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대, 아버지의 퇴사

Author : 손성곤 / Date : 2018.06.29 06:30 / Category : 직장생활/직장생활 칼럼



퇴사는 어느 순간에 화두가 되었다. 

관련 책과 TV 프로그램이 나왔다.  모임, 강연부터 심지어 '퇴사’ 안의 불안을 앞세워 영리를 추구하는 곳까지 생겨났다. 힘든 취준생 시절을 거쳐 입사 하자마자 퇴사를 결행하는 직장인이 세 명 중 한 명 꼴이다. 대기업도 입사 1년도 되지 않는 신입사원을 구조조정의 대상에 올리기도 한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퇴사관련 이야기는 젊은 친구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실행하는 그들 대부분은 미혼으로 몸이 가벼운 경우가 많다. 하나의 잘못된 선택지만을 움켜쥐고 긴 인생을 살아가기엔 아직 젊은 나이기에, 그들의 퇴사에는 ‘도전’ 혹은 ‘응원’이라는 수식어가 따라기도 한다. 


반면 40대 이상의 경우에는 퇴사라는 단어의 무게는 젊은이들의 것과는 다르다. 가족의 생계를 짊어지고 시시포스처럼 힘겨운 하루를 버텨내야 하기에 그러할까? 꼰대, 아재와 같은 부정적이고 시니컬한 뉘앙스가 깔려 있는 단어가 슬슬 따라오는 나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젊은이들의 취업도 힘든 상황에서 40대가 넘어선 나이, 직급의 퇴사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치부해 버린다. 어차피 누군가가 나가야 한다면, 평생 다닐 수 없는 회사라면, 이미 혜택을 먼저 받은 이가 나가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깔려 있을 것이다. 


아버지들의 퇴사가 더 무거운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 젊은이들의 그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때가 되면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보편적으로 깔려있는 분위기에서 그들의 노력은 안타깝고 씁쓸한 것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당연히 존중 받아야 할 그들의 새로운 도전은 그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발버둥으로 취급해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버지, 남편, 그리고 우리의 퇴사에는 어떤 기준이 더 필요할까?


 







self-centered decision making



“제 상황이 지금 이러 이러한데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퇴사를 해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 

내가 퇴사관련 상담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대부분은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에 대해서만 얘기한다. 이 질문에 나는 대부분 결정을 내려주지 않는다. 아니 그럴수도 없다. 대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질문을 계속 던져 가이드를 한다.  두 시간 정도의 시간만으로 인생의 가장 주체적이고 중요한 질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질문에는 맹점이 있다. 대부분 ‘나’라는 알맹이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이런 일을 하려고 하는데 지금 퇴사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맞을까요?” 라고 묻는 사람은 쉽게 만나기 어렵다. 나는 퇴사를 <태어나 처음 내린 가장 주체적인 결정>이라고 정의 한다. 지금까지는 우리는 남들이 그래야 한다는 대로 살아 왔기 때문이다. 중고등 학교 때는 ‘좋은 대학 가야 대접 받는다. 대한민국은 아직은 학벌이다.’ 라는 말을 신봉하며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했다. 대학교에서는 ‘좋은 회사 들어가야 한다. 1학년 때부터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 라는 주위의 말을 귀에 박히도록 듣는다. 당신도 모르게 강요 받아온 이런 생각들은 당신 안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주위 사람 혹은 세상이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그저 별 생각 없이 따른 것일 뿐이다. 이렇게 내 생각인지 아닌지도 모르게 주입 받아온 생각을 가지고 살아온 채로 회사에 들어간다. 그리고는 당장 혼란에 부딪힌다. 


스스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로 윗사람이 시킨 일로 매일 야근을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그러다 보면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이러려고 회사에 들어온 게 아닌데” 라는 생각이 싹튼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서 이 서있는 환경에 대해 고민을 시작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오랜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리고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퇴사는 인생에서 처음 내린 주체적인 결정이 된다. 이건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그러하다. 그렇기에 퇴사는 가장 힘들게 그리고 스스로 내리는 첫 번째 중요한 결정이 되어야 한다. 또, 퇴사라는 의사결정에는 중심에 ‘나’를 두어야 한다. ‘나 자신’을 빼 놓은 ‘주변 환경’만 고려해서 내린 결정에 내린 답이 만족스러울 확률은 거의 없다.  










가족의 이해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동의’란 ‘approved’나 ‘confirmed’ 가 아닌 ‘이해’, ‘understand’를 말한다. 특히 남편에게 아내의 이해는 필수적이다. 18년 동안 직장인으로 일하면서 대기업 팀장, 중견기업의 임원을 거친 A가 있었다. 늘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으로 일했고, 전문성도 충분했다. 하지만 중견기업에서 오너와 의견 충돌이 생기면서 강제로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공무원으로 일하는 아내는 사기업에 다니는 남편의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두어 달 정도는 출근하지 않는 남편의 생활을 이해 했다. 하지만 석 달이 넘어가면서 “이제 새로운 회사에서 일해야지?” 라며 채근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이제 돈 안 벌어 올 꺼야?”로 넘어가면서 가족의 불화는 생기기 시작했다. 사기업의 구조와 시장 상황을 잘 모르는 아내와 의견 출동이 자주 생겼다. 저녁 식사 후 일하고 돌아온 아내를 위해 설거지를 하는 남편의 뒤통수에 “설거지 할라고 회사 때려 쳤어”라는 화살이 꽂힌다.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는 문을 닫고 방안으로 사라졌다. 당장 생활비가 없어서 생활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지만, 아내의 채근은 계속 되었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 되어버렸다. 


A에게 필요한 것은 아내의 이해뿐이었다. “여보 힘들지, 괜찮아. 아직 힘들지만 준비 잘 해봐.” 라는 따듯한 말 한마디면 충분한 것이다. 그는 상담을 하다가 눈물을 보였다. 돈을 잘 벌어올 때의 모습, 가족끼리 해외여행 갈 때의 행복은 가짜였던가 하는 회의가 든다고 했다. 아내가 이토록 나와 다른 곳을 바라보고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인생의 가장 힘든 순간에 아내는 자신과 다른 곳만 보고 있었다. 충분한 인생 방향성의 이해 없이 맞닥뜨린 갑작스런 그의 퇴사는 절망이 되어 버렸다. 가족은 같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생각을 해야만 현재의 고단함과 급작스럽게 닥친 괴로움을 이겨낼 수 있다. 









나는 이 칼럼에 아버지들도 당당하게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해도 된다는 취지의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아버지에게 마냥 ‘자신만’을 앞세운 자신의 꿈을 쫒는 결정을 하라고 말 할 수는 없었다. 아버지는 파랑새가 살고 있는 동화 속 주인공이 아니다. 또 매주 무모한 도전을 하는 예능의 출연자도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을 외면하는 순간 삶은 방구석 판타지가 된다. 하지만 반대로 현실에 찌들어 버리면 삶의 의미는 사라진다. 아버지의 퇴사는 두 번째 인생의 ‘자신의 가치’를 좇는 선택이 되어야 한다. 당신이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누군가의 남편이라면 그 선택이 ‘바로 당신 자신을 중심에 둔 가족의 이해가 있는’ 선택이 되길 바란다. 


단지 아버지의 퇴사를 생계유지 라는 책임감이라는 무게로 짓누르기만 한다면 아버지라는 ‘사람’은 사라진다. 그리고 밥을 먹이면 돈을 벌어오는 ‘기계’ 한 대만 남게 된다. 꿈과 시간, 삶을 포기하면 돈이 나오는 ‘자판기’ 말이다. 바로 자신을 선택의 중심에 두되, 가족과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삶의 영점 맞추기’가 아버지의 퇴사에는 꼭 필요하다. 그것이 아버지에게는 우선이다. 월급이 좀 깎여도 대기업 명함이 없어도 여전히 당신은 당신이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연구소 :: kickthecompany.com Written by 손성곤
본 글은 이 시대의 아버지를 위한 월간지 <볼드저널>에 기고한 글 입니다. 


Tags : 기고, 볼드저널, 손박사, 아버지의퇴사, 직장생활연구소

Trackbacks 0 / Comments 17

  • 밤토리 2018.06.29 09:53 신고

    일을 통해 가족과 인생에 다가갈 수 있어야 합니다.
    - 트와일라 타프 -

    REPLY / EDIT

    • 손성곤 2018.06.30 21:03 신고

      일이 누군가에겐 짐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진정한 배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인생의 가치를 배워간다면 더 좋을것 같구요.

      EDIT

  • 파란양배추 2018.06.29 21:24 신고

    아버지만 그러한가요

    REPLY / EDIT

    • 손성곤 2018.06.30 21:04 신고

      맞습니다. 아버지 뿐 아니라 모든 분들에게 그러할 겁니다. 다만 이 글은 아버지를 대상으로 쓴 글이라.. ^^

      EDIT

  • 에스알 2018.06.30 08:13 신고

    2018.05.31 부로 퇴사했습니다.
    졸업 후 첫직장 ~~ 내나이 42세 아들 1 딸1, 16년을 다닌 회사를 쉽지 않았지만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REPLY / EDIT

    • 손성곤 2018.06.30 21:04 신고

      저와 비슷한 시대를 살고 계시군요. 새로운 두번째 일과 삶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DIT

  • RB 2018.06.30 17:17 신고

    좋은글 충분히 공감하며 잘 봤습니다.

    REPLY / EDIT

    • 손성곤 2018.06.30 21:05 신고

      글을 읽고 짧지만 공감의 댓글까지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EDIT

  • doldoleco 2018.07.01 10:46 신고

    40대 중반이 지난 나이
    마음으로는 퇴사를 부르짖지만 잠든 가족을 보면 아무 준비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는 건..
    이젠 두려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물음을 안고 사는데,
    해결책은 안보이고.(해결책이란 게 있을런지..)
    답답한 하루의 연장입니다.

    그래도 계속 찾고, 준비하고, 연습해봐야겠죠?

    REPLY / EDIT

    • 손성곤 2018.07.01 16:27 신고

      어떤 두려움을 가슴에 품고 사시는지 이해가 됩니다.

      물음을 안고 사시고 계시다면 그 물음의 길을 뚫고 불안과 미칠듯한 불안을 헤치고 먼저 걸어간 사람을 먼저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가끔은 하는 일을 멈추시고 과거와 미래를 냉정히 돌아보시면서 방향을 먼저 찾아 보시기를 바랍니다. 계속 회사일로 답답한 하루만 연장 된다면 답은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EDIT

  • Name 2018.07.03 10:03 신고

    나이 40대에에 퇴사는 가족에게 비참함만 남씁니다.
    퇴사하지 마세요. 새로운 시작, 재취업, 노력하는 열정은 시간과 같이 사라집니다.
    그냥 아내에게 기대지 마세요, 아내도 힘듭니다.
    자식에게 본인 스트레스 마세요.. 자식도 힘듭니다.
    절대로 굴욕적이라도 퇴사하지 마세요 40대 50대. 맞는 직장없읍니다.

    REPLY / EDIT

    • 손성곤 2018.07.15 18:47 신고

      대부분의 준비 안 된 퇴사는 힘들고 비참한 상황이 되고 특히 나이가 많을 경우 그 강도는 더 심할 겁니다. 글에도 썻듯이 젊은 친구들에 비해 사회의 Needs가 적기 때문입니다. 어떤 말씀을 하고 싶은지는 이해가 됩니다.

      EDIT

  • 오늘을 살자 2018.07.05 15:44 신고

    지금의 제 상황과 너무나 닮아 있네요.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해야할지 막막하네요.

    REPLY / EDIT

    • 손성곤 2018.07.15 18:48 신고

      부디 너무 조급히 맘 먹지 마시고, 생각하시고 행동하신 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인생의 갈림길에 선 중요한 결정이니까요.

      EDIT

  • 우노 2018.07.31 17:58 신고

    볼드저널에도 기고를 하셨네요. 저와 인연이 있는 책이기도 하고 또 즐겨보는 잡지이기도 합니다.
    손박사님, 오랜만입니다^^ 여전히 잘 지내고 계신듯 보여 맘이 좋습니다~^^

    REPLY / EDIT

    • 손성곤 2018.08.01 17:55 신고

      오~~ 언제나 반가운 우노님... ^^

      겉으로 보기에는 잘 지내고 있다니 성공이네요... 사실 속으로는... ㅎㅎ 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꼭 한번 계신곳으로 가서 만나뵙고 싶네요. 늘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DIT

    • 우노 2018.08.02 16:15 신고

      양평에서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요즘엔 너무 더워 외출 자체가 고통스러우니, 가을 즈음해서 가족과 함께 나들이겸 저희 집으로 놀러오시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양평 돼지 바베큐가 정말 맛납니다. 훈제로 맛나게 대접해 드릴께요~ㅎㅎ

      EDIT

새로운 상사가 벌이는 루틴한 일들

Author : 손성곤 / Date : 2018.06.25 07:00 / Category : 직장생활/직장생활 칼럼



"조직의 크기는 리더의 크기를 넘지 못한다."

당신의 직장생활이 비극의 반복이라면 그 이유 중 하나는 당신의 상사에게 있을 가능성도 있다. 직장생활에서 절대 비극은 최악의 상사를 만나는 것이고, 그 비극의 슬픈 결말은 나도 모르게 그 상사를 닮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 상사보다 더 성장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귀결되고 만다.  만약 당신의 상사가 새롭게 당신 위로 왔다면 처음에 그를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당신에게 가장 많은 시간 동안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상사이기 때문이다. 아래 내용은 새로 온 상사, 임원이 행하는 일반적인 순서다. 만약 당신의 상사 혹은 임원이 아래와 같은 행동양식을 답습하고 있다면 그는 당신에게 마이너스가 될 만한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

 


 1. 현재를 부정한다.

 

만약 상사가 새로 바뀌었다면 무언가 현재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다. 매출도 좋고 팀워크도 좋다면 상사가 회사를 떠나고 새로운 사람이 올 확률은 적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새로 온 상사는 우선 현재의 것을 부정하려 든다. 만약 그가 다른 분야에서 일하던 사람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더욱 높다. 외부에서 봤을 때 문제가 많아 보이고 그 문제는 아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복합적인 이유 때문에 현재의 체계가 갖추어 졌고, 그 안에서 일을 하는 프로세스는 그에게는 그저 잘못된 것이라고 치부한다.  “잘 했으면 상황이 이렇지는 않겠지.” 라고 생각하며 현재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뜯어 고쳐야 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지금 왜 이렇게 하고 있는지 이유는 별로 궁금해 하지 않는다. 그저 잘 못된 것이라고 부정한다. 명확한 사유 파악 없이 말이다. 

 


 2. 사람을 가려낸다.

새로운 리더가 오면 처음 하는 일은 두 가지다. 업무 파악, 사람 파악.  현 상황을 정확히 알고 변화해야 할 할 일을 고른다. 하지만 업무보다 앞서는 것은 사람이다. 사실 업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보고를 받아야 한다. 그렇기에 사람 파악이 조금 더 앞선다. 보고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누가 보고를 하는가?’ 또, ‘그의 첫인상은 어떠한가?’가 매우 중요하다. 1번에서 말한 ‘현재부정’의 가장 밑바닥에는 “이곳의 사람들은 능력이 없다.”라는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상사는 자신의 입맛과 코드가 맞는 사람을 찾는다. 일하는 스타일, 말하는 스타일을 관찰하고, 회식 등의 캐주얼 한 자리에서 사람들을 떠보며 자신과 공통점이 있는 사람을 찾는다. 누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단편적인 파악을 넘어서 사람의 역량이나 됨됨이 그 사람의 스타일과 평판까지 파악하려 한다.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말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정보를 누구로부터 받느냐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정보도 사람으로부터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누가 상사에게 사람에 대한 최초의 Input을 주는가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 정보에는 정보제공자의 시선에 따라 필터링 된 의견이 잔뜩 들어 있고, 이는 정보 수취자에게 엄청난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본부장님이 왔다. 그는 최초의 정보를 김차장으로부터 받았다. 김차장은 호남형 외모에 말을 조리있게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숫자에 약했다. 심지어 그 전 본부장에게서는 ‘너는 이런 것도 모르냐?’며 핀잔을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새로 온 본부장에게 그는 능력있는 사람이 되었다. 새로 온 본부장도 숫자에는 약했기에 김차장의 단점을 볼 수가 없었다. 김차장을 통해 받은 인풋은 그대로 그의 선입견으로 박혀 버렸다.



3. 자기 사람을 심는다.

새로운 임원이라면 자신을 따를 사람을 선별한다. 그 대상에서 이전 임원의 오른팔, 왼팔은 제외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또 자신과 일하는 스타일이 맞지 않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본부장이 먼저 말하기 전에 그들이 스스로 회사를 떠나거나 미리 작업을 해서 다른 부서로 이동을 하기도 한다. 불신이 크다면 외부에서 자신과 함께 일을 했던 자신에게 익숙한 사람을 데려 오기도 한다. 물론 지금 팀장 보다 더 많은 연봉을 주고 말이다. 이 과정에서 현재 있는 인력과의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게 자기가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사람으로 세팅을 먼저 한다. 요리를 하기 전에 필요한 재료를 준비하는 것과 같다. 그래야 자신이 원하는 요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4. 마구 그물을 던진다. 뭐라도 걸릴 때까지

위의 과정은 약 6개월 이면 끝이 난다. 그 이후에는 마구 그물을 던지는 시기다. 길지 않은 기간 동안 파악한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프로젝트화 해서 마구 던진다. 한 두 가지의 굵직하고 중요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넓고 그물코가 성근 그물을 던진다.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고 승산이 있어 보이는 것들에는 모두 던져 본다. 각 팀별로 파트장, 과장급 이상에게 일을 뿌려 준다. 그리고는 이 일만 잘되면 우리 부문에 큰 플러스가 되며 개인에게도 엄청난 좋은 실적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일을 잘 수행하기 위해 본인이 돕는 것은 거의 없다.

무엇을 도와야 할지, 또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무자들이 난관을 만나면 알아서 해결할 것이라 그저 믿는다. 본인이 할 일은 가끔 밥을 사주거나, 문제가 생겼다고 보고를 받으면 한다는 소리는 "도대체 누구한테 전화해서 해결해 주면 되는 건데?" 가 전부다.

 








그럼 도대체 왜 이렇게 뿌려대는가?

뿌린 만큼 거두기 때문이다. 또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물을 넓게 던져야 물고기가 잡히기 때문이다. 본인이 던진 이 모든 계획이 성공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10개의 그물을 던져 그 중에서 제대로 될 만한 싹이 보이는 것이 2~3 개만 나와도 아주 감사한 것이다. 나중에는 진척이 빠르고 결과가 좋게 나올 것 같은 것만 추려낸다. 그 과정을 보고를 받고 조금씩 돕는다. 성과만 낸다면 그 모든 열매를 자신이 취하면 되기 때문이다. 만약 잘 되지 않는다면? 걱정할 필요 없다. 잘 된것 두어개만 있으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몸담고 있는 본부에 새로운 임원 혹은 상사가 왔다면 그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 보기 바란다. 만약 그의 행보가 위에 언급한 것과 다르지 않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그에게 큰 기대는 거두는 것이 낫다. 당신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상사가 생각 밖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16년 동안 11명의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 직위의 임원을 모셨고 또 떠나 보냈다. 하루 아침에 갑작스런 통보와 함께 텅 비어버린 임원방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그들의 처음과 끝은 연결해서 보았을 때 위와 같은 공통점을 찾은 것이다. 처음 모습이 위와 같다면 끝은 모두 공허하게 텅 빈 방뿐이었다. 상사를 관찰해 보자. 그러면 당신 부서와 부문의 앞날에 대한 답을 쉽게 찾을 수도 있다.








직장생활연구소 ::  kickthecompany.com written by 손성곤




Tags : 루틴, 상사, 임원

Trackbacks 0 / Comments 2

  • 2018.06.29 21:21

    비밀댓글입니다

    REPLY / EDIT

    • 손성곤 2018.06.30 21:07 신고

      자신이 한 일의 아주 작은 일부분만 보고 선입견을 심어주는 사람이 문제이긴 하지요. 그물에 걸릴것이 없다면 오래 버티지는 못할 듯 합니다. 님이 이기실 겁니다.

      EDIT

[퇴근후2시간 후기] 회사, 그 다음을 고민하는 직장인에게

Author : 손성곤 / Date : 2018.06.11 19:08 / Category : 교육,강연,상담




지난 5월 퇴근후 2시간은 

[회사, 그 다음을 고민하는 직장인에게] 라는 제목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종로구청의 도서관의 강연요청으로 처음으로 '퇴사'관련 강연형태로 진행했습니다. 

직장인의 많은 관심이 '퇴사'라는 단어 이지만 그 강연을 가급적 지양하고 있었습니다. 

함부로 말을 해서도 안되고 수많은 다른 형태의 고민이 혼재된 복잡한 것이기 때문에 

강연으로 풀어내기에 많이 망설였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올바른 생각을 전해야 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가장 기본이 되는 준비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 했기에 수락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다니면서 회사 이후를 준비하라고 하지만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얘기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모임에서는 회사 이후의 삶을 위한 첫번째 스텝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첫번째는 질문은 "나는 지금 회사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입니다.











금요일 저녁이었지만 신청 하신 분이 거의 모두 오셨습니다. 

사실 누가 올지 모르는 나이대도 직업도 모두 다른 분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모두의 생각과 관점, 경험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생각으로만 가지고 있던 내용을 기본 부터 조금씩 쏟아내었습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킬자체가 아니라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 제가 갇혀 있던 함정들 

그리고 그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어떤 솔루션을 찾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변화의 촉매, 그 힌트를 찾는 것은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강연은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보다 변화를 위한 촉매와 생각과 관점의 변화를 가져오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인 이야기, 현실 감각을 찾았다라는 정말 감사한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표정없이 듣기만 하셨던 분께서도 마지막에 이렇게 감사한 내용을 적어 주시는 것은 

강연자에게는 진심으로 큰 힘이 됩니다. 










저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년배 부터, 인생의 선배님, 후배님 들에게 더 많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피드백을 바탕으로 좀더 내용을 다듬어서 한번 더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기회와 판을 만들어 주신 종로구청의 도서관 사서 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직장생활연구소  kickthecompany.com ::  퇴근후2시간


Trackbacks 0 / Comments 0

Copyright © 직장생활연구소 All Rights Reserved
Designed by CMSFac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