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회사에서의 관계, 그 미묘한 차이

Author : 손성곤 / Date : 2017.03.07 08:05 / Category : 직장인 필진/직장 담론



회사에서의 관계, 그 미묘한 차이 

교류(exchange)와 교감(communion)

 

당신과 나 사이에는 ‘교류’가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이렇게 지면과 활자를 통해 만났고 비슷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건, 당신과의 교류를 통해 심히 ‘교감’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무릅쓰고, 생각의 미묘한 차이를 이겨내고, 나는 글로, 당신은 눈으로, 서로 접촉하며 따라 움직이길 원합니다. 이미 알아차렸겠지만 ‘서로 접촉하여 따라 움직이는 느낌’을 교감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교류는 ‘물줄기가 섞여 흐름’, ‘사상이 서로 통함’이라는 뜻입니다. 교감이 ‘동행 同行’이라면 교류는 ‘동향 同向’입니다.

 

회사에서도 수많은 교류가 필요합니다내 일이지만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드뭅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합니다. 그래서 회사 용어로 ‘친화력을 겸비하여 폭 넓게 교류하는’ 직원이 되어야 합니다. 흔히 그런 사람들을 ‘마당발’이라고 부르지요. 소위 ‘인맥’이 좋은 사람을 말합니다. 그들은 실력은 차치하고서라도 ‘수완’이 좋아 일을 잘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이 가진 능력은 한계가 있기에 다양한 이들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넓은 교류는 엄청난 장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교류의 한계입니다. 그 원인은 교류 자체가 아닌 교류하기 위한 방법에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상대방이 오해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정치를 한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필요에 의해 관계를 형성하면 벽에 부딪히고 오래가지 못합니다상대방이 관계의 목적을 알아차리면 내가 원하는 만큼이 아닌 상대방이 허용한 만큼의 정보만 얻게 됩니다. 때로는 거절이나 외면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이왕 ‘마당발’이 될 거라면 속내를 감추고 거부감이 들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직장에서 이런 관계는 흔합니다. 흔하다 보니 메리트가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필요에 의한 교류는 뭔가 부족합니다.

 

‘사무적’이라고 하면 느낌이 어떻습니까? 우리가 회사에서 교류할 때는 대부분 사무적입니다. 하지만 ‘교감’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교감은 교류와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교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요구에서 시작되지만, 교감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공감에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교감은 관계적 측면에서 일시적이고 정적인 상태라기 보다는 지속적이고 동적인 태도에 가깝습니다. 교류는 갈등을 지양하지만 교감은 갈등도 수용합니다. 이처럼 교류와 교감은 시작점 자체가 다릅니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 접촉하여 따라 움직이는부대끼는 관계가 교감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교류는 목적이 달성되면 끝이 나지만 교감은 목적 이후에도 지속됩니다.

 









당신과 나의 교류는 얼마든지 멈출 수 있습니다. 페이지를 닫아버리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보다 나은 직장생활과 삶을 위해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면, 이 글에서 동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논의할 마음이 있다면 우리가 교감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합니다. 그런 교감은 우리의 관계를 보다 성숙하고 발전적으로 이끌 겁니다.

 

기획팀에서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보통 지원부서에서 작성한 보고서는 CEO 보고 후 공지되기 전까지는 타 부서에 공유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재무 목적의 보고서를 제외한 기획서들은 사실상 다른 부서 혹은 부문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래서 보고서 초안을 들고 다른 부서의 고수들을 찾아 의견을 물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걸 왜 나한테 물어보냐?’는 반응이었지만 ‘어떻게 됐어?’ ‘잘 돼가?’라며 오히려 관심을 기울여주고 묻지도 않은 아이디어들을 보내주었습니다. 그것은 교감의 산물이었습니다. 그렇게 작성된 기획서들은 직원들의 반감이 적었습니다. 게다가 놀랍게도 반감과 부작용을 개선할 만한 대안들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는 겁니다. 교감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원하는 것을 서로 묻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저는 그 때 깨달았습니다.

 

누군가 당신에게 교류를 시도해온다면 ‘당신이 필요해!’라는 말입니다. 교감을 시도해온다면 ‘당신이 필요한 건 뭐야?’라고 묻는 것처럼 느껴질 겁니다. 사실 단편적인 필요나 목적은 같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인 지향하는 목적은은 완전히 다른 셈입니다. 교류로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면, 교감을 통해서는 서로 원하는 것을 이루어 갈 수 있습니다. Give & Take’라는 원초적인 물물교환의 형식에 얽매이지 맙시다. 물물교환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 원칙은 ‘대등한 가치’입니다. 가치의 균형이 깨지면 교류에도 금이 갑니다.

 

교감은 나의 가치를 드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가치를 올리기 위한 것 입니다. 결국 내 것만 중히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기에 서로 따지고 잴 일이 없습니다. 그저 묻고 답하고 토론하며 발전할 뿐입니다. 종종 겪게 되는 갈등도 결론적으로는 성장통입니다. 나의 가치가 원래보다 더 드러나 보이는 것은 교감이 선사하는 선물입니다. 함께 나눈 술잔 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진한 관계의 취함입니다.

 

서로 눈치 보며 필요에 의한 교류만 하지 맙시다. 함께 눈을 맞춰 교감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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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0 / Comments 8

  • 분홍이를품은그대 2017.03.07 11:20 신고

    교류와 교감.. 그 미묘한 차이에서 이런 심오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니요~! 회사에서 제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네요.. 교감하는 한 주가 되어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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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토리 2017.03.07 13:52 신고

      모 방송국 뉴스의 캐치프레이즈처럼
      '한 걸음 더' 깊이 생각하는 배려,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관계에 반영된다면
      가능하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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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2017.03.07 11:34 신고

    저도 지원부서에 근무하는 직원인데, 작성해주신 보고서 초안 관련한 '교감의 산물' 사례는 저도 경험했던지라 공감가네요 :D 나의 가치가 아닌 우리의 가치를 올리기 위한 '교감', 다시한번 되새기며 오늘도 노력해봐야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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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토리 2017.03.07 13:54 신고

      멋진 경험이었지요?^^
      그런 경험이 널리 퍼지기를.
      지원부서라면 '지원'할 수 있는 것이 뭔가에 대한 질문에서
      관계의 방향을 찾을 수 있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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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리 2017.03.08 11:54 신고

    교감을 잘 할 수 있는 직원이 되는 것은 소중한 자산인 것 같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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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토리 2017.03.08 13:12 신고

      맞습니다.
      당장의 수익은 아니지만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하는 것처럼
      교감하는 태도는 의미 있는 자산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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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성 2017.03.09 11:07 신고

    직장생활을 하든 자영업을 하든 사람과의 교감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목적을 이루는 쾌감과 동시에 공허함..
    또 다른 목적을 위해 또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나싶습니다
    그래도 희망적인건 그 가운데에서도 교감을 느끼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지 않나싶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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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토리 2017.03.09 15:27 신고

      어쩌면 말씀하신 희망적인 교감들이 있기에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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