔다. 해결해보겠다며 낑낑대는 나의 진심을 소장님도 느끼신 같았다.

이번에도 역시 팀장님의 도움이 있었기에 해결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보조바퀴를 달고 네발자전거를 타다가 두발자전거로 바꿔 같았다. 언제 위태롭고 불안해도 분명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 7편으로 이어집니다. -



Copyright 직장생활연구소  kickthecompany.com at 직장인 글쓰기


 

 

Tags : 직장인 글쓰기

Trackbacks 0 / Comments 0

5. 취업_ 108번뇌의 자소서

Author : 손성곤 / Date : 2015.04.10 08:30 / Category : 직장인 필진/벨제붑의 노래

 

하얀 백지 위해 새겨진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  가지 장벽을 넘어야만 취업이란 관문을 통과할 있다. 사회 활동이라고 해봤자 겨우 아르바이트 말고는 없었기에 수상 경력, 자격증 란은 아무리 생각해도 채우기에는 너무 빈칸이었다.   부모님의 직업과 생년 월일을 묻는 건지, 키와 몸무게, 시력은 묻는 건지도 없었다. 그냥 적어야 했다. 그래도 이력서는 적어 넣을 단서라도 있어 다행이었지만, 자기 소개서는 그대로 속수무책이었다.

 

이력서와 자소서와 마주한 그날 나는 지난 20년간을 뒤돌아보며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회사에 입사하면 어떻게 생활할 것인가를 꾸역꾸역 지어내 가며 칸을 메웠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겨우 완성할 있었다. 뭔가를 끝냈다는 뿌듯함에 이어 피로가 몰려왔고, 합격 연락을 꿈꾸며 이불을 덮었다.

 

1 합격 발표 ,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게에서 하루 종일 휴대폰을 내려 놓을 수 없었다. 

 

띠링

귀하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당사는…….

……

 

매정하게 불합격을 알리는 문자는 내가 50번째 자소서를 마무리 때까지 토시 하나 틀리지 않은채  폰에 날아와 꽂혔다. 어느 때부터 내가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가 아닌 어디든 나를 뽑아줄 회사를 찾기 위해 굽실거리고 있었다. 나의 이런 굽실거림에도 여전히 문자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100번째 자소서를 완성 했을 즈음 겨우 꿈에 그리던 1 합격 문자를 받을 있었다.



난생 처음 정장을 사러 상설 할인 매장에 들렀다. 점원이 골라준 20만원짜리 정장 대신 제일 원짜리 정장과 단돈 원짜리 셔츠, 타이를 골랐다. 계산하고 돌아가는 뒤로 합격하면 이십 원짜리 정장을 사러 오라는 점원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혼자 면접 연습을 했었지만, 실제 면접은 생각했던 보다 훨씬 긴장감이 넘쳤다. 면접관의 웃음 뒤에 숨겨진 의중을 읽어내기 위해 집중해야 했고, 다양한 압박 면접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정신을 잃어버릴 순간마다 지금껏 쌓았던 많은 경험들이, 통이 넘게 써댄 자소서가 버팀목이 되어 받쳐주고 있는 같았다. 희한하게도 순간부터 맘이 한결 편해졌고, 페이스 대로 자신을 보여줄 있었다.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서두름도, 화려한 수사도 없었지만, 보다 담백하게 나를 보여줄 있었다.

 

면접이 끝나고 105번째 자소서를 쓰고 있을 무렵, 마침내 합격을 알리는 전화를 받을 있었다. 입사를 축하하며 일주일 뒤에 회사로 출근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세상을 얻은 같은 기쁨이나 흔한 환호성은 없었다. 그날도 그냥 덤덤히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게로 출근을 했고, 마치는 길에 가게 사장님께 일주일 다른 곳에 출근을 하게 되었다고 조용히 인사를 전했을 뿐이었다.

 

일요일 저녁 마지막 마감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혼자 맥주 캔을 뜯었다. ~ 하는 소리와 함께 울음이 터졌다. 비록 대단한 회사, 많은 연봉을 받는 직장을 잡은 아니었지만, 지금껏 모든 스스로 버티고 이겨내 왔다는 성취감에 눈물이 흘렀다. 앞으로 어떤 벽이 나를 가로 막고, 많은 유혹이 나를 흔들어 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순간은 그냥 스스로를 다독이며 마음껏 추스르고 싶었다.

 

지난 개월 신물이 나도록 적어댄 통의 자소서 또한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면 내게 뼈가 되고 살이 되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글들을 통해 나를 자세히 돌아볼 있었고, 상대 혹은 회사의 입장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판단할 있는 여러 단서들을 찾을 있었다.

아직 인생의 이력서와 자소서는 채우지 못했다. 이제 겨우 줄을 썼을 뿐이었다. 미완의 삶의 흔적을 더욱 멋지게 채우기 위해서 지금 당장 힘들고 숨이 넘어갈 같더라도 내딛고 도전 하련다. 세상에 불필요한 경험이란 절대 없다. 지금의 순간 또한 그럴 것임을 믿어 의심치 말자.



Copyright 직장생활연구소  kickthecompany.com at 직장인 글쓰기


 

 

Tags : 글쓰기, 자기소개서, 자소서, 직장인 글쓰기, 직장인 책쓰기

Trackbacks 0 / Comments 0

5. 억울한 기분

Author : 손성곤 / Date : 2015.04.10 08:00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억울한 기분

 

 

선배, 제작도 끝내 놨구요. 물량도 ERP 등록했습니다.

수고했어요, 춘희씨.

이제 퇴근해 볼까나~

 

외투를 걸치고, 가방을 챙겼다. 퇴근시간인 5 반이 넘었고, 일을 끝냈으니 말이다.

 

팀장님,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하는 거야?

물량이랑 제작도 지원하라고 하셨던 끝냈습니다. 그래서 퇴근하려고요.

선배들 일하고 있는 안보여? 다시 자리로 돌아가.

 

자리로 돌아와 가방을 내려놓고 털썩 하고 의자에 앉았다. 전원이 꺼져 버린 까만 모니터에 얼굴이 비쳤다. 눈물이 찔끔 나려고 했다. 시킨 일도 끝냈고, 퇴근시간도 넘었는데 뭐가 문제지? 눈치 없는 신입의 행동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일을 끝내도 없다는 사실이 억울했다.

 

설계실 에서는 실장님이 퇴근을 하시고 나서야 퇴근 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실장님보다 일찍 가고 싶으면 이래 이래한 일이 있어 오늘 일찍 퇴근 하려고 하는데 그래도 되겠습니까?하고 허락을 받아야 했다. 이럴 거면 근무조건에 8 출근, 5 퇴근이라고 써놓지를 말던가. 퇴근시간에 퇴근하겠다는데 허락이 필요한 건지퇴근하겠습니다~” 하고 당당하게 사무실을 나가는 모습은 TV 드라마에서나 있는 장면 이였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는 퇴근도 눈치를 봐가며 해야 했다.

  

달이 지났다.

선배들을 지원하며 업무에 관련된 것들을 익혔다. 이건 그래요?’ ‘저건 그런가요?궁금한 투성이였다. 궁금할 때마다 묻고 싶었지만 질문할 때도 요령이 필요했다. 담배를 피우고 들어왔을 , 점심시간 30분전, 저녁을 먹고 들어왔을 때를 노렸다. 그들이 쌓은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이 고마워 가끔은 사탕이나 초콜릿을 드리기도 했다. 많은 것을 알아내고 싶었고 빨리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들로 수첩이 정도 채워 때쯤 나에게도 프로젝트가 주어졌다. 처음으로 맡게 프로젝트 인만큼 실수 없이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다. 한춘희하면 하나는 부러지게 사람, 믿고 맡길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젝트가 끝났다.


앞으로는 우리 도움 없이 있죠?

어이, 춘희씨 축하해. 프로젝트 끝났네.

끝났다는 기쁨도 잠시 팀장님은 번째 프로젝트를 주셨고, 번째도 역시 열심히 끝냈다.

 

달에 한번 업무량을 파악하기 위해 프로젝트의 면적을 적어야 했다. 항상 그런건 아니었지만 우리팀의 면적왕은 나였던 적이 많았다. 납기일이 급하다는 영업사원의 말에 정신 없이 끝내고 나면 다른 프로젝트가 주어지고, 다른 프로젝트가 주어지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면적왕 이라고 했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급하다고 하니까 빨리 끝마치려고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워 참고, 마시려고 떠다 놓은 물은 퇴근 때까지 찰랑거릴 때가 많았다.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는 같았다. 빨리 끝내놓으면 여유가 생길 알았는데,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 계모와 언니들은 사또의 잔치에 가버리고 혼자 쭈그리고 앉아 콩을 세고 있는 콩쥐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차피 빨리 끝내도 실장님이 퇴근 하셔야 있으니 어쨌거나 야근 할건데 물도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천천히 하자. 지금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면 다른 프로젝트를 주시겠지? 업무계획에 일정을 넉넉하게 적어야겠어.쉬엄쉬엄 해보기로 했다.

 

메신저를 투명하게 해놓고 일하는 타자를 두들기며 친구와 대화를 하기도 하고, 창을 조그맣게 만들어 온몸으로 가리고 인터넷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마다 팀장님은 뒤를 지나가셨다. 열심히 일하다가 쉬려고 인터넷 창을 열면 어떻게 알고 귀신처럼 그때 지나가시는지. 학창시절에도 친구들과 같이 떠들어도 나만 걸리더니, 회사에서도 꼼수라고는 통하지 않나 보다.

 

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하니 마음이 불편했다. 다시 묵묵히 일하는 콩쥐로 돌아갔다. 회사는 열심히 해서는 되는 곳인가?콩쥐는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다.


- 6편으로 이어집니다. -



Copyright 직장생활연구소  kickthecompany.com at 직장인 글쓰기


 

Tags : 일을 대충, 직장인 글쓰기

Trackbacks 0 / Comments 0

4. 받을까 말까? 모르는 번호.

Author : 손성곤 / Date : 2015.04.03 11:00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받을까 말까?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


 

“끝이 보이지만 난 그래도 온리유 걸, 어바웃 럽!

 

3분을 남겨 놓고 선택한 노래는 빅뱅의 마지막 인사. 역시 마지막 곡으로 이만한 노래가 없다. 이리저리 방방 뛰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더니 이력서 때문에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날아갔다. 노래가 끝나고 탬버린과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몇 시나 된 거야?’ 핸드폰액정을 눌러 시간을 확인했다.

 

“02-ooo-oooo”

아 머야, 스팸 이네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잠깐, 02면 설마…” 얼마 전 면접을 봤던 회사가 생각났다.

 

“여보세요?

“한춘희씨 맞죠? 면접 보셨던, 회사에요.

“아. 네네.

“축하합니다. 다음 주부터 출근 하실 수 있나요?

“그럼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전화가 끊겼음에도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허공에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취업이 되었다는 사실이 들뜨고 기뻤다.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썼던 이력서, 읽고 또 읽어 외울 지경이 되어버린 자기소개서도 이제 안녕이다. 학교와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짐을 싸서 집으로 올라왔다.



 

빳빳한 새 옷을 입고, 아직 길들여 지지 않아 뒤꿈치가 살짝 아파오는 새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섰다. 깜깜하고 차가운 아침공기를 ‘흡’ 하고 깊게 들이 마셨다. 상쾌하면서도 긴장되었다. “힘든 일이 있어도 이겨낼 수 있어. 잘할 수 있지? 힘내자. 파이팅, 파이팅!

어느새 회사 앞에 도착했다. 2층으로 올라갔다. 널찍한 책상에 정장이 아직은 어색해 보이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준비해온 서류와 등본을 제출하고 슬그머니 의자를 빼서 앉았다. “김태연씨, 박진희씨, 원용재씨, 한춘희씨는 설계1팀 입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어 교실을 찾아가는 학생들처럼 한 줄로 나란히 줄을 서서 설계실이 있다는 지하로 내려갔다. 어떤 곳에서 일하게 될지 기대가 되고 궁금했다.

 

‘끼익’ 하고 문을 열었다.

쾌적하고 일할 맛 나는 사무실을 예상했는데, 오 마이 갓!

도면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고 책상과 의자는 낡고 허름했다. 먼지 가득한 환풍기에 환기를 기대할 수 없었고, 천장에서는 석면가루가 금방 이라도 머리에 내려 앉을 것 같았다실장님에게 인사를 하고 그 곁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쭈뼛쭈뼛 서 있었다. 다들 자신이 속한 팀을 찾아가고 덩그러니 나만 남았다.

 

“윤정아. 일로 와봐.” ‘드디어 내 차롄가? 팀장님이 여자분 이신 가보네.

“예.” 예상과는 달리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땅딸막한 키에 덥수룩한 머리, 그래도 눈웃음은 조금 귀여운 남자가 나타났다. 자를 시기를 놓친 건지, 기르는 중 인 건지, 머리카락이 자꾸 내려와 눈을 가렸다. 삽살개 같았다.

“니네 팀 신입사원이야. 잘해줘.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은 내려오는 머리카락이 답답한지 머리를 흔들며 앞장섰다.

“춘희씨 인사해. 여긴 홍연이, 성호.

“안녕하세요.

 

선배들은 여동생처럼 챙겨주었다. 행여 자리를 바꿔야 할 때면 책상과 컴퓨터를 옮겨주었다.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 라는 나의 말에도 막무가내 이었다.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들고 바뀐 자리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부지런히 움직였던 무수리가, 갑자기 양반집 규수로 신분상승이 되었다. 이런 호의도 받아본 사람이나 받는다고 낯설고 불편했다. 동기인 태연씨와 용재씨는 남자 막내라는 이유로 형광들을 갈고, 복사용지 배달에 생수통 교체를 했다. 그에 비해 여자 막내에게 주어지는 대접은 황송할 정도였다.

 

“몇 살이에요? 집이 어디에요? 남자친구 있어요?

이런 시시껄렁한 질문에 대답하고, 커피 마실 때 따라가고,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이 한동안 회사 가서 하는 일의 전부였다. 하지만 이런 일상도 오래가지 못했다. 삽살개 팀장님이 이런 나를 가만히 둘 리 없다.

 

“춘희씨, 잠깐 와봐.

물량 산출하는 법, 판넬 그리는 법.. 업무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가르쳐주셨다.

“성호야, 니꺼 춘희씨 줘라. 제작도 시켜.

 

동기들 중에서 가장 먼저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동기들은 이런 내가 부럽다고 했다.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이 지겹다고 빨리 일을 배우고 싶다고 했고, 어차피 배울 것이라면 빨리 배우는 게 좋은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솔직히 나는 천천히 배우고 싶었다. 일보다는 사람들 하고 이야기 하고 친해지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래도 빨리 일을 배우게 되었다고 투덜투덜 했었던 때가 좋았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출근하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렸으니 말이다.


- 5편으로 이어집니다. -



Copyright 직장생활연구소  kickthecompany.com at 직장인 글쓰기


 

Tags : 직장인 글쓰기, 책쓰기

Trackbacks 0 / Comments 2

Copyright © 직장생활연구소 All Rights Reserved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