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퇴사 어게인 (마지막회)

Author : 손박사 / Date : 2015.06.12 08:00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직장인의 진짜 글을 기다립니다.

 

한때 작가를 꿈꾸기도 했었던 나에게 직장생활연구소 필진을 모집 한다는 공고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직장생활을 한지도 되었으니 멋진 글을 써내려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연재를 시작하며 다른 필진들의 글을 읽으며 나의 생각이 얼마나 편협했던가를 깨달았다. 

 

직장생활 선배들의 이야기는 존경스럽기도 하고 위대하기도 했다. ‘이런 나의 이야기를 계속 써도 되나?’ 하며 의심했던 순간도 많았다. 그들에 비하면 나의 직장생활이야기는 내세울 것도, 볼품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쨌든 내가 시작한 일이니 마무리를 해야 하는 것도 나의 이였다.

3 동안 서툴고 찌질 했던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내려갔다. 나의 이름은 아무개고, 지금은 어디에서 일하고 있소.라며 내가 누군지 밝히고 썼더라면 이렇게 솔직할 없었을 같다. 많고 소심한 사람이기에춘희라는 필명 뒤에 숨었다.

 

15개의 이야기가 끝나면 다시 사직서를 던지고 홀연히 떠날 계획이었다이번에는 순례자의 길을 가고 싶었다. 걷고, 걷고, 걷다 보면 자신과 진솔하게 마주 있을 같았다. 이번에는 진짜로 답을 찾을 것만 같았다. 떠나갈 날을 손꼽으며 3달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랬다.

 

하지만 이야기가 하나씩 모여 갈수록 깨달음은 커져갔다. 나는 나를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나를 모른다고 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를 모르겠다고, 모르겠으니 알기 위해 떠나겠다는 그럴 듯한 핑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핑계에 기대 현실에서 다시 도망치려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렇게 떠난다면 결과는 뻔했다. 미국에서처럼 답을 찾지 못한 돌아왔을 것이다나는 전문대를 나왔으니까. 나는 여자니까. 부모님이 반대가 심하니까.핑계를 늘어놓는 대신 현실을 온전하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하는 것으로 남이 가치를 느낄 있으면 그것이 직업이다.평소 고민이 생기거나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조언을 구하는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다. 내가 가진 능력 중에서 그나마 내세울 있는 능력은 체력이었다. 한번 실행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이번에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서 10km 뛰어보려고 . 기부금을 걷어서 완주를 하면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를 생각인데, 혹시 기부 생각 있니?

 

제대로 기부금을 걷으려면 SNS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했지만, 평소 기부와는 거리가 사람이었고, 기부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이 솔직히 부끄럽기도 했다. 친하다고 생각하는 지인들 몇몇 에게만 알려 소소하게 기부를 진행했다. 고맙게도 지인들은 좋은 일을 한다고 기부금을 내주었다. 얼마 된다고 말할 있는 액수였지만 땀과 노력, 따뜻한 마음이 함께 만든 액수였기에 더욱 값지고 소중했다.

처음으로 스스로 기획한 일이었고 다른 사람에게 가치를 있는 일이었기에 기뻤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이었지만, 사실 나를 도운 일이었다. 




 

이번 글쓰기를 통해서 일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도 했다. 좋아하는 , 잘하는 일을 찾고자 하는 나였는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많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하는 일을 잘해야겠구나. 좋은 곳으로 이직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사회복지단체에서 일을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언젠가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결심을 하기도 했다. 운동, 기부, 이익.. 이것들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솔직히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조급해 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고민하고, 행동 하다 보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 목표를 이룰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초등학교 콩나물을 키웠던 적이 있다. 콩을 물에 불려 구멍이 숭숭 뚫린 시루에 올려놓고 물을 붓고 까만 천을 덮어준다. 순식간에 내려가는 때문에 콩나물이 자랄까 염려가 되긴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뿌리가 길게 자란 콩나물을 만날 있다. 엄마는 언제까지 뻘짓거리 하고 돌아다닐래? 정신 차려라.라고 얘기하셨다. 하지만 뻘짓거리 라고 보이는 도전들이 나의 뿌리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잠시 스치는 뻘짓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키울 것이다. 콩나물을 스치는 물이 의미없는 것이 아니듯 말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많이 도전하고, 많이 고민해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3 동안 유쾌한 뻘짓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직장생활연구소 손성곤 작가님께 감사 드립니다.





직장생활연구소 필진 1기 필명 "춘희" 

제 목: 퇴사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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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수고하셨습니다., 애 쓰셨습니다., 직장생활연구소, 춘희,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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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ard 2015.08.08 03:01 신고

    감동적입니다. 15개글 잘 읽었습니다. 저와 똑같군요.ㅜㅋ

    REPLY / EDIT

    • 춘희 2015.11.12 00:09 신고

      와 글을 모두 읽어주시고, 공감도 해주시고
      오히려 제가 감사드립니다^^

      EDIT

  • Jessie.J 2015.11.09 11:00 신고

    안녕하세요, 저 또한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는 30대 직장인입니다. '남들 시선 신경쓰지 않고 내 길만 가련다'...하다가 오늘 문득 남들은 어떤가 하고 검색을 하다가 춘희씨 글을 발견했어요. '우와, 나랑 비슷하다, 나랑 똑같다.'고 느끼다가 1편으로 돌아가서 마지막 편까지 한번에 읽어내려갔습니다. 힘이 되는 글이었어요. 고맙습니다. 부디 원하는 일 찾으시길 바라요.

    REPLY / EDIT

    • 춘희 2015.11.12 00:12 신고

      저의 글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다니 다행이고 뿌듯한 기분이 듭니다.
      응원도 감사드려요.
      Jessie.J님도 힘내시고! 원하는일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EDIT

  • 2017.03.06 21:29

    비밀댓글입니다

    REPLY / EDIT

14. 민폐로 시작한 도전

Author : 손박사 / Date : 2015.06.08 08:00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번째 회사생활의 시작과 함께 나는 하고 싶은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하루 빨리 좋아하는 , 하고 싶은 찾아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나는 여드름이 가득한 얼굴을 안경으로 가린 뚱뚱한 학생이었다. 대학 가면 빠지고 예뻐진다는 말은 거짓말 이었다. 저절로 되는 없었다. 매일 조금씩 운동을 통해서 날씬하지는 않지만 보통사람처럼 보이는 몸이 되었다.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으니 운동 관련해서 내가 있는 일을 한번 찾아보자는 생각이 이르렀다.

 

때마침 요가 열풍에 편승해서 2 정도 요가를 배우는 중이었다. 무식하다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떡 본 김에 재사 지낸다고 했던가? 고작 2 기본만 배운 초보였지만 요가강사 자격증에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자격증 반의 수강료는 번에 지불하기에는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적성을 찾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정도는 지불할 있잖아?라며 가슴을 쓸어 내리고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긁었다.

 

수업시간. 집에서 입던 티셔츠에, 추리닝 바지로 갈아입고 드르륵 문을 열었다. 꼿꼿한 자세에 조막 만한 얼굴. 발레교습소에 들어온 알았다. 어머님이 누구 시길래 이렇게 키우셨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 다들 몸매가 훌륭했다. 형형색색인 요가복 사이에서 검정 추리닝으로 무장한 나는 백조들 사이에 있는 미운 오리 였다.

 

나마스떼! 앞으로 동안 함께 수업을 듣게 거에요. 돌아가면서 명씩 자기소개 해볼까요?강사님의 말씀이 끝나자 자기소개가 시작되었다.

 

저는 무용과 4학년이에요. 요가 자격증이 있으면 졸업할 가산점이 있어서 신청했어요.

스피닝 강사에요. GX시간에 요가도 함께 개설해보려고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댄스를 5 동안 추었어요. 요가는 3 정도 되었고요.

다들 운동을 업으로 삼고 있거나,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었다. 요가자격증을 따야 하는 분명한 목표가 있는 사람들 이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직장인입니다. 요가는 정도 배웠어요. 자격증을 취득해 나중에 요가강사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청했어요. 자기소개를 들어보니 제가 여기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하하. 끼치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기죽지 않으려고 씩씩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나니 친구의 이야기가 갑자기 떠올랐다.

요새 요가강사들 보면 다들 몸매가 너무 비현실적이야. 짧고 땅땅한 너처럼 현실감 넘치는 몸매인 강사도 있어야 . 그래야 수강생들이 나도 하면 되는 구나! 라고 생각하지.” 정말 응원인 , 응원이 아닌 말이었다.




 

지도자 과정이라 그런지 요가수업을 들었을 때보다 난이도 있는 동작들이 많았다. 손을 바닥에 짚고 몸을 들어 올리거나, 벽에 기대지 않고 물구나무를 서야 하는 그런 자세들 말이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얼굴은 시뻘게 졌지만 다들 미동 없이 평온한 얼굴로 다리를 쭉쭉 들어 올렸다. 수업이 끝나고 옆자리에 동생에게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다리가 올라가요?

저는 무용을 오래 했었으니까요. 계속 연습하시면 언니도 하실 있어요.

 

과정이 거듭될수록 몸의 한계를 느꼈다. 그리고 한계는 이내 화로 변했다. 못하기도 했거니와 혼자만 따라 가지 못하는 느낌에 수업에 가기 싫었다. 유연성이 좋다는 말에 식초를 찔끔찔끔 마셔보기도 했지만 뻣뻣한 몸은 요지부동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다리를 찢는 연습을 무용과 학생을 어떻게 따라갈 있을까? 그녀가 보낸 오랜 노력의 시간을 한번에 따라잡는 무리였다. 2 만에 요가 자격증을 따겠다는 목표가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스스로 위안했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유연해 졌으니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마음먹었다.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매트를 펴고 안되었던 동작을 연습해 보았다. 자기 전에도, 일어나서도, TV 계속했다. 그러던 어느 미동도 하지 않던 다리가 조금씩, 조금씩 올라갔다. 부들부들 위태롭긴 했어도 처음보다는 확실히 좋아졌다. 노력에 감동하셨는지 결국 자격증을 취득했다. 누군가는 주면 주는 자격증 아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지언정, 누가 뭐래도 좋았다. 2 동안 열심히 했고, 결국 해낸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요가 자격증은 따기 쉬울 것이고, 다른 직업보다 진입장벽이 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단순한 생각 때문에 이 도전을 시작했다. 무식하면 용감해진다 했던가? 생각이 얼마나 짧은 이었는지는 수업 마다 뼈저리게 느낄 있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그리고 해보지 않은 일은 함부로 판단해서는 된다. 나는 그것을 몸으로 배웠다. 하지만 소중한 배움은 일단은 시작해 보는 용기일 것이다




- 15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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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적왕 2015.06.08 09:01 신고

    오!! 멋지십니다 !! 요가 강사님이군요 ^^

    REPLY / EDIT

  • 욜로루 2015.06.08 10:45 신고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시작해보는 용기!!

    REPLY / EDIT

13. 누가 뭐라고 한것도 아닌데

Author : 손박사 / Date : 2015.05.29 08:30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초조함과 불안함으로 시작했던 구직의 결과, 두 번째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다시는 하지 않겠다며 그렇게도 하기 싫었던 일이었지만, 두 번째 맞는 매라 그런지 처음보다는 덜 아팠다.

새로운 회사는 퇴근시간이 비교적 일정한 곳 이었다. ‘설마 정시에 퇴근을 하겠어?’ 라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놀랍게도 사람들은 정해진 시간에 퇴근을 했다. 팀장님, 실장님이 퇴근을 하지 않으셔서 눈치를 보는 것은 이곳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퇴근을 해도 하늘에 해는 그대로 였고, 집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퇴근 후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했고, 감사했다. 월급이 적었지만 괜찮았다. 칼퇴를 할 수 있는데 돈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뭐랄까 회사라기보다는 도서관이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출근을 해서 각자 할 일을 하고 돌아가는 그런 곳 이었다. 같은 층에 있어도 얼굴을 모르는 사람도 많았고, 회식도 거의 없었다. 팀이라고는 하지만 명목상일 뿐이었다. 주어진 일만 잘 해 낸다면 터치하는 사람도 없었다. 개인을 존중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신입이라고 불리는 시간이 지날 때쯤 나에게도 업무가 주어졌다. 이제 내 역량을 발휘해야 할 시간이었다. 그런데, 일을 받았는데 어쩌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터치하는 사람도, 관리하는 사람도 없으니 신입이 갖추어야 할 자질을 쌓는 그 시기를 허송세월 한 것이다. 눈앞이 깜깜했다.



 

저기.. 대리님 바쁘세요?”

왜요?”

제가 이 부분을 잘 모르겠는데요.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가르쳐주시면 안 될까요?”

이걸 내가 왜? 노하우를 춘희씨 알려주면 뭐 먹고 살라고? 내 밥줄인데, 경쟁력이 없어지는 거잖아.”

그런 뜻이 아닌데.. , 알겠습니다.”

 

도움을 요청했다가 꾸지람만 듣고 자리로 돌아왔다. 대리님이 야속하기도 했지만 대리님은 프리랜서였다.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은 프리랜서에게는 예민한 부분일 수 있으니까 그의 까칠한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운하고 치사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아쉬운 건 나였다. 음료수도 사드리고 원래 성격과는 반대로 살갑게 굴면서 모르는 것 들을 배워나갔다. 원리는 간단했다. 비위 맞춰주는 것이 싫으면 많이 알고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배워야 할 것 들이 많은 나는 굽신거릴 수밖에 없었다. 칼퇴근이 가능한 것도 프리랜서가 많아 개인주의가 강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누가 그림 그리랬어? 그림을 그리지 말고 설계를 하라고!” 업무를 지시한 과장님이었다.

죄송합니다. 수정하겠습니다.”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른 채 죄송하다는 말로 상황을 넘겼다

과장님, 죄송한데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알려주시면.’ 이라고 말했다가는 육두문자를 듣게 될 것이 뻔했다.


과장님께서 올라가고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노려보기도 했다가 팔짱을 껴보기도 하다가 다시 화면을 쳐다보는데 갑자기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행여 누가 볼까 봐 얼른 화장실로 달려갔다. 변기커버를 내리고 앉아서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다가 나왔다.  오늘은 그냥 가고 새로운 마음으로 내일 다시 시작할까?’ 아니다. 이건 내일이다.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일이다. 억울하고 서러워도 결국 내가 해야 한다.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눈물이 또 툭 하고 떨어진다. 눈물이 빨리 마르길 바라며 선풍기 바람을 얼굴로 쏘였다. 상기된 얼굴을 진정시켰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데 능숙한 업무능력이 없으니 미련함으로 승부하느라 힘이 들었다. 누가 뭐라 한 것도 아닌데 자꾸 눈물이 났다. 능력이 부족한 것을 스스로 알기에 더 답답했다. 나의 부족함이 빰을 타고 흐르는 것만 같았다.  




- 14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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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직장생활 연구소, 직장인 글쓰기, 직장인 책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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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Return _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Author : 손박사 / Date : 2015.05.22 08:30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미국에서 꿈같은 달을 보내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적성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과연 나는 답을 찾았을까? 아니면 여행의 타이틀이 너무 거창했던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 찾지 못했다.

 

여행도 끝난 신분은 백수였다. 느즈막히 눈을 먹는 아침식사, 평일 오후에 마시는 커피와 같은 소소한 행복을 누렸다. 모든 것을 천천히 해도 아무일 없었다.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도 만나고, 보고 싶었던 책도 읽으며 여유로운 일상을 보냈다. 하루하루 소중했고 , 이런 사는 것이지 라고 생각했다. 백수생활은 즐겁기만 했다.


언니들!!

어서 . 미국은 다녀왔어?

어머, 춘희 얼굴 폈다. 폈어.” “얼굴에 뭐했어? 피부도 깨끗해졌네.

다들 그만 두면 예뻐지네. 나도 그만둬야지 되겠네.

 

그만두고 회사 언니들을 처음 보는 자리였다. 언니들은 예뻐졌다며 호들갑을 떨었고, 여행을 부러워했다. 깐깐한 윤차장님, 잔소리꾼 실장님으로 시작한 뒷담화가 이어졌다. 야근은 여전한 하루 하루 라고 했다. 퇴사 후에 회사 여건이 좋아지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여전해 보였다. 한편으로는 내일 출근할 곳이 있는 언니들이 부럽기도 했다. 나는 언니들을 부러워했고, 언니들은 여행을 다녀온 나를 부러워했다. 그래도 나가길 했어.라는 한마디가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백수생활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즐거운 백수생활을 위해서는 화수분 같은 통장이 필요했다. 회사 다닐 때는 시간은 없어도 돈은 있었는데, 백수가 되니 시간은 많았지만 돈이 부족했다. 꼬치를 빼먹듯 야금야금 꺼내 썼던 통장잔고는 어느새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제야 현실이 보였다. 친구들은 회사를 다니고 있거나 취업을 위해 흘리며 노력하고 있었다. 때마침 부모님도 슬슬 눈치를 주기 시작하셨다. 언제 까지 이러고 있을 거니. 이제 다시 때도 되지 않았니, 길게 쉴수록 취직이 어렵다더라.잔소리는 피할 없었다.




스무 살이 넘어 부모님께 용돈을 받기는 부끄러웠고,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을 보니 덩달아 마음이 분주해졌다. 코너에 몰렸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뭐라도 해야 했다.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 내가 좋아하는 ? 어떻게 살아야 하지?"  대한 답을 아직 찾지 못했다. 머리 속은 이건 아닌데.하면서 몸을 움직여 취업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노란색으로 염색했던 머리를 다시 검정색으로 염색했다. 깔끔한 정장을 꺼내 입고 증명사진까지 찍었다. 자기소개서를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굳은 손가락 탓일까? 쉽게 써지지 않았다. 해보고 싶은 분야에 지원해보기도 했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열정만 있는 구직자를 원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분야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경험도 없으니 연락이 오지 않은 당연한 결과 였.

다시 취직을 위해, 그렇게도 싫었던 설계분야에 지원을 했다. 잠잠했던 핸드폰에 면접을 보러 오라는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했던가?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 중에 돈으로 바꿀 있는 것은 설계를 있는 능력뿐이었다. 이력서를 작성할 때도 해보고 싶은 일을 해보겠다고 전혀 관계없는 분야에 때보다 손가락을 부드럽게 키보드를 따라 움직였다.

 

회사를 다닐 퇴사를 하고 동종업계로 다시 취직했다는 선배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아니, 싫어서 나갔으면 다른 일을 해야지 다시 이쪽으로 거야?선배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시 거면 나가질 말던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짧은 생각이었다. 현실은 냉정했고, 남의 돈을 받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취직을 위해서 나는 그만한 월급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입니다.라고 증명해 보여야 했다.

높기 만한 이상 대신, 현실과 적당히 타협했다. 이해할 없었던 선배처럼, 나도 다시 비슷한 계열에서 다시 일을 하게 되었다. 다른 분야는 힘들어.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 없잖아. 해왔던 일이니 있을 거야.스스로를 달랠 있는 말은 뿐이었다. 다시 새로운 회사로 출근을 시작했다.


 

- 13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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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To the Back_ 다시 뒤로

Author : 손박사 / Date : 2015.05.19 11:00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퇴사 후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여행을 떠나는 것이었다

20년 넘게 ‘나’로 살아왔지만 부끄럽게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못했다. 여행을 통해 나에게 집중하고, 많은 질문들을 던지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여행 경험 이라고는 수학여행, 가족여행이 전부였다. 함께 떠날 수 있는 친구를 찾아보려고도 했지만 그 당시 친구들은 대부분 학생이었고, 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직장을 그만 두는 일은 더욱 없었다. 혼자 떠나야 했기에 겁이 나기도 했지만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다.

  

Why are you visiting America?

For travel.

oh~ 여휑?

 

드디어 미국에 도착했다. 입국심사를 기다리며 손에 쥐고 있던 종이가 축축해질 정도로 긴장을 했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한국어 덕분에 피식 웃으며 무사히 입국심사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안도감도 잠시였다. 혼자 하는 여행의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택시기사 아저씨가 대놓고 바가지를 씌워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요금을 지불해야 했고, 숙소예약이 잘못 되어 길바닥에서 잘 위기도 있었다.

 

첫 일정은 요세미티 국립공원 등산이었다. ‘이래가지고 내일 산은 잘 오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날이 밝았고 약간의 간식거리와 물을 넣은 가방을 짊어지고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면적이 굉장히 넓어 입구에서 등산로까지는 40분 정도 걸렸다. 이동하는 동안 버스 안에서 공원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는 분 이 타셨다. 미국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설명을 당연히 나는 알아듣지 못했다. 농담을 했는지 사람들은 웃었다. 나누어준 공원 안내 팜플렛을 뒤적이며 나도 따라서 쓴 웃음을 지었다.

  


“좀 먹어볼래?” 내 앞에 앉아 있던 예쁘장한 여자아이가 몸을 돌려 과자봉지를 내밀었다.

“응. 고마워.” 생각은 없었지만 과자를 집어 들었다.

“어디서 왔어?

“한국에서 왔어. 너는?

“난 독일.

“아, 그럼 너도 영어가 모국어는 아니겠구나.

“응. 두 번째 언어야.

“표현이 자유롭지 못하니까 여행하면서 힘들지는 않았어?

“글쎄, 난 영어를 잘해서 그런 어려움은 없어.




 

‘뭐라고?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내가 느끼기에는 독일친구나 나나 영어실력이 비슷해 보였다. 서로 떠듬떠듬 의사소통을 했기 때문이다. 그 친구와 대화가 계속될수록 그녀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알아듣고 못 알아듣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등산로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햇살이 강하게 내리 비쳤다. 너무 강해서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까지 껴야 했다. 계곡과 바위들을 보며 우리나라산과 별로 다르지 않은 모습에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오르면 오를수록 규모자체가 다른 요세미티의 모습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산을 적어도 대여섯 개 정도 합쳐놓은 모습 이였다. 미국에서 가장 높고 길다는 폭포가 가까워지자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이 스프레이를 뿌려주듯 등산하느라 흘렸던 땀을 식혀주었다. 수영하다가 익사한 사람도 있고 등산하다 실종된 사람도 있으니 주의 하라는 가이드의 말이 실감 났다. 광활하고 넓은 자연을 몸으로 느끼고 눈에도 담았다. 자연에 비하면 인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산행을 마쳤다.

 

내려와서 다시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도로한복판을 노루가 막아 섰다. 노루가 놀랄까봐 경적을 울리지 않고 길을 건널 때까지 기다려 주는 모습이 인상적 이었다. 그렇게 노루를 보내고 다음정류장에서 꽤 많은 사람이 버스에 탑승했다. 기사님은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안내방송을 하는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셨다. To the back, to the back, to the back back back~” 버스 안에 노래가 퍼졌다. 노래 때문인지 승객들도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뒤로, 뒤로 움직였다.

 

기사님을 보면서 나도 일을 하게 된다면 저렇게 즐겁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하는 본인이 즐겁고, 일을 통해 다른 사람도 즐거울 수 있는 그런 일말이다. 어렵게 떠나온 여행인 만큼 답을 꼭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 11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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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risagain 2015.05.20 14:44 신고

    다음 얘기가 궁금해지네요^^

    REPLY / EDIT

    • 춘희 2015.05.20 23:25 신고

      와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DIT

10. 사직서

Author : 손박사 / Date : 2015.05.18 08:00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끊이지 않는 야근에 좋아하던 운동은 새벽 틈으로 밀려났다. 학구열에 불타올라 시작한 영어공부의 불꽃도 재만 남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을 하고 있는 거지?설계의 1인자가 되고 싶어서도 아니었고 돈 때문도 아니었다. 이유를 도저히 찾을 없었다.

 

책은 답을 알고 있을 같았다. 직장인 처세술, 선배 직장인이 들려주는 이야기 직장생활에 관련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어떤 이였는지 제목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일단 3년만 버텨보라고 쓰여 있었다. 3년만 버텨보고 그때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그때 그만두라고 말이다.

 

매일 야근도 모자라 주말 출근을 , 잘못이 아닌데 참아야 , 상사의 꾸짖음에 화장실에 웅크려 몰래 눈물을 훔쳐야 했을 . 책에서 구절에 힘겨운 어깨를 기댔다. 또래 친구들이 캠퍼스를 거닐며 공부하고 웃음 지을 나는 공부를 하지 않아서 노력이 부족해서 차가운 현실에 호되게 당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꼬박 3년을 버텨냈다. 하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고민 끝에 사직서를 던지기로 결심했다.

 

회사선배들은 아직 어려서 모르는 것이라고, 더럽고 치사해도 따박따박 월급이 나오는 지금이 좋은 것이라며 바깥세상은 생각보다 춥다며 나를 달랬다. 부모님께서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미친 하지 말라고 하셨다.

머리가 시키는 쪽과 반대의 삶을 살았던 원하지 않는 곳에서의 3년이라는 시간은 실로 힘겨웠다. 힘든 시간을 버텨낸 나에게 상을 주고 싶었다. 사직서와 미국행 비행기 티켓을 맞바꾸었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여행이었고 지금이 아니면 왠지 가지 같은 기분도 들었다.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는 남들이 하는 대로가 아닌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주체적 이였던 선택이었고 꿈을 향한 번째 도약 이었다.

 

사표 수리 전에 전무님과 마지막으로 면담을 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래. 그만 둔다고?

.

나가는 좋아. 하지만 나가서 무엇을 할지 생각해 봐야 . 지금은 이런 점이 싫어서 나갔지만 다음 직장에서는 다른 점이 불만으로 다가올 수도 있어. 어디에나 불만족스러움이 있기 마련이지. 그만두고 생각이야?

일단 여행을 다녀온 뒤에 공부를 할지, 취직을 할지 고민 생각입니다.

공부를 생각이라면 노무사 시험 준비를 한번 해봐. 지금 춘희 씨가 퇴사하려는 이유와 연관되어 있기도 하니까. 미국에 잡념 던져버리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공부에 올인 하는 것도 좋을 같아.





전무님 방에서 나와 층을 내려가며 인사를 드렸다. 이사님은 돌아와서 취직이 되면 다시 연락하라고 했다. 평소 친분이 없어 인사를 할까 말까 고민했던 강부장님은 본인도 학력 차별 때문에 많이 심란했던 사람이었다는 말을 주었다. 눈물이 돌았다. 따스한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닿았다.


생각해보면 어리버리 했던 나를 도와주셨던 많은 분들이 있어 많이 성장할 있었고, 버틸 있었다. 적인 부분에 있어선 후회가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가까이 지내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


인수인계 서류에 사인을 하고 입사하던 그날처럼 사무실을 돌며 인사를 했다. 이제 정말 마지막 이였다. 마지막 퇴근길을 나서는 심정을 겪어본 사람만이 이해할 것이다. 우울한 기분을 전환해보려 이어폰을 귀에 꼽았다. 이어폰에서는 2AM 어느 봄날 흘러나왔다.


3 동안 살던 집을 떠나가려고, 짐을 싸고 있죠.


부분이 이리도 닿던지. 얘기 같아서 번이고 구간을 반복했다. 마치 3 동안 사귀던 남자친구와 이별하는 느낌 이였다. 나를 힘들게 했던 회사인데, 이제 힘들었던 기억마저 추억이 되어 가고 있었다.


동안 너도, 나도 수고 많았어. 안녕.



- 10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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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구안 2015.06.09 09:13 신고

    최근퇴사한 저로써 공감가는글이네요
    파이팅하자구요!!

    REPLY / EDIT

9. 소독약 냄새나는 병실에 누워

Author : 손박사 / Date : 2015.05.15 08:00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사무실 직원들은 쉽게 불리우는 별명이 하나씩 있었다. 선배는 한번 물면 놓지 않는다고 해서 풍산개, 나는 말이 느려 거북이였다. 나는 별명을 다시 지어주고 싶었다. 꾹꾹이일이 많아도 꾹꾹, 스트레스를 받아도 꾹꾹, 화가 나도 꾹꾹. 꾹꾹 참았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거리 때문에 숨이 턱턱 막혔고, 말문까지 함께 막혀버렸다. 어느새 하고 입을 닫고 해야 말만 하는 사람이 되었다.

 

출근과 동시에 인사를 하고 옷걸이에 외투를 걸고, 컵을 씻어 정수기에서 물을 떠서 자리로 오면 울려대는 전화소리와 함께 하루가 시작된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였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배가 아팠다. 화장실에 가서 앉아있다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을 가려고 계단을 올라가는데 어지러웠다. 변기뚜껑을 내리고 한참을 앉아 있다가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이제는 배가 아니라 옆구리가 아팠다. 옆구리의 통증이 번져 누구에게 두들겨 맞은 것처럼 온몸이 아파왔다. 몸속은 열이 나면서 동시에 추웠다. 겨울 잠바를 꺼내 걸쳤다. 옆구리가 너무 아파서 허리를 숙이고 필사적으로 마우스를 붙잡고 있었다.

 

춘희씨. 그래? 어디 아파?

아니요. 괜찮아요.

얼굴이 하얘. 어디 좋은 같은데?

배가 아파서요. 점심시간에 병원 다녀올게요.

 

12시가 되니 모두 우르르 식당으로 가버렸다. 옷을 갈아입을 기운조차 없어 겨울 잠바를 걸친 회사를 나왔다. 더운 날씨에 겨울 잠바를 입고 걷고 있는 여자가 이상해 보이는지 사람들은 힐끔거렸다.

 

회사근처에 있는 병원에 도착했다. 접수를 하고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푹신한 병원소파에 앉아 있으려니 그대로 누워버리고 싶었다.

 

어디가 아프세요?

배가 아파서요. 아니 옆구리가 너무 아파요. 오한이 오는 같기도 하고. 몸이 으슬으슬 추워요.

재볼게요.열을 재더니 이번에는 손으로 옆구리를 꾹꾹 눌러보신다.

여기? 이쪽이 아프죠? 누르면 아파요?

.

이제 왔어요. 참기 힘들었을 텐데. 두고 봐야겠지만 신장염 같아요.

몸에 면역력이 약해져서 신장에 염증이 생긴 거예요. 며칠 입원했으면 좋겠는데..

입원은 힘들 같아요.

그럼 일단 낮추는 약이랑 염증완화 시켜주는 주사 놔줄게요. 링거도 맞고 가요.

오늘은 쉬는 좋은데. 몸으로 있겠어요? 내가 소견서 써줄게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선생님.

 

덩그러니 침대가 하나 놓여있는 주사실로 가서 누웠다. 간호사언니가 들어오더니 고무줄로 팔을 동여 메고 찰싹 하고 팔을 때린다. 혈관에 주사바늘을 넣었다. 링거를 놔주었다. 평소 건강하다고 자부하고 있었고 운동을 즐겨 하는 편이였다. 그래서 인지 입원한적도 없었고, 링거를 맞는 것도 처음 있는 이였다.




 

시계를 보니 벌써 12 반이다.

 

팀장님, 몸이 좋아서 병원에 왔는데요. 링거 하나 맞고 가라고 해서요. 이게 시간 정도 걸린대요. 점심시간 조금 넘어서 들어갈 같습니다.

별거 아닌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 하려 애썼지만 전화를 끊고 나니 눈물이 하고 떨어졌다.

 

여자들은 이래서 .라는 소리는 듣기 싫었다. 선배들처럼 악착같이 야근을 했고, 주말에도 출근을 했다. 야근에 필요한 체력을 기르려 헬스를 하기도 했다. 몸이 아파도 쉽게 없었다. 막내가 쉰다는 특히 눈치가 보이는 이기도 했다. 악물고 버텨왔던 순간들이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같았다.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도 아닌데, 아플 때도 마음 놓고 없다는 것이 서럽기도 했다. 소독약 냄새 나는 병실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니 다시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 9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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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안 되나요? 왜 저는?

Author : 손박사 / Date : 2015.05.03 12:03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직장인으로서 벚꽃앤딩은 벌써 번째다. 직장생활도 3년차의 삶은 여전했다. 야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눈을 붙이기 바빴고, 다시 알람 소리에 화들짝 놀라 부랴부랴 출근하는 하루하루가 계속되었다. 집은 잠만 자는 공간이 되어 버린 오래였다. 나의 생활에서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커지면 커졌지 작아지지는 않았다. 시간, 생활은 사라져가고 회사에 질질 끌려 다니고 있었다.

  

주체적으로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활용할 있는 시간은 퇴근 후와 출근 이었다. 불규칙한 퇴근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24시간 헬스장에서 운동을 시작했고, 출근 전에는 영어학원에 등록했다. 6:30분에 시작하는 영어수업을 들으려면 번째로 출발하는 지하철을 타야 했다. 자기개발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회식이라도 하는 날이면 학원을 빠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래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학원에 가면 아침수업을 들으러 오시는 분들께 뭔가 긍정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사람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열심히 나가게 되었다. 조금씩 나만의 경쟁력이 갖춰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나도 언젠가 해외지사에서 있는 날을 꿈꾸었다.

 

학원을 다닌 시간이 흘렀을 무렵 같은 선배도 같은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학원이 끝나고선배와 이야기를하던 중에 선배는 회사에서 학원 비를 환급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조금은 서러웠다. 누구는 내주고, 누구는 안내 주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팀장님께 말씀을 드렸다. 팀장님은 굳이 일을 크게 만드냐는 표정을 지으며 자기 권한이 아니라면서 실장님과 이야기 해보라고 했다.  실장님께 말씀 드렸다. 실장님께서는 또 불편한 표정을 하시며 이사님께 말씀 드려보겠다고 했다. 





 며칠이 지난 어느 , 자리 전화벨이 울렸다.

춘희씨. 3층으로 와요. 하지.이사님 전화였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면접 이후

둘이 마주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어서 와요.

춘희씨가 입사한지 얼마나 됐지?

요번 달에 3 됩니다.

영어교육을 듣고 있다고?

, 그렇습니다.

영어교육. 그거 말이야. 춘희씨는 대상자에 포함이 .

? 대상자라니요?

사실, 회사에서는 해외지사로 보낼 사람을 대상으로 교육비를 지원해주고 있어.

대상자가 따로 있었나요? 그리고 해외지사로 사람을 뽑는다면 지원하고 싶습니다.

몰랐나? 우리 회사는 여직원 해외 보내.

 

여자는 보내봤자 결혼하면, 출산하면 그만두니까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혼을 하고도 계속 일을 계획 이었지만, 나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영어실력을 키워 언젠가 해외지사에 근무하고야 말겠다는 야무진 꿈은 꿈일 이였다.

 

여자라는 이유로, 전문대를 나왔다는 이유로 사원 다음 직급인 계장으로 진급하려면 7년의 시간을 버텨야 했다. 그래. 나는 군대를 갔으니까, 전문대를 나왔으니까 진급이 늦어지는 이해할 있었다. 그렇지만 교육기회제공의 불평등은 화가 났다. 여자라고 일을 적게 하는 것도 아니고, 야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선배는 회사 돈으로 교육을 받고 나는 돈을 주고받아야 할까? 이제야 팀장님, 실장님의 표정이 변했던 이유가 이해가 되었다.

 

나의 문제이기도 이것이 동생과 친구들이 겪게 수도 있는 문제이고, 이런 고정관념이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어렵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스펙에 비해서는 급여도 편이였고, 규모도 편이라서 부모님은 나를 자랑스러워하셨다. 물론 나도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 우리가족 모두가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 회사였는데 그래서 실망이 컸다. 5 , 10 뒤의 나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짙은 회색이 드리워진 이곳에서의 미래는 쉽사리 그려지지 않았다. 저는 되나요? 여자라서 되는 건가요? 소리로 외치고 싶었다. 내가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에 힘이 빠져버렸다.



- 9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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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노스켁 2015.05.04 13:23 신고

    아 궁금해요 저도 그런적이 있어서요 ㅠㅠ 남녀평등한 사회라지만 결혼과 출산은 항상 회사생활에 발목을 잡죠. 20대 후반부터 본 면접에서는 결혼계획과 출산을 안 묻는 곳 도 없고 출산휴가를 갔다 돌아오지 못하는 동료들때문에, 부랴부랴 대체인원을 뽑는 회사 측입장에서 생각하면 이해가 가다가도 화도 나고 그렇더라구요 ㅠㅠ

    REPLY / EDIT

    • 춘희 2015.05.06 23:21 신고

      네 맞아요ㅜ
      한편으로 이해도 가면서 화도 나고..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뀐다면 출산휴가 갔다가 돌아오는 경우도 많이 생길텐데..
      남녀평등에 대한 주제는 항상 어렵고도 조심스러운 부분인것 같아요ㅜ

      EDIT

  • kim, moo woong 2015.05.04 15:55 신고

    미국은 주( state ) 마다 법이 약간씩 다르지만,
    면접시, 여성에게 임신을 했느냐 하고 묻기만 해도 위법이지요.
    임신한 상태로 입사를 해서 보험으로 애를 낳고 고만두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임신했느냐고 묻고는 채용안하면, 회사가 엄청 난 댓가를 치루어야 하는게 미국법이지요.
    나이를 묻는것도 인터뷰 때는 못하게 되어 있답니다.
    미국 회사에서 결혼 계획이라든가, 출산에 대한 걸 묻는 회사는 없을 검니다.

    REPLY / EDIT

    • 춘희 2015.05.06 23:21 신고

      비정상회담에서 본적이 있는 것 같아요.
      외국에서는 결혼을 할것인지, 아이는 몇인지 등의 질문은 금기되어 있다고 하더라구요. 인터뷰시에는 업무적인 질문만 한다고.
      좀 더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EDIT

  • 미오대리 2015.05.14 09:33 신고

    아침부터 부들부들;;; 결혼과 출산은 여자 혼자서 하는 일이던가요. 저는 '여자'라서는 아니지만, 회사 선배(남)가 해외연수 3개월 선발되어 다녀온 걸 보고 열심히 준비해서 내밀었건만, 사장의 "다신 안 보내." 태클에 좌절... 허허허허허-

    REPLY / EDIT

7. 스트레스에는 샴푸가 최고

Author : 손박사 / Date : 2015.04.24 12:05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도면이 무슨 하루면 나오는 안다니까.

어휴, 오늘부터 야근 예상이야.

나도 산더미야.

우리 스트레스도 쌓였는데 오랜만에 샴푸 갈까?

! 좋지.

 

스트레스를 푸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 술과 유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주 모금에도 얼굴이 시뻘개 지고 온몸이 붉게 타오르면서도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차오르면 샴푸를 찾았다. 술을 마시러 갔다기 보다는 신나는 음악이 좋았고 회사사람이 아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 엄마에게는 비밀이다. 샴푸에 가는 날은 회사 워크샵이 있는 날이다신나게 단장을 한다. 톡톡 화장이 지워진 부분을 다시 덧바른다. 아이라인 꼬리를 빼야겠다. 진하고 두껍게. 새빨간 립스틱도 바른다. 평소에 하지 않는 귀걸이도 했다. 조용하고 모범생처럼 보이는 외모가 오늘만큼은 노는 언니처럼 보였으면 좋겠다. 새로 주문한 옷이 너무 타이트 하다. 배에 손을 가져가 대어본다. 숨을 참아본다. 계속 긴장하고 있어야겠다.

 

어서 옵쇼.건장한 체격의 사내들이 우렁차게 외친다. 조금 무섭다.

신분증 보여주시고요.신분증을 내밀자 렌턴으로 주민등록증의 얼굴과 얼굴을 번갈아 가며 비춰본다

찾으시는 웨이터 있으세요?

없다고 하려다가 저번에 왔을 담당했던 웨이터 이름을 말했다. 돼지엄마요.

잠깐 기다리세요. 치직치직. 돼지엄마, 돼지엄마. 7층에 여성 ."

5초가 채 지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났을까? 쿵쾅쿵쾅 멀리서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언니들~ 이렇게 오랜 만에 .옆구리를 찌르며 친한 한다. 비어있던 테이블에 빨간 등을 켜주며 돼지엄마는 우리를 안내했다. 자리에 앉아 턱을 괴고 다른 테이블을 찬찬히 훑어본다. 여자뿐이잖아. 괜히 왔나 싶다. 음료수를 마시려는데 누군가 손목을 낚아챈다. 야호속으로 외친다. 이기는 하며 아래층으로 끌려간다.




문이 열렸다. 찰나이긴 하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를 위아래로 훑는 시선을 느낄 있었다. 반사적으로 배에 힘이 들어간다. 푹신해 보이는 소파에 명이 앉아 있다. 이미 옆에 앉은 여자와 열심히 이야기 중인 남자도 있다. 가운데 자리로 들어가라고 웨이터가 등을 떠민다.

안녕하세요, 맥주 드실래요?완전히 맘에 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맘에 들었으면 양주를 권했겠지. 배가 고프다. 생각해보니 준비하느라 저녁도 먹었다

과일안주가 손대지 않은 것처럼 깨끗하다. 여자들이 아직 많이 오지는 않은 같다.

 

, 맥주주세요. 과일 안주 먹어도 되죠?

그럼요, 많이 드세요. 분이서 오셨어요?

친구랑 저랑 둘이 왔어요.

나이는요?

24살이요.

 

사는 곳을 묻고 직업을 묻고 뻔한 대화가 이어진다. 맘에 들면 앉아 있고 맘에 들지 않으면 친구를 핑계 삼아 빠져 나오면 된다. 따라주는 술이 걱정된다고? 받은 술은 짠하고 마시는 입만 가져다 대고 내려놓으면 된다. 신나는 음악과 번쩍이는 조명에 몸을 흔들어 대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 이였다. 남자친구도 만들고 싶었다. 위험한 인줄 알면서도 부킹에서 결혼까지가 괜히 있는 말이겠어?하며 괜찮은 인연을 만날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걸어보기도 했다.


시계를 보니 5시가 되어간다. 서서히 마법이 풀릴 시간이다. 눈부신 조명 아래의 모습은 괜찮아 보였는데, 적나라한 지하철 조명은 여과 없이 원래의 모습을 비춰주고 있다.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이라는 알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꾸 샴푸를 찾았다. 목이 마를 , 시원한 탄산음료 모금이면 머리가 쭈뼛 설정도로 짜릿하지만 이상하게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이 나는 탄산음료처럼 말이다. 햇살을 받으며 집으로 가는 길은 허무하다. 높은 구두 때문에 발이 아프고 잠을 잤더니 눈꺼풀이 자꾸 내려온다. 눈부신 조명과 신나는 음악, 한껏 멋을 부린 사람들과 어울렸던 시간들이 어젯밤 이야기가 된다. 어제는 황홀한 향기로 취해버리게 하더니 오늘은 눈을 따갑게 하다가 하얀 거품이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 8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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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하이바와 공구리_현장 다녀오겠습니다.

Author : 손박사 / Date : 2015.04.17 08:00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현장 다녀오겠습니다.


 

". 여보세요."

"여기 현장 인데요."

". 안녕하세요! 소장님."

"자재를 세팅 했는데 이상하네요."

"? 이상 하다고요?"


설계한 도면을 띄워놓고 모니터를 보며 소장님과 한참을 통화했다. 소장님도, 나도 문제를 찾을 없었다. 전화가 조금 길어지자 곁을 지나가던 사람들도 무슨 문제가 있냐며 번씩 모니터를 쳐다보고 지나갔다. "소장님, 죄송한데 잠시 후에 전화 드리겠습니다." 이대로는 진전이 없을 같아서 잠시 전화를 끊었다. 사수에게 상황을 설명을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지만, 사수도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팀장님. 현장에서 전화가 왔는데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전화상으로는 도저히 찾을 없어서요. 현장에 한번 다녀오는 것이 좋을 같습니다."

"전화로는 되겠어? 없이 괜찮겠어?"

", 그럼요. 들어가서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현장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 내가 담당한 현장에서 들어오라는 전화가 오면 대신 다른 선배가 들어가거나 팀장님과 함께 들어갔다. 회사 분위기 여직원을 현장에 보내려 하지 않는 분위기였고, 아직 혼자 들어가기는 무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현장에 홀로 가는 것은 처음 이었다.

플로터로 도면을 뽑고 원도와 협의록을 부랴부랴 챙겨서 현장으로 향했다. 호기롭게 회사를 나오기는 했지만 현장으로 향하는 지하철을 타고 나니 실감이 났다. '가서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는 동안 어느새 현장에 도착했다. 하이바를 쓰고 발을 들여놓으니 실감이 났다.

'언제까지 팀장님이 함께 해줄 없잖아. 현장의 담당자는 나야. 쫄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려.'



 소장님과 함께 문제가 발생한 곳으로 갔다. 잠시 중단된 상태였다. 이상 작업할 없어 자재들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었다.

"요번 주에 공구리 (콘크리트를 붓는 ) 건데 어떻게 거에요!"

"그래서 제가 겁니다. 확인해보겠습니다."


목장갑에 줄자를 들고서, 흘러내리는 하이바를 쓸어 올리며 자재를 하나하나 살폈다. 점심을 먹고 바로 출발했는데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작업하시던 분들도 모두 내려가시고 혼자 현장에 남아 자재를 뒤적,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춘희씨, 아직 현장이야?"

", 팀장님. 제작불량도 아니고 진행된 작업 상태를 보면 얼추 비슷하게 나오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 그래? 한번 위로 올라가서 내려다볼래?"

"위에서 보니까 조금 틀어져있어요."

"아마 세팅 하면서 전체가 돌아갔을 거야. 빔이랑 타이 넣어 드린다고

 그걸로 틀어진 잡으면 된다고 말씀 드리고."

". 알겠습니다. 팀장님 감사해요."

"시간이 많이 늦었네. 바로 퇴근해. 내가 실장님께 말씀 드릴게."

 

사무실로 내려와 소장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해 드렸다. 호통을 치셨던 소장님은 고생했다며 저녁을 먹고 가라고 하셨다. 순댓국 이였다. 호호 불어가며 순댓국을 맛있게도 먹었다. 현장에서 마셨던 먼지바람모래들이 뜨거운 순대국물과 함께 씻겨 내려갔다. 해결해보겠다며 낑낑대는 나의 진심을 소장님도 느끼신 같았다.

이번에도 역시 팀장님의 도움이 있었기에 해결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보조바퀴를 달고 네발자전거를 타다가 두발자전거로 바꿔 같았다. 언제 위태롭고 불안해도 분명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 7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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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억울한 기분

Author : 손박사 / Date : 2015.04.10 08:00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억울한 기분

 

 

선배, 제작도 끝내 놨구요. 물량도 ERP 등록했습니다.

수고했어요, 춘희씨.

이제 퇴근해 볼까나~

 

외투를 걸치고, 가방을 챙겼다. 퇴근시간인 5 반이 넘었고, 일을 끝냈으니 말이다.

 

팀장님,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하는 거야?

물량이랑 제작도 지원하라고 하셨던 끝냈습니다. 그래서 퇴근하려고요.

선배들 일하고 있는 안보여? 다시 자리로 돌아가.

 

자리로 돌아와 가방을 내려놓고 털썩 하고 의자에 앉았다. 전원이 꺼져 버린 까만 모니터에 얼굴이 비쳤다. 눈물이 찔끔 나려고 했다. 시킨 일도 끝냈고, 퇴근시간도 넘었는데 뭐가 문제지? 눈치 없는 신입의 행동이었지만, 그때의 나는 일을 끝내도 없다는 사실이 억울했다.

 

설계실 에서는 실장님이 퇴근을 하시고 나서야 퇴근 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실장님보다 일찍 가고 싶으면 이래 이래한 일이 있어 오늘 일찍 퇴근 하려고 하는데 그래도 되겠습니까?하고 허락을 받아야 했다. 이럴 거면 근무조건에 8 출근, 5 퇴근이라고 써놓지를 말던가. 퇴근시간에 퇴근하겠다는데 허락이 필요한 건지퇴근하겠습니다~” 하고 당당하게 사무실을 나가는 모습은 TV 드라마에서나 있는 장면 이였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는 퇴근도 눈치를 봐가며 해야 했다.

  

달이 지났다.

선배들을 지원하며 업무에 관련된 것들을 익혔다. 이건 그래요?’ ‘저건 그런가요?궁금한 투성이였다. 궁금할 때마다 묻고 싶었지만 질문할 때도 요령이 필요했다. 담배를 피우고 들어왔을 , 점심시간 30분전, 저녁을 먹고 들어왔을 때를 노렸다. 그들이 쌓은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이 고마워 가끔은 사탕이나 초콜릿을 드리기도 했다. 많은 것을 알아내고 싶었고 빨리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들로 수첩이 정도 채워 때쯤 나에게도 프로젝트가 주어졌다. 처음으로 맡게 프로젝트 인만큼 실수 없이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다. 한춘희하면 하나는 부러지게 사람, 믿고 맡길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젝트가 끝났다.


앞으로는 우리 도움 없이 있죠?

어이, 춘희씨 축하해. 프로젝트 끝났네.

끝났다는 기쁨도 잠시 팀장님은 번째 프로젝트를 주셨고, 번째도 역시 열심히 끝냈다.

 

달에 한번 업무량을 파악하기 위해 프로젝트의 면적을 적어야 했다. 항상 그런건 아니었지만 우리팀의 면적왕은 나였던 적이 많았다. 납기일이 급하다는 영업사원의 말에 정신 없이 끝내고 나면 다른 프로젝트가 주어지고, 다른 프로젝트가 주어지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면적왕 이라고 했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급하다고 하니까 빨리 끝마치려고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워 참고, 마시려고 떠다 놓은 물은 퇴근 때까지 찰랑거릴 때가 많았다.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는 같았다. 빨리 끝내놓으면 여유가 생길 알았는데,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 계모와 언니들은 사또의 잔치에 가버리고 혼자 쭈그리고 앉아 콩을 세고 있는 콩쥐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차피 빨리 끝내도 실장님이 퇴근 하셔야 있으니 어쨌거나 야근 할건데 물도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천천히 하자. 지금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면 다른 프로젝트를 주시겠지? 업무계획에 일정을 넉넉하게 적어야겠어.쉬엄쉬엄 해보기로 했다.

 

메신저를 투명하게 해놓고 일하는 타자를 두들기며 친구와 대화를 하기도 하고, 창을 조그맣게 만들어 온몸으로 가리고 인터넷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마다 팀장님은 뒤를 지나가셨다. 열심히 일하다가 쉬려고 인터넷 창을 열면 어떻게 알고 귀신처럼 그때 지나가시는지. 학창시절에도 친구들과 같이 떠들어도 나만 걸리더니, 회사에서도 꼼수라고는 통하지 않나 보다.

 

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하니 마음이 불편했다. 다시 묵묵히 일하는 콩쥐로 돌아갔다. 회사는 열심히 해서는 되는 곳인가?콩쥐는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다.


- 6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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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받을까 말까? 모르는 번호.

Author : 손박사 / Date : 2015.04.03 11:00 / Category : 직장인 필진/퇴사 어게인


받을까 말까?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


 

“끝이 보이지만 난 그래도 온리유 걸, 어바웃 럽!

 

3분을 남겨 놓고 선택한 노래는 빅뱅의 마지막 인사. 역시 마지막 곡으로 이만한 노래가 없다. 이리저리 방방 뛰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더니 이력서 때문에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날아갔다. 노래가 끝나고 탬버린과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몇 시나 된 거야?’ 핸드폰액정을 눌러 시간을 확인했다.

 

“02-ooo-oooo”

아 머야, 스팸 이네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잠깐, 02면 설마…” 얼마 전 면접을 봤던 회사가 생각났다.

 

“여보세요?

“한춘희씨 맞죠? 면접 보셨던, 회사에요.

“아. 네네.

“축하합니다. 다음 주부터 출근 하실 수 있나요?

“그럼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전화가 끊겼음에도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허공에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취업이 되었다는 사실이 들뜨고 기뻤다.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썼던 이력서, 읽고 또 읽어 외울 지경이 되어버린 자기소개서도 이제 안녕이다. 학교와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짐을 싸서 집으로 올라왔다.



 

빳빳한 새 옷을 입고, 아직 길들여 지지 않아 뒤꿈치가 살짝 아파오는 새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섰다. 깜깜하고 차가운 아침공기를 ‘흡’ 하고 깊게 들이 마셨다. 상쾌하면서도 긴장되었다. “힘든 일이 있어도 이겨낼 수 있어. 잘할 수 있지? 힘내자. 파이팅, 파이팅!

어느새 회사 앞에 도착했다. 2층으로 올라갔다. 널찍한 책상에 정장이 아직은 어색해 보이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준비해온 서류와 등본을 제출하고 슬그머니 의자를 빼서 앉았다. “김태연씨, 박진희씨, 원용재씨, 한춘희씨는 설계1팀 입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어 교실을 찾아가는 학생들처럼 한 줄로 나란히 줄을 서서 설계실이 있다는 지하로 내려갔다. 어떤 곳에서 일하게 될지 기대가 되고 궁금했다.

 

‘끼익’ 하고 문을 열었다.

쾌적하고 일할 맛 나는 사무실을 예상했는데, 오 마이 갓!

도면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고 책상과 의자는 낡고 허름했다. 먼지 가득한 환풍기에 환기를 기대할 수 없었고, 천장에서는 석면가루가 금방 이라도 머리에 내려 앉을 것 같았다실장님에게 인사를 하고 그 곁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쭈뼛쭈뼛 서 있었다. 다들 자신이 속한 팀을 찾아가고 덩그러니 나만 남았다.

 

“윤정아. 일로 와봐.” ‘드디어 내 차롄가? 팀장님이 여자분 이신 가보네.

“예.” 예상과는 달리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땅딸막한 키에 덥수룩한 머리, 그래도 눈웃음은 조금 귀여운 남자가 나타났다. 자를 시기를 놓친 건지, 기르는 중 인 건지, 머리카락이 자꾸 내려와 눈을 가렸다. 삽살개 같았다.

“니네 팀 신입사원이야. 잘해줘.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은 내려오는 머리카락이 답답한지 머리를 흔들며 앞장섰다.

“춘희씨 인사해. 여긴 홍연이, 성호.

“안녕하세요.

 

선배들은 여동생처럼 챙겨주었다. 행여 자리를 바꿔야 할 때면 책상과 컴퓨터를 옮겨주었다.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 라는 나의 말에도 막무가내 이었다.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들고 바뀐 자리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부지런히 움직였던 무수리가, 갑자기 양반집 규수로 신분상승이 되었다. 이런 호의도 받아본 사람이나 받는다고 낯설고 불편했다. 동기인 태연씨와 용재씨는 남자 막내라는 이유로 형광들을 갈고, 복사용지 배달에 생수통 교체를 했다. 그에 비해 여자 막내에게 주어지는 대접은 황송할 정도였다.

 

“몇 살이에요? 집이 어디에요? 남자친구 있어요?

이런 시시껄렁한 질문에 대답하고, 커피 마실 때 따라가고,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이 한동안 회사 가서 하는 일의 전부였다. 하지만 이런 일상도 오래가지 못했다. 삽살개 팀장님이 이런 나를 가만히 둘 리 없다.

 

“춘희씨, 잠깐 와봐.

물량 산출하는 법, 판넬 그리는 법.. 업무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가르쳐주셨다.

“성호야, 니꺼 춘희씨 줘라. 제작도 시켜.

 

동기들 중에서 가장 먼저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동기들은 이런 내가 부럽다고 했다.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이 지겹다고 빨리 일을 배우고 싶다고 했고, 어차피 배울 것이라면 빨리 배우는 게 좋은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솔직히 나는 천천히 배우고 싶었다. 일보다는 사람들 하고 이야기 하고 친해지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래도 빨리 일을 배우게 되었다고 투덜투덜 했었던 때가 좋았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출근하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렸으니 말이다.


- 5편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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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오대리 2015.04.03 17:33 신고

    삽살개에서 뿜.. ㅎㅎㅎㅎ 기대됩니다 다음 이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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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희 2015.04.05 16:39 신고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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